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미국 전자제품 불매"...타이완 첫 '위안부'상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14일 터키 앙카라에서 연설하고 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 입니다. 지금 이 시각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미국 전자제품을 불매하겠다고 터키 대통령이 밝혔습니다. 미국과 터키 관계가 계속 악화되고 있는데요. 세계 각국이 어떤 영향을 받을지 주시하고 있습니다. 타이완에 첫 ‘위안부’ 소녀상이 건립됐고요. 신장 지역에서 100만 명을 비밀수용소에 가두고 있다는 유엔 관계자 발언과 중국 반응, 이어서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미국 전자제품을 불매하겠다, 터키 대통령이 말했다고요?

기자) 네. “미국 전자제품에 보이콧(불매·거부 조치)을 단행할 것”이라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오늘(14일) 수도 앙카라에서 연설했습니다. 연설은 터키 전역에 텔레비전 중계됐는데요. “그들이 아이폰을 가졌다면, 다른 곳에 삼성이 있다. 또 우리나라엔 비너스와 베스텔이 있다”고 국민들에 강조했습니다. ‘베스텔’은 손전화를 만드는 터키회사이고요. ‘비너스’는 이 회사가 만드는 스마트폰 이름입니다.

진행자) 미국회사가 만드는 ‘아이폰’ 대신, 한국의 삼성이나 터키회사 제품을 쓰게 하겠다는 거군요?

기자) 맞습니다. 앞으로 ‘아이폰’을 포함한 미국회사의 전자제품들을 터키에서 쓰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건데요. 인구 8천만에 달하는 터키에 전자제품 수요가 많기 때문에, 미국에 의미있는 ‘위협’을 가한 것이라고 영국 신문 가디언은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터키 정부가 어떻게, 국민들에게 미국산 제품을 못쓰게 할 수 있는 겁니까?

기자) 불매 조치를 어떤 방식으로 단행할지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습니다. 터키 정부가 미국 전자제품에 전면 수입 금지 조치를 내리겠다는 건지, 아니면 민간 차원의 불매운동을 장려하겠다는 건지, 설명이 없었는데요. 진행 방향을 앞으로 지켜봐야겠습니다.

진행자) 왜 이런 조치를 하겠다는 거죠?

기자) 미국의 제재에 맞서는 겁니다. 미국 정부는 어제(13일) 자로, 터키산 철강에 50%, 알루미늄에 20% 관세를 발효시켰는데요. 원래 25%와 10%인 세율을 두 배로 매긴 겁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주 이 조치를 발표하면서 “급락하고 있는 터키의 리라화”를 겨냥한 것으로 설명했는데요. 발표하자마자 리라화 가치가 20% 이상 떨어졌고요. 이번 주 들어서도 폭락세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미국은 왜 터키를 제재한 겁니까?

기자) 터키 당국이, 지난 1993년부터 현지에서 선교 활동을 해온 미국인 앤드루 브런슨 목사를 2년 가까이 구금 중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2016년 진압된 쿠데타 배후세력을 지원했다는 혐의인데요. 트럼프 대통령이 얼마 전 직접 나섰습니다. “무고한 신앙인이 너무 오래 갇혀있다”며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에게 석방을 요구했는데요. 터키 측이 거부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대대적인 제재를 예고했습니다. 이달 초에는 터키 법무장관과 내무장관의 미국 내 자산을 동결시키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이 밖에도 미국의 압박이 이어지는 중이라고요?

기자) 네. 최신형 전투기 F35의 터키 판매를 미국 정부가 동결했습니다. 어제(13일)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2019회계연도 ‘국방수권법’에 담긴 내용인데요. 터키 당국이 러시아에서 도입하는 ‘S400’ 방공체계가 미국 무기체계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할 때까지 F35 판매를 동결하도록 했고요. 터키 당국이 브런슨 목사를 불법 구금하고 있다는 내용도 법에 명시했습니다.

진행자) 미국과 터키 관계가 계속 어려워지고 있는데, 대화 노력은 없나요?

기자) 대화 노력은 계속 있었지만 성과를 보지 못했습니다. 존 볼튼 국가안보보좌관이 어제(13일) 세르다르 킬리치 주미 터키대사를 만났다고 백악관이 밝혔는데요. 볼튼 보좌관은, ‘브런슨 목사가 석방되지 않는 한 협상할 뜻이 없다’고 킬리치 대사에게 말한 것으로 블룸버그 통신이 전했습니다. 지난주에도 터키 외무차관이 이끄는 협상단이 워싱턴에 왔다가, 별다른 소득 없이 돌아갔습니다.

진행자) 미국의 제재 와중에 터키 리라화 가치가 폭락하면서, 다른 나라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요?

기자) 네. 어제(13일) 달러당 환율이 7.24리라로, 역대 가장 높았는데요. 달러대비 환율이 높아지면, 그만큼 돈 가치가 떨어지는 겁니다. 그러니까, 리라화 가치가 역대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진 건데요. 터키 경제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신흥국 통화 가치가 줄줄이 함께 내려가고 있습니다. 특히 ‘브릭스(BRICS)’ 구성원들이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중인데요.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 가치는 이날 10% 이상 떨어지면서, 2016년 6월 이후 최저치가 됐고요. 인도 루피화도 사상 최저, 중국 위안화도 약세를 보인 가운데, 러시아 루블화는 2년 6개월 만에 최저를 기록했습니다.

진행자) 신흥국 외에 다른 지역 금융시장에는 영향이 없나요?

기자) 다른 곳에서도 못잖은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유럽지역 공동 통화인 유로화 가치는 어제(13일) 13개월 만에 최저치인 1.14달러까지 떨어졌고요. 남미의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페소화 가치가 사상 최저로 내려가자, 기준 금리를 5%p 한꺼번에 올려 방어에 나섰습니다. 역대 최고수준인 45%로 만들었는데요. 아시아에도 영향이 미치는 중입니다. 인도네시아 루피아화는 3년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진행자) 중국과 인도네시아도 영향을 받고 있다고 하셨는데, 아시아의 다른 나라는 어떤가요?

기자) 한국에서도 대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김동연 한국 경제부총리는 오늘(14일) “원화 환율이 국제시장과 같이 움직이고 있다”면서, “시장이 급속하게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면, 단호한 시장안정 대책을 취하겠다”고 말했는데요. 일부 한국인들 사이에서는 리라화 가치가 폭락한 틈을 타, ‘버버리’ 같은 명품을 평소 3분의 1 가격으로 터키에서 사들이는 움직임도 있습니다.

진행자) 일본은 어떤가요?

기자) 일본에는 큰 영향이 없는 모습입니다. 일본 엔화는 원래 국제 금융시장에서 ‘안전자산’으로 분류된 쪽이라, 오히려 리라화를 팔고 빠져 나온 달러가 엔화에 몰리는 현상도 일부 나타나고 있습니다.

타이완 남부 타이난시에서 '위안부' 소녀상 제막식이 거행된 가운데 타이페이시에서는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여성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일본의 사과를 촉구하는 시위를 열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듣고 계십니다. 타이완에 ‘위안부’ 소녀상을 세웠군요?

기자) 네. 타이완 남부 타이난시에서 오늘(14일) ‘위안부’ 소녀상 제막식이 거행됐습니다. 타이완 주요 정계 인사와 지역사회 관계자, ‘위안부’ 피해자 단체 회원 등이 참석했는데요. 마잉주 전 타이완 총통은 “일본 정부가 반드시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공식 사과하고, 배상해야 한다”고 연설했습니다.

진행자) ‘위안부’ 소녀상이 어떤 시설인가요?

기자) ‘위안부’는 2차대전 당시 동원돼 일본군을 성적으로 상대한 사람들을 가리키는데요. 소녀상은 피해자들을 상징하는 시설입니다. 소녀상 건립은 한국에서 먼저 시작됐는데요. 최근 몇 년 동안 서울과 부산 등지에 ‘위안부’ 소녀상이 들어서면서, 일본 정부가 대사를 소환하는 등 외교 문제로 비화됐습니다. 미국에서도 한인단체와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소녀상을 비롯한 각종 추모시설이 설립됐는데요. 필리핀에도 지난해 12월 처음 ‘위안부’ 추모상을 세웠다가, 일본 정부의 항의 끝에 지난 5월 철거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타이완에 소녀상을 세운 건 처음이라는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타이완에 오늘(14일) 처음 들어선 ‘위안부’ 소녀상은 10대 여성이 선 채로, 두 팔을 얼굴 앞으로 뻗으려는 모습인데요. 동상을 둘러싼 추모 벽에는 ‘위안부’ 동원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적었습니다. ‘1937년 일본군에 의한 중국 난징대학살 당시 30만 명이 학살과 강간을 당했다’, ‘위안부 피해자가 20만 명에서 40만 명에 이른다’, ‘유엔인권위원회가 위안부를 일본군에 의한 성노예로 인정했다’는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진행자) 타이완에는 ‘위안부’ 피해자가 얼마나 있나요?

기자) 약 1천200여 명이 타이완 일대에서 ‘위안부’로 동원된 것으로 파악되는데요. 생존해서 피해를 증언하는 사람은 단 2명 남았습니다. 이들은 일본 정부 차원의 공식 사과와 배상을 요구하고 있는데요. 일본은 계속 거부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한국에서는 오늘(14일) ‘위안부’ 관련 큰 행사를 열었다고요?

기자) 네. 한국 정부는 지난해 말, 매년 8월 14일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로 지정했는데요. 오늘 천안 ‘망향의 동산’에서 첫 기념식을 열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연설했는데요. ‘위안부’ 문제는 “외교적 해법으로 해결될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전 세계가 성폭력과 여성 인권 문제를 깊이 반성하고,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굳은 각성과 교훈으로 삼을 때 해결될 문제”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이 일이 한·일 외교분쟁으로 이어지지 않길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진행자) 일본 정부 쪽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오늘(14일) 문재인 한국 대통령 연설에 대해, 일본 정부는 ‘2015년 일·한 합의의 착실한 이행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도쿄와 서울의 외교 경로를 통해 한국 정부에 전달했다고 교도통신이 전했습니다. ‘2015년 합의’란, 한국의 박근혜 정부 당시 일본 측이 10억 엔(미화 약 900만 달러)을 출연해 재단을 만들고, 이를 통해 ‘위안부’ 문제를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해결한다”고 합의한 걸 가리키는데요. 문재인 정부는 이 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끝난 게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지난해 3월 중국 신장 지역 이드 카 모스크 앞 광장을 공안들이 순찰하고 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중국 정부가 비밀수용소에 100만 명을 가두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군요?

기자) 네. 중국 서북부에 있는 신장 자치구 이야기인데요. 당국이 이 지역에서 ‘극단주의자’들을 가두는 비밀 수용소를 운영 중이고, 수용자 수가 100만 명에 달한다는 믿을 만한 보고서를 여러 건 입수했다고 유엔 관계자가 최근 밝혔습니다.

진행자) 유엔 관계자 발언,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가요?

기자)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 게이 맥두걸 위원이 지난 10일 공개한 보고서 내용인데요. 지난달 기준으로, 비밀 수용소에 100만 명을 가둔 외에도, 이슬람계 소수민족 주민 200만 명이 사상 교육을 위해, 이른바 ‘정치교화소’에 강제 입소한 상태라고 덧붙였습니다. 맥두걸 위원은 “중국이 극단주의 테러와 싸우고 사회 안정을 유지한다는 미명 아래, 신장 지역 전체를 거대한 수용소로 만들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보고서는 누가 만든 겁니까?

기자) 독일 뮌헨에 본부를 둔 세계위구르의회(WUC)가 유엔에 제출한 보고서가 그 중 하나로 알려졌는데요. 보고서에서 위구르의회 측은 비밀 수용소의 존재를 강조하면서, 이 밖에도 신장 전역에서 언론·표현의 자유, 집회· 결사의 자유, 이동의 자유가 제한되고 있다고 적었습니다.

진행자) 보고서 내용이 맞다면, 중국이 왜 이런 조치를 하는 건가요?

기자) 신장 자치구는 위구르 족과 카자흐 족을 비롯한 소수민족이 모여 살고 있는 곳인데요. 대부분 이슬람교를 믿는 사람들입니다. 중국 주류와 뿌리도 다르고, 문화도 이질적이라 분리독립 움직임이 끊이지 않았는데요. 최근에도 무장 공격이 이어졌습니다. 2014년 4월 우루무치 기차역에서 자살 폭탄테러로 80여 명 사상자를 낸 사건이 대표적인데요. 중국 당국은 사회 안정을 유지한다는 차원에서 신장 지역과 주민들에 통제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유엔이 이번 보고서를 공개한 목적은 뭔가요?

기자)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 측은 지난 주말 이틀 동안 중국과 홍콩, 마카오 일대에서 인종차별 실태 조사를 벌였습니다. 조사에 착수하면서, 현황을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보고서를 공개한 건데요. 조사 결과는 조만간 정리해 내놓을 것으로 보도됐습니다.

진행자) 실태 조사를 했다면, 중국 측 입장도 들었겠죠?

기자) 그렇습니다. “100만 명 비밀 수용은 총체적인 거짓”이라고 중국 중앙통일전선부 후롄허 대변인이 13일 위원회 측에 증언했는데요. 사상 교육을 위한 ‘정치 교화소’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중국 어디에도 비밀수용소나 강제 구금은 결코 없고, 위구르 족을 포함한 신장 주민 모두가 동일한 자유와 권리를 누리고 있다고 후 대변인은 말했는데요. 극단주의자들과 테러분자에 대한 ‘특별단속’은 하고 있지만, 특정 민족이나 종교를 표적으로 한 건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중국 당국이 별도 반응까지 내놨다고요?

기자) 네. 13일자 관영 환구시보를 통해, 보고서 내용을 정면 반박했습니다. ‘신장 평화안정 수호가 최대의 인권’이라는 제목으로 사평을 실었는데요. “당과 지역 당국은 꾸준히 신장 자치구의 평화와 안정을 지켜왔다”면서 “이같은 노력이 성과를 거둬, 해당 지역이 ‘중국의 시리아’나 ‘중국의 리비아’로 전락하는 걸 막았다”고 적었습니다.

진행자) 시리아나 리비아처럼 되는 걸 막았다는 건 무슨 뜻인가요?

진행자) 신장과 주변지역 정세가 내전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지켰다는 겁니다. 시리아와 리비아에서는 오랜 내전으로 난민이 폭등하고 있는데요. 극단주의 세력의 테러와, 화학무기 사용을 비롯한 비인도적 사건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환구시보는 “최근 2년 새 신장 안팎에서 테러 위협이 확연히 줄었다”면서 “이는 공산당의 강력한 영도 아래 현지 간부와 인민들이 노력한 덕분”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서방 측을 비판하기도 했다면서요?

기자) 그렇습니다. 환구시보는 “서방 일부 세력이 신장 통치방식에 대해 '대규모 인권침해'라고 비난하고 있다”면서, 이는 “중국 내정에 대한 간섭”이고 “신장자치구에 평화와 안정을 실현하는 데 방해가 되고 있다”고 적었는데요. "신장은 중국 영토로, 공산당이 영도하고 중국의 법률이 집행되는 곳"이라면서, "누구든지 신장에서 폭력·저항행위를 하려는 세력은 소멸시킬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최근 신장 자치구 문제에 대한 언급을 자제했는데요. 오늘(13일) 환구시보는 이례적으로 장문의 사평을 게재해, 서방 비난에 상당 부분을 할애한 겁니다.

진행자) 서방 측이 신장에서 ‘대규모 인권침해’로 지적한 사안, 어떤 것들이었죠?

기자) 공안 당국이 주민 감시를 위해 DNA(유전자정보)와 지문을 비롯한 생체정보를 광범위하게 수집한다는,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 보고서가 지난 연말 나왔고요. 여권 발급을 제한해 여행을 못 하게 한다는 이야기도 앞서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신장지역에서 범죄용의자 체포와 기소 건수가 크게 늘면서, 이 지역을 ‘경찰국가’로 만들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