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너포트 재판 시작..연방지법, 불법입국 아동 수용 환경 개선 명령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선거대책본부장을 지냈던 폴 매너포트.

생생한 미국 뉴스를 전해 드리는 ‘아메리카 나우’ 시간입니다. 김정우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지난 미국 대통령 선거 기간에 몇 개월 트럼프 후보 진영의 선거대책본부장을 지냈던 폴 매너포트 씨에 대한 재판이 오늘(31일) 시작됩니다. 미국 국경을 불법으로 넘다 잡혀 텍사스주 소재 수용소에 있는 아이들 가운데 일부를 모두 이송하라는 연방 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버니 샌더스 상원 의원이 제안한 전 국민 의료보험제도를 실행하는데 약 32조 달러가 들 것이라는 계산이 나왔다는 소식, 이어서 전해 드립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첫 소식입니다. 오늘(31일) 버지니아주 알렉산드리아시에 있는 연방 법원에서 눈길을 끄는 재판이 시작되죠?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 대선 기간에 몇 달 동안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선거대책본부장을 지냈던 폴 매너포트 씨에 대한 재판이 시작됩니다. 매너포트 씨는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하는 로버트 뮬러 특검이 기소했습니다.

진행자) 재판에 넘겨진 혐의는 어떤 내용입니까?

기자) 네. 지난 2월에 기소됐는데 금융 사기와 조세 포탈 등 32개 혐의입니다. 중요한 내용은 동료인 릭 게이츠 씨와 공모해서 자기 수입 3천만 달러 이상을 숨긴 겁니다.

진행자) 기소 내용이 러시아 스캔들하고는 관련이 없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하다가 특검이 별도로 밝혀낸 혐의로 개인 범죄입니다. 참고로 특검이 수사하는 러시아 스캔들은 러시아가 지난 미국 대선에 개입했고, 이 과정에서 트럼프 진영과 러시아가 내통했다는 의혹입니다.

진행자) 매너포트 씨가 특검에 기소된 것이 한 번이 아닌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기자) 네. 모두 세 번에 걸쳐 기소됐습니다. 첫 번째는 지난해 역시 릭 게이츠 씨와 함께 기소됐는데, 여기서는 모두 12가지 혐의가 적용됐습니다. 등록하지 않고 우크라이나 정부 로비스트로 활동한 혐의, 돈세탁, 그리고 허위 진술 등이 주요 혐의였는데요. ‘로비스트’라면 특정 압력 단체의 이익을 위해 입법에 영향을 줄 목적으로 정당이나 의원을 상대로 활동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오늘(31일) 시작된 재판은 지난 2월에 나온 두 번째 기소에 관한 겁니다.

진행자) 그럼 세 번째 기소에서 적용된 혐의는 어떤 내용입니까?

기자) 지난 6월에 기소됐는데요. 매너포트 씨가 지난 2월부터 4월 사이에 자기 혐의와 관련된 핵심 증인 2명에게 전화하거나 전화로 문자를 보내고 암호 메시지를 보내서 이들을 회유하려 했다는 겁니다. 매너포트 씨는 당시 1천만 달러 보석금을 내고 가택연금 중이었습니다.

진행자) 매너포트 씨가 가택연금 상태에서 증인들을 회유하려 했다는 말이군요?

기자) 맞습니다. 그래서 특검은 매너포트 씨의 가택연금을 취소하고 재판 때까지 그를 교도소에 가둬야 한다고 요청했는데요. 법원이 이 요청을 받아들여 매너포트 씨는 지금 교도소에 수감된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진행자) 매너포트 씨는 이제까지 혐의 내용을 인정했습니까?

기자) 아닙니다. 모든 기소 내용을 부인하고 무죄를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함께 기소된 동료 릭 게이츠 씨는 유죄를 인정했습니다.

진행자) 게이츠 씨는 구체적으로 어떤 혐의를 인정한 건가요?

기자) 네. 매너포트 씨와 함께 금융사기에 참여한 혐의, 또 지난 2013년 매너포트 씨가 의회 관계자와 로비스트를 만나 우크라이나 문제를 논의했는데, 이 만남에 대해 수사당국에 거짓말했다는 혐의입니다. 2013년이면 매너포트 씨와 게이츠 씨가 우크라이나 정부를 위해 정치자문역으로 활동하던 때입니다.

진행자) 매너포트 씨가 유죄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건 특검 수사에 협조할 뜻이 없다는 말도 되겠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언론과 정치권에서는 매너포트 씨가 특검 수사에 협조할지 여부에 관심이 있는데요. 하지만, 아직은 그런 조짐이 없습니다.

진행자)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건 매너포트 씨가 러시아 스캔들 수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죠?

기자) 맞습니다. 짧은 기간 트럼프 후보 진영에 있었지만, 매너포트 씨는 특검이 주목하는 사건에 관련돼 있고요. 또 매너포트 씨 자체가 과거에 러시아와 연관된 일을 많이 해서 주목 대상입니다.

진행자) 특검이 주목하는 사건이라면 뭘 말하나요?

기자) 2016년 여름에 있었던 뉴욕 트럼프타워 회동입니다. 당시 매너포트 씨와 트럼프 대통령 아들인 트럼프 주니어 씨,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 사위로 현재 백악관 선임 고문인 재러드 쿠슈너 씨가 러시아 여성 변호사를 만난 사건입니다. 당시 이 러시아 변호사는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에게 불리한 정보를 갖고 있다고 접근했는데요. 특검이 이 회동을 중점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은 매너포트 씨에 대해 어떤 말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군요?

기자) 트럼프 대통령, 대선 기간 연방수사국(FBI)이 매너포트 씨를 조사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자신에게 알려줬어야 했다면서, 그랬다면 매너포트 씨를 기용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고요. 또 매너포트 씨 기소 내용이 자신의 대선 선거 운동과는 관련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지난달 텍사스 브라운스빌의 미 관세국경보호청 수용시설에서 불법으로 국경을 넘어온 후 부모와 분리된 아이들이 잠을 자고 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두 번째 소식입니다. 최근 불법이민자 수용소에 있는 아이들 문제가 논란이 많은데, 이 문제와 관련해서 어제(30일) 연방 법원에서 중요한 판결이 나왔군요?

기자) 캘리포니아주 소재 연방 지법 돌리 지 판사가 몇몇 인권단체가 최근 제기한 소송에 대해 내린 판결인데요. 텍사스주 맨블시 실로 수용시설에 있는 아이들을 다른 시설로 옮기라는 겁니다. 이 수용소는 연방 보건후생부가 관리하는데, 지난 2013년부터 미국 국경을 불법으로 넘다 잡힌 아이들이 수용돼 있습니다.

진행자) 아이들을 이송하라는 이유가 뭔가요?

기자) 네. 환경이 열악하고 몇몇 직원이 아이들을 함부로 다뤘다는 겁니다. 지 판사는 수용소 환경이 지난 1997년에 나온 ‘플로리스 합의’를 위반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플로리스 합의는 불법으로 국경을 넘다 잡힌 미성년자들을 연방 정부가 보살피고 이들을 20일 이상 구금할 수 없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진행자) 수용소가 아이들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뤘다는 겁니까?

기자) 부모 동의 없이 신경안정제를 주거나, 너무 많은 아이를 수용하기도 하고, 외부에 전화를 못 하게 했다는 겁니다. 그런가 하면 말을 듣지 않는 아이들을 심한 벌을 주기도 했다는군요.

진행자) 그럼 이 실로 수용소는 문을 닫는 겁니까?

기자) 그렇지는 않고요. 수용 환경을 개선하라는 명령이 나왔습니다. 한편 돌리 지 판사는 면허가 있는 심리상담가나 정신과 의사가 아이들을 직접 상담한 뒤에 자신이나 주변에 위협을 주지 않는 아이들은 모두 다른 시설로 이송하라고 명령했습니다. 또 아이들에게 신경안정제를 주려면 부모 동의나 법원 명령을 받아야 하고 전화하는 것을 모두 허용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진행자) 최근 미국에서는 불법으로 국경을 넘다 잡힌 아이들을 둘러싼 논란이 많았죠?

기자) 네. 트럼프 행정부가 이른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면서 국경을 불법으로 넘다 잡힌 아이들을 부모와 떼놓았는데, 이 조처가 크게 문제가 됐습니다.

진행자) 이 ‘무관용 원칙’도 그렇지만 이렇게 부모와 헤어져 수용소에 보내진 아이들을 둘러싼 수용소 환경도 구설에 오르지 않았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수용 시설이 부족한 상태에서 갑자기 많은 아이를 수용하다 보니까 많은 문제가 생겼는데요. 이를 개선하라는 요구가 많았습니다.

진행자) 그럼 어제(30일) 판결은 이런 요구에 부응하는 결과로군요?

기자) 맞습니다. 많은 친 이민 단체와 인권 단체가 이 판결을 환영했습니다. 한편 실로 수용소 측은 수용 환경과 관련해 그간 몇몇 연방 부서 점검을 받았다고 해명했습니다. 이 건과는 별개로 지난주 돌리 지 판사는 어린이들을 수용하는 시설의 상황을 점검하도록 독립 감시요원을 임명했습니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지난해 9월 기자회견을 열고 새로운 건강보험안을 공개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버니 샌더스 상원 의원이 제안한 의료보험 제도를 시행하는데 32조 달러가 넘는 돈이 든다는 추산이 나왔군요?

기자) 네. 버지니아 소재 조지메이슨대학 소속 연구기관인 '메르카투스센터(Mercatus Center)'가 30일 보고서를 냈는데요. 샌더스 상원 의원의 의료보험 제도를 실행하려면 2022년부터 2031년까지 10년 동안 약 32조 6천억 달러가 들 것으로 보고서는 전망했습니다.

진행자) 무소속인 샌더스 상원 의원이 제안한 의료보험 제도가 바로 ‘모두를 위한 메디케어(Medicare for All)’를 말하는 거죠?

기자) 맞습니다. ‘메디케어(Medicare)’라면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연방 정부가 제공하는 건강보험 제도인데 이걸 전 국민에게 확대하자는 뜻으로 ‘모두를 위한 메디케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진행자) 국가 의료보험이라면 북한이 원래 나라가 무상의료를 제공하는 체제였고, 한국도 정부가 의료보험을 관리하는데, 미국은 이런 체제와는 아주 다르지 않습니까?

기자) 네. 미국은 현재 공공 의료보험과 민영 의료보험이 같이 운영되는 상태입니다. 하지만, 역시 민영 의료보험이 중심인데요. 그렇다 보니까 의료보험 관리가 상당히 복잡하고요. 보험 혜택을 받는데 제한이 많습니다.

진행자) 샌더스 의원이 제안한 ‘모두를 위한 메디케어’는 구체적으로 어떤 혜택을 제공합니까?

기자) 네. 연방 정부가 관리하는 보험 체제 아래 거의 모든 의료 서비스에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또 병원에 가서 진료받고 내는 돈이나 ‘디덕터블(deductibles)’, 즉 ‘본인부담금’을 모두 없앴습니다. 기존 체제에서는 가령 본인부담금이 1천 달러라면 진료비가 1천 달러가 넘는 경우에만 보험 회사가 돈을 지급합니다. 샌더스 의원은 이미 지난해 일부 민주당 의원들과 함께 ‘모두를 위한 메디케어’ 법안을 발의한 상태입니다.

진행자) 기존 민간 보험 회사들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기자) 없어지는 건 아니고요. 성형 수술 같이 특별한 의료 서비스만 보장해주는 기능을 합니다.

진행자) 그런데 취지는 좋은데 역시 비용이 문제겠죠?

기자) 그렇습니다. 조지메이슨대학 메르카투스센터는 이런 방안이 연방 정부 지출을 늘리고 세금 인상을 초래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하지만, 메르카투스센터는 ‘모두를 위한 메디케어’를 실행하면 보험 관리 비용이나 약값은 크게 낮아질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진행자) 세금 인상이나 연방 정부 지출 증가는 공화당이나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반대하지 않습니까?

기자) 물론입니다. 그래서 보수 진영은 ‘모든 사람을 위한 메디케어’를 실현되기 힘든 방안이라고 비판합니다. 한편 메르카투스센터 추산이 나오자 샌더스 의원 측이 성명을 냈는데요. 많은 주요 국가가 전 국민 의료보험제도를 시행해서 좋은 결과를 얻었는데, 미국이 이를 도입하지 못한다고 하는 것은 이상하다고 비판했습니다.

진행자) 네. ‘아메리카 나우’,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김정우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