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리라화 가치 폭락...타이완 총통 LA도착

달러 대비 리라화 가치가 폭락하는 가운데 터키 정부가13일 금융시장 안정화 비상 대책을 발표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 입니다. 지금 이 시각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터키 정부가 오늘(13일) 금융시장 안정화 비상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리라화 가치가 폭락하면서 국제 경제에 영향이 커지는 데 따른 건데요. 자세한 내용 살펴보겠습니다. 차이잉원 타이완 총통이 중남미 순방 경유지인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도착했고요. 이어서, 일본 자위대의 헌법적 지위를 보장하는 개헌안을 올가을 제출하는 소식, 함께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터키 정부가 금융시장을 안정시킬 비상 대책을 내놨다고요?

기자) 네. 리라화의 지급준비율을 250bp 낮추고, 비핵심 외화 부채 지준율은 3년 만기 기준으로 구간별 400bp 인하한다고 터키 중앙은행이 오늘(13일) 성명에서 밝혔습니다. bp는 이자율을 계산하는 최소단위인데요. 1 bp는 0.01%p입니다. 400bp면 4%p와 같은 규모인데요. 중앙은행 측은 “금융시스템(체계) 안정을 위해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강조하면서, “시장을 집중적으로 관찰하고, 유동성도 필요한 대로 공급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진행자) 이번 조치가 어떤 의미가 있나요?

기자) 리라화 가치가 폭락하면서, 터키에서 외환이 급속하게 빠져나가는 데 따른 대책입니다. 은행들이 외환을 담보로 빌릴 수 있는 금액 한도를 72억 유로에서 200억 유로로 3배 가까이 늘리는 조치도 터키 은행감독국이 함께 단행했는데요. 이같은 동시 대책들을 통해 100억 리라와 60억 달러 현금 유동성, 그리고 30억 달러 상당 금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터키 당국은 예상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리라화 가치가 얼마나 떨어졌나요?

기자) 달러 대비 리라화 가치가 지난 주에만 25% 빠졌습니다. 이번 주 들어서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는데요. 오늘(13일) 아시아 외환 시장에서 10% 내렸습니다. 연초부터 따지면, 70% 가까이 떨어졌는데요. 특히 지난주부터 하락 추세에 속도가 붙고 있는 상황입니다.

진행자) 지난주 무슨 일이 있었나요?

기자) 터키산 철강· 알루미늄 관세를 두 배로 올린다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금요일(10일) ‘트위터’를 통해 발표했습니다. 철강 25%, 알루미늄 10%인 관세를, 터키산에는 각각 50%와 20%로 높여 적용하기로 한 건데요. 터키의 철강· 알루미늄 대미 수출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겁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리라화 가치가 급락했는데요. 이같은 관세 인상 조치는 오늘(13일) 자로 발효됩니다.

진행자) 미국이 터키에 왜 이런 조치를 하는 거죠?

기자) “강한 달러에 대해 급락하고 있는 터키의 리라화”를 겨냥한 것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트윗에서 밝혔습니다. 터키 통화 가치에 타격을 주려는 의도를 분명히 한 건데요. 그리고, “지금 터키와의 관계가 좋지 않다”고 트럼프 대통령은 덧붙였습니다. 앞서 터키에 예고한 대대적인 경제 제재의 일환으로 설명한 건데요. 같은 날 미국 정부 관계자는, 앞으로 제재 강도를 계속 높여 나갈 것이라고 언론에 밝혔습니다.

진행자) 미국과 터키 관계가 왜 안 좋죠?

기자) 여러가지 현안이 있는데요. 터키 현지에서 선교 활동중이던 앤드루 브런슨 목사를 2년 가까이 구금 중인 문제가 가장 큽니다. 터키 사법당국은 브런슨 목사가, 지난 2016년 진압한 쿠데타 관련 조직을 도왔고, 간첩 행위도 했다며 기소했는데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얼마전 직접 나섰습니다. “무고한 신앙인이 너무 오래 갇혀있다”며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에게 석방을 요구했는데요. 터키 측은 거부했습니다. 구치소에 머물던 브런슨 목사의 신병을 지난달 가택 연금으로 전환한 게, 터키 당국이 취한 조치의 전부입니다.

진행자) 이 문제로 당국 간 협상도 진행했죠?

기자) 네. 세다트 오날 터키 외무부 차관이 이끄는 협상단이 지난주 워싱턴에 왔습니다. 존 설리번 국무부 부장관을 비롯한 미국 정부 고위 당국자들을 만났는데요. 아무런 합의 없이 돌아갔습니다. 브런슨 목사 문제 말고도, 현재 미국과 터키 사이에는 통상 마찰, 시리아 내전, 이란 제재 부활 같은 쟁점들이 있는데요. “브런슨 목사를 풀어주기 전까지는 어떤 합의도 해줄 수 없다는 방침”이라고 미 당국자는 언론에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미국과 마찰로 터키 리라화 가치가 폭락하면서, 국제 경제에 영향이 커지고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신흥국 화폐 가치가 동시에 떨어지고 있는데요. 특히 2000년대 들어 급속한 경제 발전을 이룬 ‘브릭스(BRICS)’ 국가들에 영향이 큽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 가치가 9.2% 하락해 2년 만에 최저수준이고요. 중국 위안화도 오늘(13일) 인민은행 고시 기준으로 6.8629위안, 지난해 5월 말 이후 1년여 만에 최고치입니다. 달러 대비 환율이 높아지면, 그만큼 돈 가치가 떨어지는 건데요. 러시아 루블화 가치도 20개월래 최저 수준입니다.

진행자) 돈 가치가 떨어지면,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나나요?

기자) 일단 지금 터키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처럼, 외환(달러)이 빠져나갑니다. 해당 국가 화폐에 투자 가치가 없기 때문인데요. 나라 빚 갚기도 어려워집니다. 통화 가치가 떨어지는 만큼, 달러로 거래하는 부채량이 늘어나기 때문인데요. 월스트리트저널은 터키가 부채를 상환하기 점점 어려워지면, 가까운 관계를 맺고 있는 러시아와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에 여파를 미칠 것으로 해설했습니다.

진행자) 터키가 심각한 외환 위기를 맞고, 다른 나라로 퍼질 수 있다는 거군요?

기자) 맞습니다. 터키의 외화 부채 비율이 신흥국 중에서 가장 높은 편에 속하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적자 비율도 매우 커서, 외환 위기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짚었는데요. 블룸버그 통신은 "터키의 일부 지표는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 당시보다 심각한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결국 구제 금융으로 갈 상황까지 일부 기관들이 예측하면서, 터키에 돈을 빌려준 유럽권 은행으로 충격이 번지고 있습니다.

진행자) 터키 대통령은 미국의 조치를 비난하고 있다고요?

기자) 네. “미국인 목사 한 명을 위해 8천만 명(터키 국민)을 희생시키려 하지만, 터키는 절대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지난주 연설했습니다. 이번 사태는 "민족과 나라를 위한 전투"라며, "베개 속에 금이나 달러를 숨겨둔 사람들은 은행에서 리라로 바꾸라"고 촉구했는데요. 에르도안 대통령은 또한 지난주 금요일(10일)자 뉴욕타임스 기고에서, “미국이 태도를 바꾸지 않으면 새로운 우방을 찾아 나설 수밖에 없다”면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탈퇴 가능성까지 암시했습니다.

차이잉원 타이완 총통(가운데)이 12일 에드 로이스 미 하원 외교위원장(왼쪽)과 주디 추 미 하원의원과 함께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만찬 행사에 참석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듣고 계십니다. 타이완 총통이 미국에 왔군요?

기자) 네. 차이잉원 타이완 총통이 중남미 순방 경유지인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어제(12일) 오후 도착했습니다. 공항에 내린 직후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엘몬티에 있는 '교포교육센터'에서 간담회를 겸한 만찬에 참석했는데요. 교포교육센터는 타이완 당국의 경제문화판사처를 겸하는 기관입니다. 말하자면, 이익 대표부 역할을 하는 곳인데요. 만찬에는 미국과 타이완 양측 인사 1천여 명이 모이는 등 역대 최대 규모였다고 타이완 중앙통신이 전했습니다.

진행자) 차이 총통이 해외 순방 길에 미국을 거쳐 간 게 처음은 아니죠?

기자) 그렇습니다. 재작년 중남미 순방 때 마이애미를 거쳐 갔고요. 지난해에는 남태평양 국가 방문 길에 하와이를 경유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일정은 상황이 조금 다릅니다. 미국이 지난 3월, 타이완과 당국자 간 교류를 활성화하는 ‘타이완여행법’을 채택한 이후 처음이기 때문인데요. 비교적 조용히 미국 내 경유지를 지나쳤던 이전 사례와 달리, 차이 총통은 오늘(13일) 로스앤젤레스 현지에서 다양한 행사를 이어갈 계획입니다.

진행자) 어떤 일정을 계획하고 있습니까?

기자) 오늘(13일) 로스앤젤레스와 캘리포니아 일대 미국 유력 정치인들과 조찬을 함께할 예정이고요.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기념 도서관을 방문해 연설합니다. 이어서, ‘미국-타이완 영화제’ 관련 행사와 리셉션(연회)에 잇따라 참석하고요. 일정을 모두 마친 뒤 밤 비행기를 타고 파라과이로 출발합니다.

진행자) 차이 총통을 맞는 미국 유력 정치인은 어떤 사람들입니까?

기자) 에드 로이스 하원 외교위원장과 아시아태평양 소위원회 브래드 셔먼 의원, 주디 추 의원 등입니다. 어제(12일) 만찬 현장에서 차이 총통을 면담했는데요. 로이스 위원장은 “타이완여행법 통과를 비롯해, 올해 미-타이완 관계에 긍정적인 요소가 많았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이날 셔먼 의원의 발언이 주목받았는데요. “궁극적으로 타이완 총통의 워싱턴 방문을 실현시키는 게 타이완 여행법의 목표”라고 셔먼 의원은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중국 정부에서 불만을 표시했다고요?

기자) 네. 차이 총통의 로스앤젤레스 경유 일정에 대해 “미국 정부에 엄중히 항의한다”고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밝혔습니다. 타이완은 독립 국가가 아니라 중국의 일부라는 ‘하나의 중국’ 원칙과, 이런 내용을 미-중 수교 당시 확인한 ‘3대 연합공보’를 준수하라고 겅 대변인은 미국에 촉구했습니다.

진행자) 미국 정부는 어떻게 반응했습니까?

기자) 미국 정부의 공식 반응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는데요. 차이잉원 타이완 총통은 ‘하나의 중국’ 원칙에 강하게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타이완 현지 시각으로 어제(12일) 로스앤젤레스행 비행기에 오르기 전 공항에서 연설했는데요. “누구도 타이완의 존재를 말살시킬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차이 총통이 중남미를 순방하는 이유는 뭐죠?

기자) 외교적 고립을 피하기 위해서입니다. 최근 파나마와 도미니카 등 중남미 국가들이 잇따라 타이완과 단교하고 중국과 국교를 맺자, 주변 국가들을 다잡으려는 노력을 벌이는 건데요. 타이완의 얼마 남지 않은 수교국들인 파라과이와 벨리즈를 둘러보는 8박 9일 일정입니다. 차이 총통은 이 기간 마리오 압도 베니테스 파라과이 신임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고 회담하는 등, 추가 단교 방지 노력을 벌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일본 정부가 헌법개정안을 올가을 낸다고요?

기자) 네. 일본 집권 자민당이 조만간 개헌안을 확정해 올가을 임시국회에 제출할 것이라고 아베 신조 총리가 밝혔습니다. 아베 총리는 12일 자신의 지역구인 야마구치현 시모노세키를 방문했는데요. 주민 연설을 통해 “언제까지 의논만 하고 있을 순 없다. 다음 국회에서 정리를 가속화해야한다”며 개헌안 확정 계획을 밝혔습니다. 아베 총리가 개헌안 제출 시기를 분명히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진행자) 아베 총리 연설이 어떤 맥락에서 나온 건가요?

기자) 총리 연임이 걸린 자민당 총재 선거를 앞두고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산케이신문과 NHK방송 등은 해설했습니다. 최근 아베 총리 지지율이 크게 떨지면서,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이 경쟁자로 떠올랐는데요. 이시바 전 간사장은 개헌 논의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주장해 ‘태도가 모호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이에 대비해, 아베 총리가 개헌에 선명한 태도를 보임으로써, 강경 보수 지지층을 더 끌어 모으려는 노력으로 풀이됩니다.

진행자) 개헌이 어떤 내용이길래, 강경 보수 지지층을 모을 수 있는 거죠?

기자) 여러 가지 개헌 요소가 있지만, 자위대에 관한 부분이 핵심입니다. 헌법적 근거가 없는 자위대의 존재를 명시하려는 건데요. 이를 통해 ‘전쟁할 수 있는 정상국가’로 가야 한다고 아베 총리와 집권 자민당은 줄곧 주장해왔습니다. 아베 총리가 개헌안 제출 시기를 분명히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진행자) 주변 국가들은 개헌에 반대하고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일본이 사실상 군대 보유를 명문화하려는 것이어서, 중국과 한국을 비롯한 2차대전 피해국들은 개헌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해왔는데요. 아베 총리는 이 같은 개헌이 자신의 “필생의 사명”이라며, 재임 중에 반드시 실현시키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밝혔습니다.

진행자) 일본 국민은 개헌에 어떤 생각인가요?

기자) 여론은 아직 냉랭한 편입니다. 아사히신문이 이달 초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 개헌 찬성 31%, 반대는 52%로 나왔는데요. 아베 총리와 내각이 사학 추문을 비롯한 각종 구설에 계속 휩싸이면서, 개헌 지지세가 좀처럼 반등하지 않는 게 일본 집권 세력의 고민입니다.

진행자) 개헌안을 내더라도, 여론이 받쳐주지 않으면 통과가 어려울 텐데요.

기자) 맞습니다. 일부 현지 언론은 아베 총리가 말만 했지, 실제로 개헌안을 임시국회에 낼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고 보는데요. 총리와 내각 지지율 폭락 와중에, 폭염과 태풍 같은 자연 재해까지 겹치면서 일본 사회에서 개헌 논의가 오랫동안 중단됐기 때문입니다. 자민당의 당론도 확실히 잡히지 않은 상태인데요. 이시바 전 간사장은 “당내 확실한 논의가 먼저”라면서, 개헌안 제출에 부정적 의견을 내놨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