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부천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영화제에서 북한 영화 9편이 처음으로 일반인들에게 공개 상영됐습니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첫 남북 문화교류로, 북한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한 행사혔지만, 일부에서는 북한의 체제선전에 이용된다는 비판도 나왔습니다. 부천에서 이연철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북한과 영국, 벨기에가 합작한 영화 ‘김 동무는 하늘을 난다’가 20일 부천의 한국만화박물관에서 상영됐습니다.
북한 탄광의 광부인 여주인공이 평양에서 공중곡예사가 되는 꿈을 이룬다는 내용의 이 영화는 오는 22일까지 계속되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초청된 북한 영화들 가운데 하나입니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최용배 집행위원장은 20일 `VOA'와의 인터뷰에서, 영화가 사회를 반영하는 속성이 있다며, 남북관계가 개선되는 시점에서 북한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북한 영화들을 초청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최용배 위원장] “ 영화인들에게 북한 영화가 어떤 것이냐 하는 것도 필요해 보이고, 일반인들에게도 북한을 알고 이해하는 데 최신의 북한 영화가 기준점 같은 것을 제시하지 않을까 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최 위원장은 특히, 한국에서 일반 관객들이 북한 영화를 자유롭게 관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동안 북한 영화는 ‘특수자료’로 분류돼 상영이 엄격히 제한됐고, 상영이 허가된 경우에도 인적사항 기재 등 절차와 과정을 거쳐 선별된 사람만 영화를 볼 수 있는 ‘제한상영’이었지만, 이번에는 관계 당국의 승인을 받고 그런 제한을 모두 없앴다는 겁니다.
이날 ‘김 동무는 하늘을 난다’를 관람한 사람들도 대부분 북한과 북한 영화에 대한 호기심 때문에 극장을 찾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관객들 반응] “ 북한 영화를 한다고 해서 비교를 한 번 좀 해 보고, 우리 방화하고.”
“최근에 북한과 관련된 정치 사회적 이슈가 많기도 하고 북한 문화를 접할 기회가 없었는데, 궁금해서 한 번 보게 됐습니다.”
“일단 북한 영화를 만나 보기가 쉽지 않은데, 여기서 큰 스크린으로 본 것도 정말 좋았고, 뭔가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완성도가 높은 것 같고...”
이밖에도 이번 영화제에는 2016년 평양국제영화축전 최우수상 수상작인 ‘우리집 이야기’와 북한의 고전영화로 꼽히는 ‘불가사리’ 등 장편영화 3편과 단편영화 6편 등 모두 9편이 상영됐습니다.
최용배 집행위원장은 영화제 사흘 전에야 북한 영화 참가가 확정돼 홍보할 시간이 부족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15일 공개 상영한 ‘우리집 이야기’ 같은 영화에는 1천명 이상이 모였고, 반응도 좋았다고 말했습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박영정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남북관계와 미-북 관계가 개선되는 상황에서 북한 영화의 한국 상영은 의미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영정 선임연구위원] “지난10년 간 어떻게 보면 꽉 막혀 있었던, 단순히 물리적으로 막혀 있을 뿐아니라 그동안 문화적으로도 단절되고 막혀 있었는데, 새로운 상황에서 분위기를 바꾸어 가는데 일조하는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번 영화제가 진행되는 동안 북한 영화 상영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았습니다.
북한인권단체 ‘노체인’의 정광일 대표는 20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 영화 상영을 허가해 주는 한국 정부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정광일 대표] “저희가 (북한에) 콘텐츠를 보내는데, 거기에는 남한을 찬양하거나 북한체제를 무너뜨려야 된다, 이런 내용이 없거든요. 그것은 말리고, 북한 영화는 여기와서 마음대로 상영된다는 것 자체가 참 이해가 안 되고...”
‘김 동무는 하늘을 난다’가 상영된 한국만화박물관에서도 북한 영화 상영에 반대하는 2인 시위가 벌어져 잠시 소동이 일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VOA'에 영화 상영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시위자들 반응] “북한 김정은을 찬양하는 영화를 튼다는 게 상식적으로 있을 수 있는 일입나까? 도저히 묵과할 수 없습니다. 상영을 멈춰야 됩니다.”
“이런 상영물을 방영한다는 것은 체제선전 밖에 안 된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실제로, 북한 영화 ‘우리집 이야기’ 같은 경우, 북한체제를 선전하고 김 씨 일가 3대를 찬양하는 장면과 대사가 영화 곳곳에 담겨 있습니다.
최용배 집행위원장은 한국사회에는 그 같은 체제선전에 거부감을 가진 사람이 있는 것이 현실이라는 점을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영화제라는 행사는 인정하지 않는 문화와 가치에 대해서도 열린 마음으로 서로 교류하는 공간이라며, 북한 영화도 그런 측면에서 봐 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녹취: 최용배 집행위원장] “체제선전이라든가 이런 것들이 있는 것은 저희가 받아들이고 이해할 수는 없지만, 북한 영화를 알아야 한다는 점에서는 성숙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지 않을까 여겨지고요...”
박영정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 영화 속에 담긴 체제선전에 크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사회는 매우 다양한 구성원들로 이루어졌고, 받아들이는 정도가 다 다르다는 겁니다.
[녹취: 박영정 선임연구위원] “북한의 영화는 상당 부분, 또는 최소한이라도 모든 영화가 체제선전과 관련돼 있기 때문에, 우리가 그런 부분을 그대로 수용하기는 어려울 것이고요. 그래도 충분히 우리 관객들은 자기 나름대로의 문화를 수용하는 역량, 관점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런 점을 감안해서 이건 북한 영화라고 이해를 하고...”
박 연구위원은 한국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나서 북한이나 북한 영화를 비판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부천에서 VOA뉴스 이연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