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 입니다. 지금 이 시각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에 쏟아진 비난에 대해, 말실수와 오해가 있었다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해명했습니다. 어떤 내용인지 살펴보겠고요. 이란이 미국을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한 소식, 그리고 유럽행 난민이 스페인으로 몰리는 사정, 짚어보겠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와 정상회담에서 나왔던 말들에 대해 해명했군요?
기자) 네. 트럼프 대통령이 어제(17일) 백악관에서 공화당 하원의원들과 회동 직전 “분명히 해둘 게 있다”며 즉석 기자간담회를 자청했습니다. 전날 핀란드 헬싱키에서 진행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 내용에 몰리는 비난을 방어했는데요. 우선, 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자신이 말실수를 했고, 또 발언이 녹취되는 과정에 명확하게 전달이 안 돼 오해를 산 측면도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어떤 발언이 말실수였다는 거죠?
기자) 러시아 당국의 2016년 미국 대선 개입 사건에 관한 발언입니다. 당시 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뭐라고 말했는지 먼저 들어보시겠습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 “I have president Putin. He just said that it’s not Russia. I will say this: I don’t see any reason why it would be.” (7초-끝까지 틀어주세요.)
기자) “푸틴 대통령이 여기 있는데, 러시아는 그런 일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나도 러시아가 그럴 이유를 보지 못했다”는 말인데요. 러시아 당국이 해킹(불법 전산망 침입) 등으로 대선에 개입했다는 미국 정보기관들의 조사 결과를 부정하고, 오히려 푸틴 대통령 편에 선 발언이라, 정치권과 언론에서 비난이 몰렸습니다.
진행자) 말실수였다면, 본래 말하려던 뜻은 그게 아니라는 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어제(17일) 기자간담회에서 해명한 내용 들어보시겠습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 “I said the word 'would' instead of 'wouldn't’. The sentence should have been: 'I don't see any reason why I woudn’t’, or ‘why it wouldn't be Russia’…. Sort of a ‘double negative.’”
기자) ‘wouldn’t’이라고 해야 할 것을 ‘would’라고 잘못 말했다는 겁니다. 영어에서 강조할 때 쓰는, ‘이중 부정’에 실수가 있었다고 덧붙였는데요. ‘러시아가 그러지 않았을 이유를 보지 못했다’고 말하려던 의도였는데, ‘그럴 이유를 보지 못했다’로 표현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진행자) 러시아가 대선에 개입한 게 맞다, 그런 뜻인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나는 러시아의 대선 개입이 있었다는 우리 정보기관의 결론을 받아들인다, 다시 말하지만, 미국 정보기관들에 ‘완전한 신뢰’를 갖고 있다”고 트럼프 대통령은 덧붙였는데요. 하지만 이 정도 해명으로, 정치권과 언론의 비난이 잦아들지는 미지수입니다.
진행자) 해명을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인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온 세계의 시선이 집중된 정상외교 현장에서 단순히 말실수를 했다, 게다가 다른 문제도 아닌, 미-러 갈등의 근본 원인인 대선 개입 사건을 놓고 본래 의사와 정반대로 말했다는 해명이 우선 명쾌하지 않다는 반응이고요, 어제(17일) 기자간담회 현장에서도 러시아의 온전한 책임이 아니라는 식으로 한마디 덧붙인 게, 해명의 효과를 낮추고 있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이 뭐라고 덧붙였나요?
기자) 책임이 있는 건 “(러시아 외에) 다른 사람들일 수도 있다. 아주 많은 사람이 있다”고 트럼프 대통령은 말했습니다. 이 말을 두고 CNN방송은 “러시아의 대선 개입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이 여전히 확고하지 않은 증거”라고 비판했습니다.
진행자) 계속 문제가 되고 있는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어떤 내용인지 들여다보죠.
기자) 지난 2016년 실시된 미국 대통령선거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러시아 정보당국이 민주당 산하 주요기관, 일부 주 선거 관리위원회, 국무부 전산망 등에 불법 침입했다는 사건입니다. 얼마 전 미 법무부가 여기에 연루된 러시아인 12명을 공식 기소했는데요. 트럼프 선거 진영이 러시아 측과 결탁했다는 의혹과 함께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팀이 별도 수사를 진행중입니다.
진행자) 어제(17일) 기자간담회에서 또 어떤 이야기가 나왔나요?
기자) 적국 지도자인 푸틴 대통령과 공모(colluded)했다는 비판에 대해 “공모는 전혀 없었다”고 트럼프 대통령은 반복해서 말했습니다. 러시아와 관계를 개선하는 건 긍정적인 일이라고 강조했는데요. 두 나라는 세계 핵무기의 90%를 보유한 양대 핵 강국이라, 긴장이 이어지어지면 안 된다면서, 관계를 개선할 이유는 비단 그뿐만이 아니라고 덧붙였습니다.
진행자) 회담이 잘 됐는데, 부당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는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지구상 최악의 갈등 중 하나였던 미-러 관계에 커다란 진전을 이뤄낸 것이라고 이번 회담을 자평했는데요. 언론은 이걸 매우 부정확하게 다루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입장을 옹호하는 쪽도 있겠죠?
기자) 물론 있습니다. 공화당의 랠프 노먼(사우스캐롤라이나) 하원의원이 대표적인데요. 트럼프 대통령이 전형적인 정치인이 아니라 사업가 출신이기 때문에, 언론이 적절히 다루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나는 대통령의 말이 아니라, 행동을 본다”면서, “언론이 대통령의 긍정적인 면을 보도했으면 좋겠다”고 노먼 의원은 당부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듣고 계십니다. 이란이 미국을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했다고요?
기자) 네. 미국 정부가 다음 달부터 경제 제재를 다시 부과하는 데 맞서, 이란 정부가 미국을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했습니다. 재판소 측이 이런 사실을 어제(17일) 언론에 확인했는데요. “미국의 일방적 제재 재개는 불법이고, 이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이 제소의 목적”이라고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트위터’에 적었습니다.
진행자) 미국이 다음 달부터 이란에 제재를 재개하는 이유는 뭐죠?
기자) 이란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서방 측은 경제 제재를 풀어주기로 한 ‘2015년 핵 합의’에서 미국이 지난 5월 탈퇴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미국 정부의 대 이란 제재가 2단계 절차로 부활하는데요. 90일 유예기간을 둔 1단계, 달러·금·항공기 등 대 이란 거래가 다음 달 6일부터 금지됩니다.
진행자) 핵 합의에서 탈퇴했으니까 제재를 풀어줄 이유가 사라진 건데, 이란이 미국을 제소한 근거는 뭐죠?
기자) 60여 년 전 문건을 이란 정부가 들고 나왔습니다. 제재를 가하는 건, 지난 1955년 미국과 이란이 맺은 ‘친선과 경제 관계, 그리고 영사권에 관한 조약’ 위반이라고 이란 측은 소장에 적었는데요. 그 해 테헤란에서 양국이 서명한 이 조약은 “두 나라의 우호관계 강화 열망을 바탕으로, 호혜적인 통상·투자를 증진하고, 영사 관계에서의 문제들을 해결한다”고 명시했습니다.
진행자) 우호 관계를 강화하자는 1955년 약속을 미국이 어겼다는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은 이미 이 조약의 여러 조항을 위반했고, 계속해서 위반하고 있다고 이란 정부는 소장에 적었는데요. 국제사법재판소는 오는 10월 관련 심리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미국 정부의 입장 살펴보죠.
기자) 근거 없는 제소라고 국무부 관계자가 이날(17일) 로이터통신에 밝혔습니다. 승소를 자신한다는 뜻인데요. 1955년 맺은 조약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이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발언할 단계는 아니”라면서도, “법정에서 적극적으로 미국을 방어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미국이 빠진 ‘이란 핵 합의’, 지금 어떤 상황인가요?
기자) 이란은 유럽국가들, 그리고 중국과 경제 교류를 유지하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독일과 프랑스, 영국, 중국, 러시아 등 나머지 합의 당사국들과 고위급 협상을 이어가는 중인데요. 미국의 제재가 다음 달부터 재개되면, 이란과 거래하는 해당 국가 기업들도 ‘세컨더리 보이콧’ 대상이 되기 때문에, 사업 철수 결정이 이어지는 중입니다.
진행자) 이란 정부는 여기에 강경하게 맞서는 중이라고요?
기자) 네. 이란은 언제라도 핵개발을 재개할 수 있다는 의사를 거듭 밝히고 있습니다. “ 핵 합의를 계속 지키겠다. 하지만, 유럽연합(EU)과 협상이 실패한다면, 우라늄 농축을 강화할 수 밖에 없고, 그런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고 이란 원자력청 베흐루즈 카말반디 대변인이 어제(17일) 밝혔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올해 들어 스페인을 통해 유럽으로 들어오는 아프리카· 중동 난민들이 급증하고 있다는 소식이군요.
기자) 네, 올 1월부터 이달 15일까지 스페인을 통해 유럽으로 들어온 아프리카 ·중동 지역 난민이 1만8천여 명을 넘어섰다고 국제이주기구(IOM)가 17일 밝혔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스페인을 통해 유럽에 들어온 난민은 6천500명 정도였는데요. 그러니까 거의 3배나 늘어난 셈입니다.
진행자) 스페인으로 유입되는 난민이 이렇게 급증하는 이유가 뭔가요?
기자) 북아프리카나 중동 지역의 난민들이 유럽으로 가려면 대개 지중해나 에게해를 건너야 하는데요. 이탈리아나 그리스, 몰타, 터키 같은 국가들이 난민들에 대한 빗장을 단단히 잠그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최근 이른바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정부가 들어선 이탈리아는 북아프리카 지중해 연안 국가인 리비아와 손을 잡고 난민들에 대한 초강경 자세를 취하고 있습니다. 반면 스페인은 지난달 사회당 정부가 들어선 이래 난민 수용을 꺼려왔던 전임 우파 정부와는 달리 본격적인 난민 친화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럼 같은 기간 이탈리아 땅을 밟은 난민들은 얼마나 됩니까?
기자) 지난 7월 15일까지 이탈리아로 유입된 난민은 1만7천800여 명으로 나타났는데요. 이는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80%나 줄어든 겁니다.
진행자) 전체적으로 유럽에 들어오는 난민 수도 줄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국제이주기구(IOM)에 따르면 올 7월 15일 기준, 유럽에 들어온 난민 수는 총 5만1천 명가량인데요. 이는 11만 명정도였던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하면 절반으로 줄어든 수준입니다. 이보다 한 해 전인 2016년에는 같은 기간, 24만2천여 명에 달했습니다.
진행자) 최근 몇 년 사이에 리비아가 난민들이 유럽으로 가는 길목으로 떠오르고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북아프리카 국가인 리비아는 내전과 기근 등을 피해 고향을 등진 중동과 아프리카 난민들이 유럽으로 가는 주요 관문이 되고 있는데요. 최근 이탈리아 정부는 리비아 해군에 선박을 제공하면서까지 난민 단속을 강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뿐만 아니라 이탈리아 정부는 여기에 소요되는 비용도 부담한다는 방침인데요. 난민구호단체들은 이에 대해 난민들의 인권유린을 방조하는 행위라며 우려하고 있습니다. 현재 리비아 해안경비대는 난민선을 발견하면 이들을 리비아의 구금센터로 데려가 격리시키고 있는데요. 이곳에서 난민들을 대상으로 강간, 폭력, 고문 등이 만연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최근에도 우려할 만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습니까?
기자) 네, 스페인 구호단체 '프로악티바오픈암스(Proactiva Open Arms)에 따르면 난민 160명가량을 태운 난민선이 16일 리비아 해안경비대에 의해 저지당했는데요. 이 과정에서 난민 3명이 물에 빠졌습니다. 오픈암스는 17일 이 가운데 여성 1명은 생존했으며, 유아 1명을 포함해 2명은 사망했다고 밝혔는데요. 이 단체는 리비아 해안경비대가 이들을 방치했다고 비판했습니다. 하지만 리비아 해안경비대 측은 난민들은 홈스 난민 수용소에서 의료 지원을 받는 등 인도적 보호를 받고 있다며 인권단체들의 비난을 부인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