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은 미국을 가장 가깝게 여기는 것으로 한 조사 결과 나타났습니다. 또 통일과 북한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크게 높아진 반면 탈북민에 대해서는 부정적 인식이 강화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서울에서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인 10명 중 7명은 미국을 가장 가깝게 느끼는 나라로 꼽았습니다.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이 지난 여름(7월12일~8월 3일) 성인 1천 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2일 발표한 ‘2018 통일의식 조사’ 결과 미국을 가장 가깝게 느낀다는 응답자는 72.5%에 달했습니다.
모든 연령대에서 고루 미국에 대한 친밀감을 나타냈고, 특히 20대는 10년 전 46%에서 크게 증가한 74.8%가 미국을 훨씬 더 가깝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미국에 대한 협력 대상 이미지가 81%,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했을 때 미국이 한국을 도울 것이란 응답은 66.1% 였습니다.
이 연구원의 최규빈 선임연구원은 “한국의 진보 정권에서도 미국을 협력 대상으로 보는 이미지가 강화됐다”며 “미국을 협력 대상으로 보는 한국인들의 인식은 절대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런 결과는 “북 핵 문제 해결과 남북관계 안정, 평화를 위해서 미국의 도움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이기 때문"인 것으로 최 연구원은 풀이했습니다.
북한을 가장 가깝게 느낀다는 응답은 19.1%로 지난해 보다 7.8% 증가해 2위에 올랐습니다.
또 가장 위협적으로 느끼는 상대는 지금까지 1위를 차지했던 북한에서 중국으로 바뀌었습니다.
북한을 최대 위협으로 보는 응답은 32.8%로 조사 이래 최저를 기록한 반면, 중국에 대한 위협 인식은 46.4%로 최고를 기록했습니다.
주변국 중 가장 통일을 원한다고 생각하는 나라는 미국이 47%로 압도적으로 1위를 차지했습니다. 반면 일본과 중국, 러시아는 모두 10% 안팎으로 통일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런 가운데 10명 중 6명(59.8%)이 통일이 필요하다고 응답해 200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통일을 해야 하는 이유로 45%가 ‘같은 민족이니까’, 31%는 ‘전쟁 위협을 없애기 위해서’, 13%는 ‘한국이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라고 답했습니다.
아울러 통일을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북한의 비핵화라는 응답이 62.9% 였고, 이어 군사적 긴장 해소, 북한인권 개선, 평화협정 체결 순이었습니다.
이번 조사에서는 특히 북한을 적대보다 협력 대상으로 보는 비율이 과거보다 크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북한을 협력 대상으로 보는 인식은 지난해 41.9%에서 54.6%로 올랐고 54.7%는 북한 정권을 신뢰한다고 답했습니다.
또 77%는 북한이 변화하고 있다고 생각했고, 북한의 무력 도발에 대한 위협 인식은 56%로 전년보다 14.5% 하락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인권 상황에 관해서는 82.3%가 심각하다고 응답했고, 개선 방안으로는 46%가 ‘남북 간 대화와 교류’, 30%는 ‘북한의 민주화’라고 응답했습니다.
통일연구원의 나용우 연구원은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높은 수준의 만족도(64.4%)가 이런 대북 인식 개선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한편 통일과 북한에 대한 긍정적 인식은 증가했지만 탈북민에 대해서는 오히려 부정적 인식이 강화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탈북민에 대한 친근감 정도를, 전혀 친근하지 않은 1에서 아주 친근하다를 5로 볼 때 한국인들은 중간 수준인 3.02라고 응답했습니다.
또 탈북민 수용에 대해서도 “원하는 사람을 모두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은 조사가 시작된 이래 처음으로 30%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반대로 “더 이상 받아들여서는 안된다”는 응답은 지난해 보다 증가한 14.3%, “선택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은 역대 최고인 56%를 기록했습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의 정동준 선임연구원은 이에 대해 “탈북민 수용에 대한 (한국) 국민들의 견해가 보다 보수적이고 신중한 쪽으로 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탈북자들 때문에 취업이 어려워진다'와 `탈북자도 조직에서 똑같이 경쟁해야 한다'는 응답이 예년에 비해 높아져, 현재 한국 경제의 양극화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탈북자들에게 투사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