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곳곳의 다양한 모습과 진솔한 미국인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입니다. 미국에선 여름 방학이 보통 6월부터 8월까지 약 3개월에 달하는데요. 이렇게 긴 여름 방학 동안 학생들은 ‘써머 캠프(summer camp)’라고 하는 여름 활동에 참여합니다. 수영부터 승마, 연극 등 써머 캠프의 종류는 무척 다양한데요. 미 중북부 미네소타주에는 한국에 관한 모든 것을 배우는 캠프가 매년 열린다고 합니다. ‘한국 문화 캠프’라고 불리는 이 특별한 써머 캠프 현장을 찾아가 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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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이야기, 한인 입양아들을 위한 ‘한국 문화 캠프’”
[현장음: 한국 문화 캠프]
우렁찬 북소리가 체육관 안에 울려 퍼집니다. 한국 전통 북과 춤은 1주일 동안 열리는 한국 문화 캠프에서 빠질 수 없는 수업입니다.
한국 문화 캠프의 일레인 엑스테드 원장은 캠프의 역사가 무척 오래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일레인 엑스테드] “한국 문화 캠프’는 1977년에 시작됐습니다. 한국에서 아이를 입양한 부모들 특히 백인 부모들이 주축이 됐었죠. 부모들은 입양한 자녀가 모국인 한국의 문화에 호감을 갖고 또 한국 문화를 경험할 기회를 주고 싶어 했고요. 결국 매년 여름마다 열리는 여름 캠프로 자리 잡게 됐습니다.”
[현장음: 한국 문화 캠프]
미네소타주 세인트폴 지역의 한 학교에서 열린 한국 문화 캠프. 참가한 학생들과 자원봉사자들은 “안녕하세요?”라는 한국말로 인사를 나누며 하루 일정을 시작합니다.
올해는 유치원에서 7학년까지, 총 235명의 학생이 참여했는데요. 자원봉사자는 250명으로 오히려 더 많았습니다.
[녹취: 일레인 엑스테드] “자원봉사자 대부분은 캠프 참가 학생의 부모님들입니다. 그러니까 우리 한국 문화 캠프는 온 가족이 참여하는 캠프인 거죠. 그런가 하면 캠프에 참석했던 학생들이 10대가 돼서 봉사자로 참여하기도 하는데요. 올해는 이들 10대 청소년 봉사자가 100명에 달합니다. 또 청소년 봉사자를 거쳐서 성인 봉사자가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캠프에 참석한 아이들 옆에서 듬직한 형으로서 도움을 주고 있는 파커 옐릭 군 역시 청소년 봉사자입니다.
[녹취: 파커 옐릭] “저는 태어난 지 8개월이 됐을 때 미국인 양부모님께 입양됐어요. 피부색이 다른 한국인 입양아로 남의 시선을 의식하며 살았죠. 하지만 캠프에 와서 나와 똑같은 사연을 가진 친구들의 만나고, 또 그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게 됐어요. 정말 멋진 경험이었죠. 제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데 도움이 됐고요. 한국계라는 데 대한 자부심도 느끼게 됐어요. 그래서 캠프를 졸업하고 나서도 이렇게 계속 자원 봉사자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나처럼 힘든 시간을 보낸 동생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고요. 무엇보다 캠프 자체가 아주 재미있어요.”
성인 자원봉사자인 대학생 케빈 커닝햄 씨는 22년간 캠프에 참여해 오고 있다고 했습니다.
[녹취: 케빈 커닝햄] “제가 어릴 때 1년 중 가장 기다렸던 1주일이 바로 한국 문화 캠프였어요. 성인이 된 지금도 마찬가지이고요. 그래서 이렇게 매년 여름, 자원 봉사자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과거에 내가 했던 것들을 동생들이 하는 걸 보고 있으면 참 흐뭇해요. 아이들과 같이 수업도 듣고, 한글이랑 역사도 배우고, 태권도도 같이 하고요. 물론 아이들이 가장 기다리는 식사시간도 함께 합니다.”
교육 담당인 홍주 리 씨는 교사들을 모집하고, 수업을 짜는 일을 한다고 했습니다.
[녹취: 홍주 리] “캠프에서 열심히 배우고 또 다양한 활동을 즐기는 아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정말 보람됩니다. 그래서 14년째 이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캠프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이 정말 행복합니다.”
한국 문화 캠프의 엑스테드 원장은 본인도 한국에서 딸을 입양했다고 했습니다. 1990년대, 캠프 신청자는 700명에 달할 정도로 한인 입양아가 많았다는데요. 지금은 매년 250명에서 300명의 학생이 등록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입양아는 줄었어도 캠프 졸업생들이 가정을 이뤄 그들의 자녀를 데러도 오는 경우도 많고, 지역 한인들도 참여하기 시작하면서 캠프의 방향이나 내용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고 했습니다.
[녹취: 일레인 엑스테드] “예를 들어 '자부심'에 관한 수업의 경우 과거와는 내용이 좀 달라졌습니다. 이전엔 입양 자체에 집중돼 있었지만, 이제는 한국인으로서, 한국 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갖는 데 집중하고 있어요.”
엑스테드 원장은 과거보다 한인 입양아의 숫자가 줄어들고 있지만, 지금처럼 캠프 참가자들이 졸업 후에도, 자신의 뿌리인 한국의 문화를 이어가려는 노력을 계속한다면, 한국 문화 캠프의 미래 역시 밝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 미국 학생들의 개학 준비 ‘백투스쿨’ 쇼핑”
3개월에 달하는 긴 여름 방학을 끝내고 이제 학생들은 학교로 돌아갈 시간이 됐습니다. 미국에선 보통 8월 말에서 9월 초에 개학을 하고 학생들은 새 학년으로 올라가는데요. 개학을 앞두고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백투스쿨(Back to School)’ 쇼핑입니다. 학교생활에 필요한 학용품이며 옷가지 등을 구입하는 개학 준비 쇼핑에 나서는 건데요. 미국의 개학시즌 풍경을 만나볼까요?
[현장음: 상점]
개학을 앞두고 학용품을 사려는 학생과 학부모들로 상점이 북적입니다. 타겟(Target), 월마트(Walmart), 스테이플스(Staples) 같은 대형 상점들은 갖가지 새로운 상품을 선보이며 학생들을 유혹하는데요. 좋은 향이 나는 펜부터 자신이 직접 꾸밀 수 있는 일기장, 반짝이가 들어있는 풀, 장식용 테이프까지 다양한 종류의 학용품이 진열대를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3명의 자녀를 둔 앤지 밀러 씨는 백투스쿨 쇼핑을 위해 약 450달러를 쓸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녹취: 앤지 밀러] “저는 애들이 아이패드 같은 판형 컴퓨터를 갖고 노는 것보다 종이에 그림을 그리거나 뭔가 창의적인 활동을 하는 게 더 좋거든요. 그래서 개학 쇼핑을 위해 돈을 아끼지 않으려고 합니다.”
미국 컨설팅 기관인 ‘딜로이트(Deloitte)’는 올해 미국인들이 개학 쇼핑을 위해 510달러를 쓸 것으로 전망했는데요. 지난해 보다 약 10달러 정도 오른 금액이라고 합니다.
[녹취: 로드 사이즈] “개학 쇼핑 시즌은 연말 쇼핑 시즌에 이어 미국에서 두 번째로 소비자들의 지출이 큰 기간입니다. 올해 개학 쇼핑 시즌에는 소비액이 총 270억 달러가 넘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데요. 따라서 소매 업체들은 이 기간 더 많은 소비자를 끌어모으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업체들은 특히 컴퓨터나 판형 컴퓨터, 스마트폰과 같은 전자기기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데요. 일부 업체의 경우 올해 개학 시즌에 내놓은 전자제품 가운데 25% 이상이 신제품이라고 합니다.
앤지 밀러 씨의 12살 난 딸 카야 양은 개학 쇼핑을 끝낸 후 마음이 들떠 보였는데요. 새로 산 일기장이 가장 마음에 든다고 했습니다.
[녹취: 카야 밀러] “이 일기장은 단순한 노트가 아니에요. 여기에 나의 자존감을 담을 거고요. 읽어야 할 책 목록, 내가 커서 하고 싶은 일도 다 이 일기장에 적을 거예요.”
많은 소매 업체들은 미국 경제가 호황을 보이고, 낮은 실업률에 소비 진작이 일어나면서 올해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데요. 새 학년을 맞이하는 학생들의 설렘과 기대는 이렇게 백투스쿨 쇼핑 시즌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네,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다음 주에는 미국의 또 다른 곳에 숨어 있는 이야기와 함께 여러분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함께 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