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남북 체육·문화 교류 활발… “북한, 경제협력 확대 위해 비핵화 필요”

대전에서 열리는 코리아오픈 국제탁구대회 바로 전날인 16일 탁구 남측 선수단 서효원(오른쪽)과 북측의 김송이 선수로 구성된 남북 여자 복식팀이 대전 한밭체육관에서 열린 첫 공식 훈련에서 호흡을 맞추고 있다.

최근 남북한 사이에 체육 문화 교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한 ‘판문점 선언’ 이행 차원인데요, 경제 분야의 협력으로 이어지려면 북한의 과감한 비핵화 조치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이연철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북한 탁구대표팀이 처음 출전하는 코리아오픈 국제탁구대회가 17일 한국 대전에서 시작됐습니다.

북한 대표팀은 2016년 리우올림픽 여자 단식경기에서 동메달을 딴 김송이 선수를 포함해 남녀 각각 8명, 모두 16명으로 구성됐습니다.

이들 선수들은 남녀 단식과 복식, 혼합복식에 출전할 예정입니다.

특히, 남녀 복식과 혼합복식은 남북이 단일팀을 만들어 출전하기로 했습니다.

남북이 탁구대회에서 단일팀을 구성하는 것은 지난 5월 스웨덴에서 열린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도중에 여자 단일팀을 만든지 두 달 만입니다.

한국의 유승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은 지난 15일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대회에서 단일팀 출전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유승민 위원] “이것은 상당히 진전된 의미라고 할 수가 있고요, 이번 코리아오픈 때도 남과 북이 함께 손을 맞잡고 정말 멋있는 경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가 됩니다.”

지난 4일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남북통일농구 혼합경기에서 남측단과 북측단이 함께 입장하고 있다.

앞서, 이달 초 평양에서 열린 남북통일농구대회에 참가하는 한국 선수단과 정부 대표단이 북한을 방문했습니다.

2003년 이후 15년 만에 처음 이뤄진 남북통일농구대회는 남북한 선수들이 혼합해서 한 팀을 이룬 뒤 경기하는 혼합경기 방식과 각각 팀을 구성해 경기하는 친선경기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아울러, 남북한은 당시 체육 실무회담을 열고 남북 체육교류를 활성화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당시 북한 방문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온 조명균 한국 통일부 장관의 설명입니다.

[녹취: 조명균 장관] “가을에 서울에서 통일농구대회를 개최하기로 예정돼 있습니다만 그 사이에도 코리아오픈탁구대회, 그리고 아시안게임, 창원 세계사격선수권대회 등에서 남북 체육 교류가 계속 이뤄질 것입니다.”

실제로, 북한은 대전에서 열리는 코리아오픈 탁구대회에 선수 16명 등 25명의 대표단을 파견했습니다.

또, 다음달 열리는 인도네시아 아시안게임에서는 평창올림픽에 이어 개회식과 폐회식 때 남북 공동입장이 확정됐습니다. 남북한 선수들은 한반도기를 들고 함께 입장할 예정입니다.

특히 여자농구와 카누, 조정 등 3개 종목에서 남북 단일팀을 구성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북한은 또 8월 말 한국 창원에서 열리는 세계사격선수권대회에도 참가합니다. 선수단 규모는 21명으로, 8월31일 한국을 방문해 9월15일 돌아가는 일정입니다.

이밖에 남북은 가을에 서울에서 남북통일농구대회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이처럼 활발한 남북 간 체육 교류가 가능한 것은 비정치적인 분야이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신범철 센터장] “제재 부분에도 영향을 받지 않고, 그렇기 때문에 한국 정부가 교류협력을 확대하는데 있어서 쉽게 택할 수 있는 분야이기도 하고요.”

'우리집 이야기'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제공.

문화 분야의 남북 교류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12일 막을 올린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는 북한영화가 공식 상영됩니다.

‘미지의 나라에서 온 첫 번째 영화 편지’라는 제목으로 진행되는 이번 특별상영에서는 북한에서 제작된 3편의 장편과 6편의 단편 등 총 9편의 극영화가 소개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우리집 이야기’는 지난 2016년 평양국제영화축전 최우수영화상과 여배우연기상 수상작으로, 부모를 잃은 세 남매가 가정을 지키기 위해 벌이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입니다.

[녹취: 효과음: 영화 우리집 이야기 한 장면]

이 영화는 한국에 정식으로 수입되지 않은, ‘특수자료’로 분류된 북한영화 중 처음으로 일반 관객에게 공개상영됩니다.

북한 예술단의 서울 공연도 준비되고 있습니다. 한국 문화체육관광부의 황성운 대변인은 16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 예술단의 ‘가을이 왔다’ 공연과 관련해 북한에 일정을 문의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황성운 대변인] “지금은 먼저 날짜를 대략적으로 확정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북측에 언제쯤 했으면 좋겠느냐고 일정을 문의한 상태이고요, 북측에서 날짜가 오는대로 먼저 가능한 공연장을 섭외해서 실무적인 준비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북한 예술단의 ‘가을이 왔다’ 공연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4월 평양에서 열린 한국 예술단의 평양 공연 ‘봄이 온다’를 관람한 후 제안한 것입니다.

남북은 지난 4월 27일 정상회담에서 채택한 ‘판문점 선언’에서 각계각층의 다방면적인 협력과 교류, 왕래와 접촉을 활성화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남북 간 활발한 스포츠 문화 교류가 경제 교류와 협력 등 다른 분야로 당장 확대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됩니다.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에 따른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 제재로 기대만큼 속도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한국 정부 역시 대북 제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본격적인 경제협력 사업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대북 제재 때문에 남북 경제 교류와 협력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준형 교수] “제재시스템이 풀리지 않는 한 미국이 만들어 놓은 제재를 어길만한 것을 한국 정부 쪽에서 하기가 쉽지 않죠.”

김 교수는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비핵화를 향한 북한의 과감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이연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