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오, 6달새 네 차례 방북 행보…취임 후 최다 방문국 ‘북한’

마이크 폼페오 미국 국무장관이 전용기에서 내리고 있다.

마이크 폼페오 미 국무장관의 4차 방북으로 답보 상태에 있던 미-북 간 비핵화 협상이 다시 본궤도에 오를지 주목됩니다. 지난 6개월 사이 총 네 차례에 걸쳐 이뤄진 폼페오 장관의 방북은 매번 미-북 협상의 향방을 가늠할 중요한 전기로 주목 받았습니다. 이조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폼페오 장관은 지난 약 6개월 사이 총 네 차례에 걸쳐 북한을 방문했습니다.

지난 4월 취임 이후 방문한 총 20개국 가운데 북한과 일본은 각각 세 차례로 가장 많습니다.

중앙정보국(CIA) 국장 시절 이뤄진 방북까지 합치면 총 네 차례로 북한은 폼페오 장관이 가장 많이 방문한 나라입니다.

폼페오 장관의 첫 방북은 중앙정보국(CIA) 국장 시절인 지난 3월 31일 이뤄졌습니다.

당시 미 국무장관 내정자였던 폼페오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특사자격으로 극비리에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났습니다.

지난 2000년 10월 매들린 올브라이트 당시 국무장관 이후 18년만에 이뤄진 최고위급 미국 인사의 방북이었습니다.

1박 2일 일정으로 진행된 방북은 미-북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서 이뤄졌습니다.

당시 워싱턴 조야에서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즉흥적으로 정상회담을 결정했다며, 정상회담에 대한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평양을 방문한 폼페오 장관은 김 위원장을 만나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하고 미-북 정상회담 관련 물밑 조율에 나섰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자신의 트위터에 폼페오 장관이 북한에서 김 위원장을 만났다며 “만남은 매우 순조로웠고 좋은 관계가 형성됐다”고 말했습니다.

폼페오 장관의 첫 방북 이후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행정부 내 관리들은 미-북 정상회담에 대한 신중한 낙관론을 유지하며 폼페오 장관의 첫 방북 결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였습니다.

반면, 미국 언론들은 백악관 참모들이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해 여전히 상당한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4월 말 상원 인준을 마치고 새 국무장관으로 임명된 폼페오 장관은 5월 8일, 다시 북한을 방문해 미-북 정상회담 의제를 조율하고 김 위원장을 만났습니다.

당시 워싱턴에서는 미-북 정상회담과 관련해 이상기류가 생긴 게 아니냐는 관측이 있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의 시기와 장소가 확정됐다면서도 공식 발표를 미루고 있는 데다가, 북한이 미국을 비난하는 외무성 논평을 발표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평양을 찾은 폼페오 장관은 당시 미국으로 돌아오면서 북한에 장기간 억류됐던 한국계 미국인 3명을 데리고 왔습니다. 당시 정상회담의 핵심 걸림돌을 제거한 겁니다.

김 위원장은 폼페오 장관과의 두 번째 면담 이후 미-북 정상회담에 관해 ‘만족한 합의’를 봤다고 밝혔고, 폼페오 장관은 ‘충분한 합의’를 이뤘다고 화답했습니다.

폼페오 장관의 두 번째 방북과 미국인 억류자 석방이 미-북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다시 높인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정상회담이 싱가포르에서 6월 12일 개최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폼페오 장관의 두 번째 방북은 사실상 미-북 정상회담 일정이 확정되는 결과로 이어진 겁니다.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불과 보름 앞두고 회담 취소와 번복이 거듭되는 소동이 벌어지지만 우여곡절 끝에 예정대로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첫 미-북 정상회담이 개최됐습니다.

그러나 워싱턴 조야에서는 싱가포르에서 채택된 미-북 공동성명에 비핵화를 위한 북한의 구체적 조치와 시한 등 핵심이 빠졌다는 비판이 거셌습니다.

때문에 폼페오 장관은 정상회담 후속 비핵화 협상을 통해 비핵화 이행 조치와 관련해 핵심 내용을 채워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습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후속 비핵화 협상이 바로 시작되지 않고 북한 측 협상 카운터파트조차 발표되지 않자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워싱턴 조야의 비판은 더욱 커졌습니다.

또 북한은 여전히 핵 물질을 생산하고 있는 등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미 언론들의 보도가 잇따르며, 이런 비판과 의구심을 잠재워야 하는 폼페오 장관의 부담은 더 커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폼페오 장관의 3차 방북은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처음이자, 비핵화 합의를 구체화하는 첫 고위급 회담이라는 점에서 향후 비핵화 협상의 전망을 가늠할 중요한 전기로 주목됐습니다.

폼페오 장관의 세 번째 방북은 당초 예상보다 다소 늦어진 7월 6일,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열린 지 23일 만에 이뤄졌습니다.

하지만 폼페오 장관은 세 번째 방북에서 그렇다 할 만한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당초 예상됐던 김 위원장과의 면담도 불발되며 ‘빈손 귀국’이란 비판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당시 폼페오 장관은 비핵화의 모든 분야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룬 생산적 회담이었다고 말했지만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 보다 폼페오 장관이 ‘강도적인 비핵화 요구만을 들고 나왔다’며 미국의 태도에 강한 유감을 표명한 북한 외무성 대변인의 담화에 큰 관심이 모였습니다.

폼페오 장관의 세 번째 방북이 성과 없이 끝나면서,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해 강한 의구심을 제기했던 미국 내 비판 여론은 더욱 심해지고 북 핵 회의론도 증폭됐습니다.

싱가포르 회담 이후 후속 협상은 두 달 넘게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하면서 비핵화 협상은 사실상 교착 상태에 빠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폼페오 장관의 4차 방북 계획이 전격 발표됩니다.

폼페오 장관은 8월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다음주 북한을 방문한다며, 이번 방북에 동행할 스티븐 비건 포드자동차 국제대정부 부문 부회장을 새 대북정책 특별대표로 지명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폼페오 장관이 4차 방북 계획을 발표한 지 하루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방북을 전격 취소하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가 ‘충분한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며 비핵화 협상 진전에 대한 불만을 처음 공개적으로 제기했습니다. 또 대중 무역과 관련한 미국의 강경한 입장으로 인해 중국이 이전처럼 비핵화 절차를 돕지 않는다고 믿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렇게 폼페오 장관의 4차 방북이 취소되면서 미-북 간 비핵화 협상이 안개 속으로 빠져들 것이란 우려는 증폭됐습니다.

그러나 약 한 달 후, 지난달 26일 유엔총회가 열리는 뉴욕에서 폼페오 장관과 리용호 북한 외무상의 회동이 이뤄진 뒤 폼페오 장관의 4차 방북 계획이 다시 공식 발표됐습니다.

국무부는 폼페오 장관이 2차 미-북 정상회담 조율과 싱가포르 정상회담 합의에 관한 추가 진전을 목적으로 북한을 방문한다며, 김 위원장의 초청으로 이뤄지는 방북이라고 밝혔습니다.

김 위원장의 공식 초청으로 폼페오 장관의 방북이 이뤄진 건 사실상 이번이 처음입니다.

폼페오 장관의 네 번째 방북으로 답보 상태에 있던 미-북 간 비핵화 협상이 다시 본궤도에 오를지 주목됩니다.

VOA 뉴스 이조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