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판문점 선언 100일… “남북관계 개선됐지만 비핵화·종전 선언 속도 못내”

문재인 한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4월 27일 정상회담에서 채택한 '판문점 공동 선언문'을 발표하고 있다.

남북한이 4·27 정상회담에서 ‘판문점 선언’에 합의한 지 내일(4일)로 100일이 됩니다. 전문가들은 극한 대결로 치달았던 남북관계가 크게 개선됐지만 비핵화 협상과 종전 선언 등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서울에서 이연철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4월27일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채택한 ‘판문점 선언’을 통해,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며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렸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러면서, 남북관계의 전면적이며 획기적인 개선과 발전과 군사적 긴장 상태 완화, 일체의 적대행위 중지, 연내 종전 선언 등에 합의했습니다.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의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100일 동안 일부 난관이나 교착 국면이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흐름이 이어졌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선임연구위원] “큰 틀에서 비핵화와 남북관계, 평화체제 이 3가지가 순항은 아니지만, 진전의 흐름은 이어가고 있다,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남북 간에 군사와 도로, 이산가족, 개성연락사무소 등의 분야에서 분과회담들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대북 제재 국면 때문에 속도를 내지 못할 뿐, 준비는 상당히 잘 되고 있다며, 오히려 국제사회에서 한국 정부가 너무 빠르게 나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올 정도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대북 제재라는 한계 때문에 일부 어려움이 있고, 이에 따라 북한은 남북관계가 빨리 진척되지 않는 데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특히 종전 선언과 관련해, 미국과 북한이 상대방을 신뢰하지 못하고 서로 선제행동을 요구하면서 충돌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이에 따라 미국과 북한 간 신뢰 구축을 위해 한국 정부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선임연구위원] “양쪽의 동시행동을 도출하도록 양측을 설득하거나 일방이 특정한 행동을 했을 때 다른 일방의 확실한 대응과 보장, 보상 조치가 있다는 것을 우리가 보장하는 방안이 있죠.”

동국대학교의 김용현 교수는 판문점 선언 이후 지난 100일이 핵 없는 한반도를 향한 출발점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용현 교수]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이나 북한의 무력시위가 없었다는 점에서 지난 100일이 한반도에서 비핵화 평화체제로 가는 출발점, 그런 점에서 저는 의미있는 시간이었다고 보고요.”

김 교수는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지 100일, 미-북 정상회담이 열린 지 50일 정도 밖에 지나지 않았다며, 너무 성급하게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지난 100일 간은 비핵화 평화체제를 출발시키는 과정이기 때문에 상호 간에 여러 가지 입장 차이가 나타나거나 서로 유리한 입장에 서기 위해 샅바싸움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이를 과대해석할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김 교수는 지금은 남북한과 미국이 비핵화 평화체제로 가는 틀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며, 일부 견해 차이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비핵화 평화체제로 가는 과정에서 남북관계가 미-북 관계나 한반도를 둘러싼 전체적 흐름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한국 정부도 이 점을 전제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앞으로 종전 선언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다룰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용현 교수] “유엔총회에서 남-북-미, 또는 남-북-미-중 간에 종전 선언과 관련된 문제를 어떻게 돌파해 나가느냐, 그런 것을 통해서 문제와 현재 상황들을 관리해 나가느냐...”

문성묵 한국국가안보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판문점 선언의 내용 중에 군사 분야 긴장 완화 등 점진적으로 추진되는 부분이 있지만, 동시에 잘 이행되지 않는 부분들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문성묵 센터장] “남북관계가 본격적으로 발전하려면 북한 핵 문제에 가시적인 진전이 있어야 되는데, 그런 것들이 제대로 안 되고 있으니까 남북관계 발전에도 한계가 있는 것이고...”

문 센터장은 북한이 이런 부분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며, 지금은 불만의 수위를 적절히 조절하고 있지만, 앞으로 남북 간 대화가 중단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한국 정부는 판문점 선언에 명시된 대로 종전 선언을 올해 안에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핵 문제에 가시적인 진전이 없으면 종전 선언이 어렵다는 미국의 입장 때문에 고민이 깊어지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문 센터장은 이처럼 미국과 북한 간에 극명한 입장 차이가 드러나면서 한국의 역할에 일부 한계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는 북한에 대해 비핵화 진전이 없으면 남북관계 발전이 어렵고 제재 완화도 불가능하다는 확고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문성묵 센터장] “우리로서는 북한이 비핵화에 적극 나올 수 있도록 만날 때마다 설득을 하고, 비핵화의 진전이 없으면 현실적으로 남북관계 발전도 어렵고 북한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을 분명하게 인식시켜주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이 되고요.”

문 센터장은 이와 함께 미국과는 신뢰를 바탕으로 한 확고한 공조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아산정책연구원의 최강 부원장은 판문점 선언이 큰 의지를 갖고 시작했지만, 선언의 이행이 당초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최강 부원장] “각 분야별로 균형이 잘 안 맞는다고 생각이 되죠. 핵심적인 비핵화는 안 돼 있고, 경협은 제재 때문에 안 되고 있고, 그래서 기대했던 것보다는 어려운 상태라고 생각합니다.”

최 부원장은 남북관계 진전을 통해 북 핵 문제와 북한 문제를 해결하고 미-북 관계를 견인하겠다는 한국 정부의 노력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 증명됐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북한 문제의 국제화가 상당히 진전돼 돌이킬 수 없을 상황이라며, 따라서 주변국들, 특히 문제 해결의 열쇠를 갖고 있는 미국과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최강 부원장] “북한의 핵 결단이 받아야 될 것이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강력한 압박이 있어야 될 가능성이 있다는 거죠.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이 미국과 같이가는 모습을 보여야지….”

최 부원장은 아울러, 한국 정부는 북한이 비핵화 진전 조치를 취할 경우에는 미국이 종전 선언과 평화체제에 대해 보다 유연한 입장을 가질 수 있도록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이연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