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오늘(1일) 70주년 국군의 날을 맞아 다양한 행사가 열렸습니다. 한국전쟁 국군 전사자 유해 송환식, 비무장지대에서 남북이 합의한 지뢰 제거 작업이 시작됐습니다. 일부에서는 군사퍼레이드가 열리지 않은 점을 들어 국민들의 안보 의식 해이를 우려했습니다. 서울에서 김영권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한국 국군의 날 70주년을 맞은 1일. 서울공항에서는 6·25 한국전쟁 국군 전사자 유해 봉환 행사가 열렸습니다.
유해는 1996년부터 2005년 사이 미군이 북한에서 발굴한 유해 중 한국군 전사자로 판명된 것으로, 모두 64위가 하와이에서 송환됐습니다.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당신을 기억하겠습니다’란 표어 아래 문재인 대통령과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 참전용사 대표들은 유해를 향해 거수경례한 뒤 헌화·분향했습니다.
비슷한 시각에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과 강원도 철원 비무장지대(DMZ)의 화살머리 고지 일대에서는 남북 군사당국이 지뢰 제거 작업을 각각 개시했습니다.
한국 국방부는 지뢰 제거 작업이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의 이행을 위한 첫 조치라며 의미를 강조했습니다.
JSA 일대에는 남북 간 왕래가 잦아 지뢰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화살머리 고지는 상당한 규모의 지뢰가 매설돼 있고, 연합군 전사자 유해도 매장돼 있는 것으로 군 당국은 추정하고 있습니다.
한국 국방부는 공동 유해 발굴 지역 지뢰 제거 작업을 시작으로 남북 합의가 정상적으로 추진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청와대에서는 국군의 날 경축연 오찬 행사가 대통령 주재로 열렸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연설에서 튼튼한 국방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녹취: 문재인 대통령] “우리가 가는 길은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이며 어떤 어려움이 닥칠지 예상하기 어렵기에 어느 때보다 튼튼한 국방이 중요합니다.”
아울러 남북이 땅과 바다, 하늘 모든 곳에서 적대 행위를 끝내기로 결정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평화를 만드는 원동력은 강한 군대, 이를 뒷받침하는 힘은 국민의 신뢰라고 말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이어 오후 국군의 날 공식 기념식을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열어 싸이와 걸그룹 등 연예인들의 공연과 공군 특수비행팀의 야간 에어쇼로 마무리했습니다.
하지만 5년 주기로 개최했던 군사퍼레이드나 계룡대에서 진행됐던 전통적인 행사는 없었습니다.
이에 대해 예비역 장성들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주미 한국대사관 국방무관을 지낸 신경수 예비역 육군 소장은 `VOA'에, 의미 있는 행사가 있었지만, 군의 억제력을 보여줄 수 있는 순서가 없었다는 게 아쉽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신경수 전 소장] “국군의 날이라는 것은 안보 차원에서 우리 군의 자주국방, 억제력 이런 것을 보여줄 수 있는 그런 계기가 돼야 되지 않나 싶어요. 군의 위용을 과시하고. 저는 꼭 시가행진을 해야 한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그런 의미를 담은 행사를 해야 되는 게 아닌가? 그런 차원에서 보면 싸이 공연이 국군의 날은 아니잖아요. 연예인들 공연으로 포장되는 게 군에 불편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지요.”
신원식 전 합참 작전본부장 등 예비역 장성들은 언론에 다른 날도 아니고 국군의 70번째 생일인데 북한을 자극하지 않는다며 축하 행사를 이렇게 치른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1956년부터 시작된 한국의 국군의 날 행사는 1993년부터 5년 단위로 군사퍼레이드 등 대규모 행사로 열려 왔습니다.
지난 2008년 60주년 때는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서 행사를 열고 대로에서 군사퍼레이드를 열었었습니다.
한미연합사령부 부사령관을 지낸 김재창 한미안보연구회장은 `VOA'에 국군의 날 군사 행진을 차치하더라도 대비태세까지 줄이며 안보를 상대의 선의에 의존하는 상황이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재창 전 육군 대장] “한 나라의 국방은 정말 온 국민이 다 힘을 다 합해야 합니다. 소위 지금은 총력전 시대 아닙니까. 왜냐하면 우리 한반도처럼 중심이 짧은 나라는 한 번 기습을 받으면, 적이 기습에 성공하면 회복이 대단히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보기에는 적의 위협은 극도로 증가해 있고 우리 대비태세는 자꾸 줄어들고 더 걱정스러운 것은 이것을 평화라고 계속 얘기해서 국민들로 하여금 경각심마저 이완되게 하는 이런 상황이 우리 휴전 이후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습니다. 지금이 가장 위험한 때이다. 이걸 평화라고 하는 자체가 대단히 위험합니다.”
하지만 지난달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으로 평양을 방문했던 최완규 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VOA'에, 안보 문제를 새로운 틀로 재해석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최완규 전 총장] “타협의 자세로 나오고 조금 더 유화적인 정책을 할 때 북한도 상응하는 대응을 했고 긴장도 낮아지고 관계가 좋아지는 이런 것을 우리가 여러 차례 봐 왔는데. 그게 결국 절대적 안보우선주의로 서로 겨눌 때 긴장도 고조되고 갈등도 심화되고 전쟁 위협은 더 높아지는데 그게 무슨 안보를 튼튼히 하는 것이냐 그렇게 질문하고 싶습니다.”
북한 정권이 과거 거짓과 도발을 일삼았다고 해서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란 틀에 갇혀 있는 것은 용서와 화해, 교류, 협력을 통해 신뢰 회복과 관계가 개선되고 평화를 정착하는 국제 흐름과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입니다.
최 전 총장은 안보의 중요성을 부정하는 게 아니라 국가가 주도하는 군사력 위주의 안보만 안보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최완규 전 총장] “우리가 그렇게 여러 가지 측면에서 북을 압도하는 사회라고 자신하면 그 정도로 북에 자신감이 없느냐 말입니다. 자신감을 바탕으로 보다 열린 자세로 북한도 세계에 대해서 문을 열어야 하지만, 세계도 북한에 대해 문을 열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김재창 전 부사령관은 그러나 상대를 남북관계 개선을 이유로 군사 임무 수행 능력을 어렵게 한다면 더 큰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재창 전 육군 대장] “군사퍼레이드를 하는 게 적을 자극하는 것으로 해서 퍼레이드를 안 했다면 대단히 잘못된 생각입니다. 왜냐하면 문재인 대통령이 전시작전통제권을 빨리 가져와야 한다고 하시면서 그 이유를 ‘그래야 적이 우리를 두려워한다’ 이런 표현을 썼습니다. 적이 우리를 두려워하면 그게 적을 자극하는 것 아닙니까? 왜 이렇게 모순된, 적이 우리를 두려워하는 게 아니라 적이 군사력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해야 할 텐데, 연합태세를 줄이면서 그게 적이 우리를 두려워하게 하는 방법이란 게 앞뒤가 맞지 않는 겁니다.”
남북대화를 하면서도 안보에 균형을 지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북한이 올해에만 대규모 열병식을 두 차례나 했는데 왜 한국군만 조촐한 기념식을 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난했습니다.
하지만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VOA에 국군의 날 행사는 “축소 시행이 아니라 이전과 행사 개념이 바뀐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최 대변인은 “국군의 날의 주인공인 국군이 축하받고 일과 후 국민이 함께 참여하고 미래군의 모습을 보여주는 시연 등이 펼쳐진 것”으로 유해 봉환, 현역 장병 등이 참석한 청와대 오찬 등 “장병들을 위한 다양한 행사로 확대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