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 입니다. 지금 이 시각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미국과 일본이 워싱턴에서 고위급 통상 협상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의견 차만 드러냈는데요. 자세한 사정 들여다보겠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하는 연합군이 예멘에서 통학버스를 폭격해, 어린이를 포함해 130명 가까운 사상자가 났고요. 중국 사회가 고령화되면서 출산 정책을 다시 손봐야 한다는 지적, 이어서 살펴보겠습니다.
진행자) 미국과 일본이 고위급 통상 협상을 시작했군요?
기자) 네. 모테기 도시미쓰 경제재정상이 이끄는 일본 정부 통상 대표단이 워싱턴에 왔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신조 총리가 지난 6월 합의한 '통상 불균형 해소' 고위급 협상을 어제(9일) 시작했는데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이끄는 미국 협상단이 2시간여 동안 만났습니다. 하지만 일단 의견 차만 확인했고요. 오늘 회의를 속개하기로 했습니다.
진행자) 어떤 의견 차가 있는 거죠?
기자) 근본적인 접근 방식부터 다릅니다. 미국은 일본과 1대1 무역협정을 맺자는 입장이고요. 일본은 기존 다자무역체계의 틀을 활용하자는 쪽입니다. 미국이 지난해 트럼프 행정부 출범 직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탈퇴했는데, 여기 복귀하라는 게 일본의 요구입니다. 모테기 일본 재정상은 어제(9일)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미국은 양자 간 교섭을 하고 싶다는 의향을 우리(일본)에게 밝혔고, 일본은 TPP가 쌍방에 최선이라는 입장을 (미국에) 설명했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미국은 왜 1대1 협정을 원하나요?
기자) 이전 미국 정부가 TPP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같은 다자간 무역협정들을 맺을 때, 협상을 잘못했다고 트럼프 대통령은 꾸준히 지적해왔습니다. 대상 국가들과 심각한 무역 불균형을 낳는 결과로 이어졌고, 미국 내 산업과 노동자들에 피해를 봤다고 비판했는데요. 각 나라와 개별 협상을 통해, 미국의 이해를 좀 더 반영할 수 있는 1대1 무역협정을 선호한다고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 차례 밝혔습니다.
진행자) TPP 복귀가 아니라, ‘미-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이 미국 정부의 궁극적 목표군요?
기자) 맞습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지난달 26일 의회에서 증언했는데요. 일본은 미국의 TPP 복귀를 원하고 있지만, “우리(미국)는 일본과 (개별) FTA를 논의해야만 한다”고 고위급 통상 협상에 임하는 계획을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반면, 일본은 왜 TPP를 선호하는 거죠?
기자) TPP 같은 다자간 무역협정에서는 미국의 공세적 무역정책이 여러 나라로 분산되기 때문에, 일본이 일방적으로 불리해지는 상황을 피할 수 있다는 계산입니다. 하지만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동차 관세를 비롯한 다양한 카드를 갖고 있기 때문에, 일본이 결국 FTA 체결 논의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진행자) 접근 방식이 다르다는 점 짚어봤고요. 구체적으로 들어가서, 쟁점이 되는 무역 분야들도 있겠죠?
기자) 조금 전 말씀 드린 자동차, 그리고 농산물, 두 가지가 가장 큰 쟁점입니다. 미국 도로에는 수많은 일본산 자동차들이 돌아다니는 반면, 일본에는 미국 자동차들이 그 만큼 많지 않은 실정인데요. 이게 미-일 통상 불균형의 핵심이라고 미국 정부는 파악합니다. 미 상무부 자료를 보면, 지난해 일본을 상대로 690억 달러 무역 적자를 냈는데, 이 가운데 70% 정도를 자동차가 차지했습니다.
진행자) 자동차 수입을 늘려라, 미국은 일본에 요구하는 거군요?
기자) 맞습니다. 미국 정부가 앞서 몇 차례 공식 요구를 했는데요. 일본은 현실적인 여건상, 갑자기 자동차 수입을 확대할 수는 없다고 답했습니다. 그래서 미국은 자동차에 고율 관세를 고려하면서, 농산물 수입을 늘리라고 함께 요구하고 있습니다. 콩과 소고기 같은 것들인데요. 여기에도 일본은 소극적인 입장입니다. 일본 사회가 농산물 시장 개방에 민감하기 때문인데요.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모테기 재정상에게 “농산물 개방은 절대 안 된다”는 특명을 내린 것으로 마이니치 신문 등이 전했습니다.
진행자) 미국의 요구를 이도 저도 받아들일 수 없다면, 대안을 내놨습니까?
기자) 미국이 TPP에 복귀하면 농산물 수입도 자연스럽게 늘 것이라고 일본은 주장합니다. 지금 미국산 쇠고기가 일본에 들어갈 때 붙는 관세가 38.5%에 달하는데요. TPP 규정 하에서는 냉동육과 생고기를 통틀어 9%로 관세가 떨어집니다. 4분의 1 미만으로 줄어드는 거죠. 일본인들은 ‘와규’ 같은 자국산 소 품종을 선호하고, 관세 때문에 가격차가 커서 미국산 소고기 소비가 많지 않은데요. 미국이 TPP에 복귀하면, 이런 문제가 해소된다고 일본 측은 미국을 설득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미국 무역에서 일본의 비중이 어느 정도인가요?
기자) 중국, 멕시코 다음으로 적자가 많은 대상이 일본입니다. 지난해 기준으로 중국에 3천750억 달러, 멕시코에 710억 달러, 일본에는 앞서 말씀 드린 대로, 690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는데요. 미국 정부는 이런 상황을 시정하기 위해서, 중국을 상대로 주요 수입품에 최고 25% 관세 부과를 속속 시행하고 있고요. 멕시코와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나프타) 개정 협상을 진행 중입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듣고 계십니다. 사우디연합군이 예멘에서 통학버스를 폭격했다고요?
기자) 네.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하는 아랍연합군이 어제(9일) 예멘에서, 어린이들이 탄 버스를 폭격했다고 후티 반군 측 보건당국이 밝혔습니다. 50명이 숨지고, 77명이 다친 것으로 발표했는데요. 사망자 가운데 최소한 29명이 15세 미만이고, 부상자 중에도 최소 30명이 어린이들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구체적인 사건 경위를 살펴보죠.
기자) 오늘(10일)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 보도와, 국제 구호기구 '세이브더칠드런(Save The Children)' 성명 등을 보면요. 예멘 남부 사다주 자흐얀에서 ‘여름 코란(이슬람 경전) 학교’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야외 수업을 마치고 버스 편에 학교로 돌아가던 중 미사일 공습을 받았습니다. 운전사가 물을 마시려고 시장 앞에 차를 세운 사이 강력한 폭발이 일었고, 이내 현장이 폐허가 됐는데요. 후티 반군 매체 ‘알마시라’는 어린이들의 시신과 함께 부상자 후송 장면 등을 잇따라 내보냈습니다. 이에 사우디 주도 연합군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이 이어지는 중입니다.
진행자) 사우디 주도 연합군 쪽에서도 이번 일을 확인했습니까?
기자) 네. 하지만, 정당한 공격이었다고 밝혔습니다. 투르키 알말리키 연합군 대변인은 “이번 공격은 합법적 목표를 겨냥했다”면서, 전날(8일) 사우디 남부에서 10여 명 사상자를 낸 후티 반군 공격에 맞선 “합법적 군사행동”이라고 밝혔는데요. 버스에 후티 반군이 타고 있었고, 반군이 어린이들을 인간 방패로 이용했다는게 연합군 측 주장입니다.
진행자) 국제사회 반응 짚어보죠.
기자) 진상 조사 요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제적십자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이번 사태를 “어린이들을 위험에 몰아넣는 끔찍한 일”로 규탄하면서, “용납할 수 없는 사건”이라고 밝혔고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사우디나 후티 반군 측의 영향을 받지 않는, 독립적인 사건 조사를 촉구했습니다.
진행자) 미국 정부 입장은 어떤가요?
기자) 미국도 조사 요구에 동참했습니다. 헤더 노어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번 사건에 대해 “구체적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면서도 “해당 보도에 깊이 우려하고 있으며, 사우디 주도 연합군이 철저하고 투명하게 조사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는데요. 유엔에서는 독립 조사를 요구하는 반면, 미국은 사우디 측을 조사 주체로 특정한 게 차이점입니다.
진행자) 사우디와 반군이 예멘에서 왜 싸우는 겁니까?
기자) 사우디와 이란의 싸움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예멘은 아라비아 반도 남쪽 끝에 있는 나라인데요. 이슬람 시아파인 후티 반군이 '시아파 맹주' 이란의 지원을 받아 2014년 수도 사나를 점령했습니다. 수니파인 압드라부 만수르 하디 정부를 수도에서 쫓아냈는데요. 이란의 영향력 확대를 우려한, '수니파 종주국'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듬해 연합군을 구성해 내전에 참가했습니다. 하디 정권을 적극 지원했는데요. 예멘 정부와 후티 반군의 내전이, 사우디와 이란의 대리전 양상으로 발전하면서 4년여째 극심한 혼란이 이어지는 중입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요즘 일본, 한국에 이어 중국도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가 심각하다는 소식이네요.
기자) 네, 중국 정부는 지난 2015년, 무려 35년 동안 시행해왔던 '한 자녀 정책'을 폐지하고 '두 자녀 정책'을 도입했는데요. 두자녀 정책 시행이 3년 가까이 되지만, 기대했던 것보다 출산율이 저조하다고 미국 CNN 방송이 보도했습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오히려 인구 증가율이 하락세를 보인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중국 정부가 현재 국민들에게 더 많은 자녀를 낳도록 출산을 독려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중국 정부가 아예 계획출산 정책을 폐지할지도 모른다, 이런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고요.
기자) 네, 한국이나 중국 같은 아시아권에서 통용되는 '12간지'에 따르면, 내년은 돼지의 해인데요. 이에 맞춰 중국 정부는 이번 주, 돼지가 그려진 내년도 기념 우표를 선보였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선보인 우표 중 하나에 엄마, 아빠 돼지와 함께 세 마리 아기 돼지들이 있는 가족의 모습이 그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네티즌들을 중심으로 중국 정부가 두 자녀 정책마저 폐지하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힘을 얻고 있습니다.
진행자) 현재 중국 여성들의 출산율은 어느 정도나 됩니까?
기자) 지난해 중국 여성의 출산율은 여성 1명당 총 1.6명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니까 평생 낳는 자녀가 두 명이 안된다는 건데요. 이는 중국 정부가 인구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데 필요한 출산율 2.1명에 못 미치는 수치입니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한 자녀 정책에서 두 자녀 정책으로 바꾸는 건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중국 여성들이 정부의 장려에도 불구하고 출산을 꺼리는 이유가 뭘까요?
기자) 경제적인 이유가 가장 큽니다. 특히 도시 중산층에서 출산율 저조 현상이 흔한데요. 자녀 양육비가 점점 더 오르는 데다, 자녀 양육에 필요한 시간도 점점 더 많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그러다 보니 도시에 사는 많은 젊은 부부들이 아이를 갖지 않고 있는 형편입니다.
진행자) 사회적 분위기도 여성들이 출산을 꺼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요.
기자) 네, 노동현장에서 성차별을 금지하는 법이나 규정이 마련되어 있긴 하지만, 여전히 중국 여성들은 취업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지난해 나온 한 조사 결과를 보면 75%의 기업이 두 자녀 정책에 따라 여성들의 채용을 더 꺼리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두 자녀 정책 때문에 오히려 여성들이 취업하기가 더 어렵다는 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고용주들은 아직 아기가 없는 여성의 경우, 장차 두 번의 육아 휴직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더 꺼릴 수 있다는 겁니다. 중국의 여성 노동 참여율은 지난 2007년 83%에서 2017년에는 81%로 떨어졌습니다.
진행자) 중국의 고령화 문제는 어느 정도나 심각합니까?
기자) 지난 1965년, 중국의 65세 이상 인구는 3.5%가 채 안됐습니다. 하지만 매년 꾸준히 증가해 2015년에는 9.5%에 달했습니다. 이는 인구 10명당 1명 정도는 65살 이상이라는 소리입니다. 중국은 노인들을 위한 사회복지 시설이 아직 열악한 상황인데요. 그래서 많은 젊은이들이 자신의 부모와 조부모를 모시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런 저출산과 고령화 현상은 노동인구 감소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당국의 조치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군요.
기자) 네, 최근 중국 관영 '인민망' 영문판에는 "출산은 가정과 국가의 문제"라면서, 젊은 부부들의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 당국이 교육과 의료 지원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기고문이 실렸는데요.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글이 공유되고, 수많은 댓글이 달리는 등 호응이 뜨겁습니다. 원래 웨이보에 중국 정부에 비판적인 댓글들이 달리면 지워지는데요. 중국 정부가 이 문제에 대해서는 어느 만큼의 강도로 검열을 하고 있는지는 분명치 않습니다. 현재 댓글이나 공유되는 글은 대부분 당국의 조치를 촉구하는 내용입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