평양주재 외교관 “반미선전 줄어든 것 맞아…휘발유, 리터당 1.1유로로 떨어져”

지난달 21일 평양의 한 아파트 앞에 '미제가 덤벼든다면 지구상에서 영영 쓸어버리자!'는 반미 구호가 걸려있다.

최근 북한의 반미 선전 행태가 눈에 띄게 줄었다는 사실이 평양에 주재하는 서방국가 외교관을 통해 확인됐습니다. 다만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내부 사상교양까지 자제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는 설명입니다. 김현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미국과 북한의 정상회담 이후로 북한 내 반미 구호 등이 사라지고 있다고 평양에 주재하는 한 서방 외교관이 밝혔습니다.

이 외교관은 13일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최근 북한 어디를 가든지 반미 구호가 사라진 변화가 뚜렷하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는 북한 정권 수뇌부 선에서 결정한 공식적인 정책 전환임을 보여준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외교관은 다만 일반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정기적 반미 사상 교육도 사라졌는지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북한 교육 내부 실상에 대한 접근은 이뤄지지 않아 명확한 답을 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경험상 이 같은 주제에 대한 질문에는 주로 매우 일반적이거나 애매한 대답을 듣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한국을 비롯한 서방 세계의 많은 매체는 최근 북한이 반미 선전을 대외적으로 자제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서방 언론들은 북한 여행 전문 업체 관계자들을 인용해 평양에서 비무장지대까지 김일성 광장과 여러 상점에 있던 반미 포스터가 사라졌다며 놀라운 변화라고 보도했습니다.

언론들은 또 북한 관영 매체들이 지난 6·12 미-북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반미, 반제국주의 기사들을 보도하지 않고 있는 점, 북한이 최근 공개한 새 포스터들이 전쟁위험을 해소하고 남북이 자주통일, 평화, 공동 번영하자는 구호들을 강조한 점을 관심 있게 전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6년 5월 평양 중심가에 대형 선전 포스터가 걸려있다.

하지만 북한 대학에서 과거 주체사상을 가르쳤던 현인애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 객원 연구원은 앞서 ‘VOA’에 북한 정권이 대외적 협상용으로 보이려는 선전과 대내적으로 세뇌하는 혁명교양 교육을 구별해야 변화 의지를 제대로 읽을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현인애 위원] “북한이 일주일에 한 번씩 한시도 늦출 수 없는 것이 반제반미계급교양이다. 이렇게 표제를 달고 사업을 합니다. 그런 게 없어져야죠. 외부에서는 그런 게 무슨 소리인지 모르니까요.”

한편 익명을 요구한 이 서방 외교관은 최근 평양 내 기름값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고 밝혔습니다.

이 외교관에 따르면 1리터당 1.26 유로 대였던 휘발유 가격이 13일 현재 1.1 유로로 13% 하락했습니다.

또 1.50 유로 하던 디젤유는 1.32 유로로 12% 하락했다고 밝혔습니다.

유엔 안보리 제재로 급등했던 가격이 이처럼 떨어지면서 일각에서는 중국이 제재를 느슨히 해 준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 바 있습니다.

VOA 뉴스 김현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