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비무장지대(DMZ) 일대에 매설된 지뢰는 약 200만 발로, 지뢰 매설 밀도가 세계 1위로 꼽힙니다. 이 곳 지뢰를 모두 제거하려면 수 백 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조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반도에 매설된 지뢰 수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습니다.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둔 민간기구인 ‘국제지뢰금지운동(ICBL)’은 DMZ 일대에만 약 200만 발이 매설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1 평방 m2 당 2.3개 꼴로, 지뢰 매설 밀도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한반도 내 지뢰는 DMZ 내부뿐 아니라 군사분계선(MDL)과 민간인 출입통제선 일대 등 곳곳에 분포돼 있습니다.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지난 2016년 발표한 자료에서 MDL 남쪽, 즉 한국 측 DMZ와 민통선 지역에 약 127만 발, 그리고 북한 측 DMZ에 약 80만 발이 매설된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DMZ 일대와 민통선 지역의 지뢰지대는 총 12,411만 m2에 달합니다.
한국군이 이 지역에 매설한 지뢰는 주로 M-14와 M-16 대인지뢰, M-15 대전차지뢰입니다. 북한의 지뢰지대에는 목함지뢰 등 옛 소련과 중국 등이 주로 사용하던 지뢰들이 심어져 있습니다.
한반도에 매설된 지뢰는 한국전쟁 중 한국군과 북한 인민군, 미군, 그리고 중국 공산군이 곳곳에서 매설하고 살포했습니다. 이는 전쟁 이후 1980년대까지도 이어졌습니다.
DMZ 일대 지뢰는 적의 침투를 저지하려는 목적뿐 아니라, 상대 쪽으로 넘어가려는 아군을 막으려는 목적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집니다.
특히 한국 측 DMZ와 민통선 일대 지뢰 대부분은 쿠바 사태와 베트남전이 한창인 1960년대 초반에 매설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964년 월남 파병으로 한국에 안보공백이 발생한 틈을 타 북한군이 침투하자 이를 막기 위해 곳곳에 지뢰를 심은 것입니다.
미국 정부는 지난 2014년, 대인지뢰를 북한의 남침을 계속 억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한반도에서만 사용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당시 미 국무부는 “한반도 이외 지역에서 사용, 저장, 구매하는 일을 돕거나 장려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세계 160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국제지뢰금지협약인 ‘오타와 협약’에 미국과 한국은 가입하지 않고 있습니다. 지뢰가 DMZ에서 북한의 남침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지난 2015년에는 북한이 DMZ에 의도적으로 지뢰를 설치하는 이른바 ‘DMZ 목함지뢰 도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2016년 한국 국방백서에 따르면 2015년 8월 4일 경기도 파주시 MDL 남쪽 DMZ에서 북한군이 매설한 목함지뢰가 폭발해 한국군 병사 2명이 부상을 당했습니다.
당시 한국 국방부와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는 북한군이 MDL을 불법 침범해 목함지뢰를 의도적으로 매설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에 대응해 한국군은 대북 경고성명과 함께 대북 심리전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습니다.
그러자 북한은 휴전선 지역에서 준전시상태를 선포하는 등 군사적 긴장 수위를 높였습니다.
이어 8월 20일 북한은 남측을 향해 두 차례 포격 도발을 감행하고 이에 한국군도 대응사격했습니다. 이틀 후 양측은 판문점에서 고위당국자 접촉을 갖고 준전시상태를 해제했습니다.
2016년 8월 유엔군사령부는 북한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 있는 ‘돌아오지 않는 다리’ 북측 지역에 여러 발의 지뢰를 매설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지뢰 유실로 인한 사고도 자주 발생하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과 북한 모두 지뢰지대를 표시한 지도가 있지만, 정확도가 낮은데다 폭우나 홍수 등으로 유실되면서 위험성이 높은 상황입니다.
전문가들은 한반도 내 지뢰를 모두 제거하려면 전방사단의 공병대대를 모두 투입해도 약 200년이 걸릴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VOA 뉴스 이조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