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 라디오 매거진, 한 주 간 북한 관련 화제성 뉴스를 전해 드리는 ‘뉴스 풍경’ 입니다. 북한 주민의 인권을 주제로 한 작품 활동을 벌이고 있는 미국 내 한인 미술가의 작품이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장양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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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한국의 현대미술 축제인 부산비엔날레가 열리고 있는 부산현대미술관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깜짝 방문했습니다.
1 시간가량 전시관을 둘러보던 문 대통령 내외는 이번 부산비엔날레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는 작품의 퍼포먼스에 직접 참여했습니다.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는 작가의 설명을 들으며 초코파이를 먹었는데요, 천민정 작가의 작품 ‘초코파이 함께 먹어요’가 화제의 초점입니다.
커다란 전시실 바닥에 둥그렇게 차곡차곡 쌓인 10만개의 초코파이를 관객들이 먹고 즐기고, 또 ‘정’이라는 한자가 적인 봉지를 커다란 투명 아크릴 원기둥 안에 버릴 때 그 의미가 살아납니다.
남북한 주민이 함께 즐기는 과자인 만큼 초코파이를 먹는 것은 남과 북이 소통하고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대한 염원을 뜻하기 때문입니다.
부산비엔날레 최태만 집행위원장은 `VOA'에, 천민정 작가의 작품을 초대한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녹취: 최태만 위원장] “사실은 전시감독 선임하고 이 주제로 전시하겠다고 했을 때, 평창 동계올림픽 단일팀 보도가 나왔고,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되었습니다. 애초에 천 작가의 작품은 경색된 관계에서 남북 화해를 위한 현대미술 차원으로 제안을 생각했는데, 지금 급속도로 화해 국면으로 진입하게 되고, 초코파이가 결국은 이런 남북 정세의 변화나 세계정세에 있어 한반도 변화에 있어서 재미 있고 의미 있는 이야기를 국제사회에 할 수 있겠다 생각했습니다.”
남북 화해를 위해 기획했던 전시가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는 시점에 열려 그 의미가 배가 됐다는 설명입니다.
부산비엔날레는 1998년 부산국제아트페스티벌(PICAF)로 출범한 이후, 격년제 국제현대미술전시로 개최되고 있는데요, 해마다 다른 주제로 열리며 현대미술의 대중화에 기여해 왔습니다.
지난 8일부터 11월 11일까지 열리는 2018 부산비엔날레의 주제는 ‘비록 떨어져 있어도’ 입니다.
최 위원장은 한반도가 겪고 있는 물리적, 영토적 분단뿐 아니라 남북한 주민들의 마음에서도 분열이 일어나고 있고 상처가 지속되고 있는 점을 주목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천민정 작가의 작품 활동이 정확하게 이런 상황과 일치했다며 초대 이유를 밝혔습니다.
[녹취: 최태만 위원장] “이런 주제를 오랫동안 작업해온 천 작가의 작품이 너무 정확하게 일치했습니다. 남한과 북한이 정서적으로 연결시키는 좋은 매개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북한 주민이 남한을 이해하고, 우리나라 사람이 북한을 이해할 수 있는 다리 역할을 한다고 믿고 있고, 이데올로기에 만들어진 대립과 갈등 해소에 좋은 장치로서도 역할을 할 것으로 믿습니다”
최 위원장은 사회적 정치적 상황을 배경으로 하는 무거운 주제인 만큼 천 작가의 이번 전시는 심각성을 부드럽게 풀어내며 관객 참여형 방법으로 효과가 크다고 말했습니다.
미 동부 메릴랜드미술대학교 (MIKA) 교수인 천민정 작가는 지난 2004년 금강산 관광 중 북한 주민을 만난 것을 계기로 북한 주민들을 그림에 등장시켜 왔습니다.
그리고 10여 년 동안 폴리팝 아티스트로서 남북한 갈등, 북한 주민의 평범한 인권, 북한 정권에 대한 바람 등을 다양한 방식으로 대중에게 알려왔습니다.
‘폴리팝’은 정치를 뜻하는 ‘폴리틱’, 막대사탕을 뜻하는 ‘롤리팝’이 합쳐진 폴리티컬 팝아트의 줄임말로, 딱딱한 정치를 대중에게 쉽게 소개하는 미술 장르입니다.
천민정 작가는 지난 2008년 ‘인형을 통해 말하다’라는 제목의 전시로 서구지향적 사고방식이 팽배한 한국사회와 순수하고 아름답지만 개인의 자유가 존재하지 않은 전체주의 사회 북한의 현실을 날카롭게 비판했습니다.
또 2014년에는 일본 만화 주인공 포켓몬이 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남북한 여성들의 수퍼우먼 컴플랙스를 담았고, 초코파이를 통해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교육자로서 북한 주민의 교육 받을 권리를 위해 ‘미술사 동영상 강의 시리즈’를 제작해 꾸준히 북한에 보내는 등 북한인권 개선을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번 부산비엔날레에 출품한 작품은 지금까지의 천 작가의 활동과 목적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10여년 간 그렸던 그림과 초코파이 동영상 강의 등 핵심 활동이 소개됐기 때문입니다.
특별히 천 작가는 이번 작품 전시를 탈북자들에게 헌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지금까지 천 작가가 탈북자를 직접 전면에 드러낸 적은 거의 없었습니다. 천미나 작가입니다.
[녹취: 천미나 작가] “특별히 탈북자님들을 위해서 만든 거 거든요. 힘들 내자. 라는 거였어요. 벽에도 써 있거든요. ‘The Artist dedicated the installation to North Korean Defector in South Korea’ 이젠 그 분들도 힘드시게 살아오고 넘어오고 적응하는데 고생하셨잖아요. 굉장히 훌륭하시니까, 그 분들한테 스팟라이트를 주고 싶었고, 같이 즐깁시다.”
‘한국에 있는 탈북자들에게 작품을 바칩니다’라고 자신의 전시 목적을 밝힌 천 작가는, 당초 주최 측은 초코파이 전시만을 권했다고 말했습니다.
최태만 부산비엔날레 집행위원장은 현재 남북한 화해무드에 북한인권을 부각시키는 것이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는 점을 언급했습니다.
[녹취: 최태만 위원장] “북한인권 문제는 북한 내부뿐 아니라, 전 세계 쟁점임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부각시킬 경우 현재 조성되는 화해 분위기에 경색되는 빌미를 제공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있습니다. 북한인권 문제를 지속적으로 관심 가지고 노력해야 하겠지만. 현재 정세로 볼 때 인권을 내세울 경우, 경직된 반응을 보이지 않을까 하는.. 차분하게 점진적으로 북한인권 문제 해결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천 작가는 북한 주민의 인권 개선을 희망하는 작품들이 주목 받고 있지는 않지만 결국 한반도 평화가 작품의 궁극적인 목표라며, 관람객들의 반응과 문 대통령의 방문이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관람객들의 반응을 현재 한국사회의 정치 상황을 보여주는 현상으로 풀이했습니다.
[녹취: 천미나 작가] “사실은 이번에는 크게 그 분위기 하고 맞는 초코파이가 너무 재미있는 것 같은데, 그러니까 초코파이가 (흥행이)되는 거고. 이번에 뜬다고 말을 하자면, 지금 (남북간 화해) 분위기하고 정말 맞기 때문이고, (북한) 인권 활동이 더 우선적으로 됐었으면 그 비디오가 떴겠죠. (전시회 기사들 중에) 인권 활동에 대한 내용은 거의 없고요, 기사 한 두 개 나왔지만, 그게 지금의 현실일 수도 있다고 볼 수 있고 “
천 작가는 남북 화해가 진정성 있게 이뤄지고, 북한 주민의 인권 문제가 외부의 압박에 의해서가 아닌 자발적인 움직임에 의해 개선되기를 희망했습니다.
VOA 뉴스 장양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