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한국 대통령은 평양 남북정상회담을 마친 뒤,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미-북 간 대화가 재개될 여건이 조성됐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교착 상태에 빠졌던 미-북 협상에 대화의 모멘텀이 다시 마련됐다는데는 동의하면서도 향후 전망에 대해서는 엇갈리는 견해를 보였습니다. 서울에서 이연철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한국 통일연구원의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밝힌 추가 비핵화 조치들을 계기로 미-북 간 비핵화 협상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조한범 선임연구위원] “미국 입장에서도 충분히 받아들일 만한 제안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미 정상회담 후에 폼페오 장관의 방북, 그 이후에 북-미 정상회담은 진행될 것 같습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이번에 처음으로 사찰에 대한 의지를 밝혔을 뿐 아니라, 현재 핵의 핵심인 영변 핵 시설의 영구적인 폐기까지 거론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영변 핵 시설의 영구적인 폐기는 사실상 되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 조치에 해당하기 때문에, 북한이 상응 조치로 요구하는 종전 선언을 미국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먼저 종전 선언을 할 수 없다는 미국의 확고한 입장을 감안할 때 북한이 핵 시설 폐기를 약속하면 미국도 종전 선언을 약속한 뒤, 핵 시설 폐기가 상당히 진척됐을 때 실질적으로 종전 선언이 이뤄지는 순서가 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미-북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북한의 확실한 비핵화 행동과 종전 선언이 교환될 것이라며, 가장 낙관적으로 보면 10월 중에라도 가능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국립외교원의 김현욱 교수는 평양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미-북 간 협상이 다시 재개될 수 있게 됐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의 진전 속도와 관련해서는, 마이크 폼페오 미 국무장관과 리수용 북한 외무상, 그리고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북한의 최선희 외무성 부상 간의 후속 협상에서 어떤 성과가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김현욱 교수] “그런 회담에서 논의될 것이 무엇인가, 그것이 제대로 굴러가야 북-미 정상회담까지 갈 수 있는 것이거든요.”
김 교수는 특히 미-북 협상이 급물살을 타기 위해서는 미-북 간 쟁점인 종선 선언과 핵 신고 순서 문제가 풀려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별도 메시지에 어떤 내용이 포함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교수는 김 위원장의 메시지를 통해 종선 선언과 핵 신고 순서 문제가 해결되면 미-북 정상회담까지 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위성락 전 러시아 대사는 미-북 간 대화가 접점을 찾은 것 같다고 평가하면서도, 미-북 정상회담으로까지 이어질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앞으로 열릴 미-북 간 접촉의 진전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지금으로서는 예단하기 이르다는 겁니다.
[녹취: 위성락 전 대사] “미국 내에는 2차 미-북 정상회담으로 가지 않으려는 동력도 있어 보이고, 그런 신중함도 있기 때문에 앞으로 다가오는 접촉들, 수석대표급, 외상급 등등을 보면서 그 다음 행보를 판단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위 전 대사는 미국은 북한이 의미 있는 비핵화 조치를 향해 전향적으로 움직여주기를 기대하고 있는 반면, 북한은 아직까지 미국이 움직일 차례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따라, 당장은 미-북 회담의 낙관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위 전 대사는 앞으로 미국과 북한이 협상을 하면서 접점을 찾으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아산정책연구원의 신범철 안보통일센터장은 남북정상회담으로 미-북 간 대화 재개의 모멘텀이 마련되기는 했지만 비핵화와 관련한 남북 정상 간 합의 내용이 미국을 만족시킬 만한 수준인지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폼페오 장관의 방북이나 2차 미-북 정상회담이 열릴지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신범철 센터장] “미국이 바(bar)를 낮추겠다고 한 적이 없고, 북한도 바를 낮추겠다고 한 적이 없고, 그렇기 때문에 아직도 물음표인데, 대화가 재개되는 상황이죠.”
신 센터장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는 신고와 검증 부문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영변 핵 시설 폐기에 검증을 허용한다면 미국이 의미 있는 조치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북한이 입장을 전환해 핵 목록을 신고하면 연내 종전 선언도 가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매봉통일연구소의 남광규 소장은 미국과 북한 모두 2차 정상회담을 원하는 입장이지만, 문제는 비핵화 조치의 내용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문제는 다음주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간의 미-한 정상회담에서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남광규 소장] “과연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정은이 전하는 좀 더 진전된 비핵화 내용이 무엇인가, 그 내용이 나와야 미-북 사이의 2차 정상회담 가능 여부를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남 소장은 북한이 실질적 비핵화의 첫 이행 조치로 핵 목록을 신고한다면 대화를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동력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이연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