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곳곳의 다양한 모습과 진솔한 미국인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입니다. 미국 서북쪽 끝에 자리 잡은 알래스카주. 대자연의 아름다움과 다양한 야생 동식물이 살아 숨 쉬는 알래스카주는 미국 다른 어느 주에서 경험할 수 없는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특히 이맘때쯤 알래스카주 호머시에선 세계적인 광어잡이 축제가 열린다는데요. 30년 이상 이어온 알래스카의 전통, 일명 ‘할리벗더비(Halibut Derby)’ 현장을 찾아가 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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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이야기, 알래스카의 광어잡이 축제 ‘할리벗 더비’”
[현장음: 호머시 할리벗 더비]
매년 5월부터 10월까지, 해안 도시 호머에서는 유명한 광어 잡기 축제, ‘할리벗더비’가 열립니다. 조용한 해안 도시가 이때만큼은 전 세계에서 찾아온 관광객과 낚시꾼들로 북적이는데요. 호머 상공회의소의 브리짓 매리욧 씨의 설명을 들어보죠.
[녹취: 브리짓 매리욧] “하루에 10달러의 참가비를 내면 누구나 광어잡이 축제에 참가할 수 있습니다. 배를 타고 나가서 광어 낚시를 하는데요. 우리가 미리 붙여놓은 표지가 달린 광어나 아주 큰 광어를 잡으면 선장이 본부로 가져옵니다. 그리곤 무게를 달아보죠. 일부 생선은 방생하기도 합니다. 크긴 하지만 대회에서 수상을 못 할 것 같은 생선은 다시 바다에 놓아주도록 권유해요. 또 보통 통통한 생선은 알을 품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생선은 다시 바다로 보내줘야 개체 수가 유지됩니다.”
광어 잡기 축제는 가장 큰 광어를 잡은 우승자에게 상금을 몰아주는데요. 지난해 1등을 한 광어는 무게가 110kg에 달했고, 우승상금은 15만 달러가 넘었습니다.
대부분의 참가자는 어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지만, 취미로 낚시를 즐기는 여성들과 어린이들도 참여하는데요. 제임스 스펜서 씨는 자신을 어부라고 소개했습니다.
[녹취: 제임스 스펜서] “광어잡이 축제는 아주 큰 행사입니다. 참가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어업을 생계로 삼고 있는 사람들이에요. 저도 그렇고요. 다들 제일 큰 광어를 잡기 위해 이렇게 알래스카까지 찾아오는 겁니다.”
크리스틴 스미스 씨는 캘리포니아주에서 왔다고 했습니다. 지난 5년간 친구들과 늘 같은 배를 타고, 같은 선장의 도움을 받아 광어잡이에 도전하고 있다고 했는데요. 행사 주최 측은 낚시 초보자도 빈손으로 돌아갈 일은 없을 거라고 말하지만, 사실 광어 낚시엔 기술이 필요하다는 게 스미스 씨의 설명입니다.
[녹취: 크리스틴 스미스] “축제에 참여하려면 우선 낚시 법을 미리 배워야 합니다. 또 근력을 많이 키워야 해요. 광어가 미끼를 물고도 굉장히 빨리 도망가고, 무엇보다 정말 무겁거든요. 물속 30m 아래에 있는 무거운 광어를 들어 올리는 게 보통 일이 아니랍니다. 그래도 보람이 있어요. 내가 직접 잡은 광어를 손질한 후 얼려서 집에 가져가면 1년 내내 먹을 수 있으니까요.”
아이잔 아리크 씨는 축제 참가자들이 잡아 온 광어를 손질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아리크 씨는 스페인어 석사학위를 가진 여성으로 교사가 되려고 준비 중이라는데요. 하지만 매년 광어잡이 축제 철이 되면 이렇게 작업복을 입고, 큰 칼을 손에 쥔 채 해변으로 나온다고 했습니다.
[녹취: 아이잔 아리크] “제가 손질한 광어 가운데 제일 무거웠던 건 110kg이 넘습니다. 제 동료는 130kg이 넘는 걸 손질한 적도 있어요. 알래스카 광어들은 정말 크답니다.”
이렇게 큰 생선을 손질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아리크 씨는 본인 키 만한 생선도 능숙하게 손질합니다.
[녹취: 아이잔 아리크] “원래 알래스카 여자들이 강합니다. 특히 바닷가에 사는 여성들이 이런 일을 많이 하죠. 전혀 힘들지 않아요.”
알래스카 어부들은 연간 200만t이 넘는 생선을 잡습니다. 연어, 광어, 청어 등 종류도 다양한데요. 알래스카주에서 가장 규모가 큰 민간산업이 바로 어업이기도 하죠. 하지만 어업은 위험한 일이기도 한데요. 지난 1934년 이후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 선원이 70여 명 정도 된다고 합니다. 따라서 현재 알래스카주는 선원들의 희생을 최소화하고, 생선 개체 수도 보존하기 위해 무척 엄격한 어업 관련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두 번째 이야기, 워싱턴 D.C. 패션위크”
해마다 미국 뉴욕과 프랑스 파리 등지에서는 ‘패션위크’가 열립니다. 패션위크는 패션업계 최고의 디자이너들이 다음 시즌 의상을 미리 선보이는 쇼인데요. 그 영향력이 대단하죠. 그런데 최근 워싱턴 D.C.에서도 패션위크가 열렸습니다. 세계 정치의 수도답게 딱딱하고 보수적인 옷차림을 보이는 곳이지만, 워싱턴 D.C.야말로 패션을 위한 최고의 도시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녹취: 이안 윌리엄스] “저는 독학으로 패션을 배운, 디자이너 이안 윌리엄스입니다. 저는 늘 패션에 대한 관심이 많았어요. 원래 전공은 컴퓨터 공학이지만, 패션 관련 수업을 들으며 열심히 실력을 갈고닦았습니다.”
윌리엄스 씨는 14년 전, 미국 수도 워싱턴 D.C.에서 패션위크를 시작한 디자이너입니다.
[녹취: 이안 윌리엄스] “워싱턴 D.C.라고 하면 다들 정치를 떠올리죠. 하지만 사실 워싱턴은 볼거리, 즐길 거리가 넘치는 도시예요. 오페라에서부터, 박물관, 다양한 음악 공연, 극장, 각종 파티까지. 사람들이 모이는 행사가 많죠. 이런 행사들은 자기만의 패션을 선보이는 기회가 되기도 해요.
세계 4대 패션위크로 불리는 뉴욕, 런던, 밀라노, 파리 패션위크는 세계 최정상 디자이너들이 참여하는 행사이지만, D.C. 패션위크는 지역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들로부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점점 국제적인 행사로 규모가 커지고 있는데요. 세계 각지의 독특한 패션을 차용한 디자이너들도 만날 수 있습니다.
[녹취: 엘렌 런던] “제가 디자인한 옷들을 좀 보여드리죠. 이 옷은 태국의 전통 옷감에 미국 천을 더해서 만들었어요. 그런가 하면 시리아의 전통 문양을 미국 전통 문양에 덧댄 것도 있죠. 또 우크라이나의 직조 방식에서 착안해 만든 옷도 있고요. 중국과 서아프리카의 복식에서 영감을 받는 옷들도 있습니다.”
엘렌 런던 씨는 이번 패션위크에서 태국 디자이너와 협업한 옷을 선보였는데요. 런던 씨가 이렇게 세계 곳곳의 천과 디자인을 차용한 이유는 바로 '다양성'과 '포용력'을 보여주기 위해서라고 했습니다.
[녹취: 엘렌 런던] “저는 섬유나 패션이야말로 사람들이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또 소통할 수 있는 좋은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D.C. 패션위크의 창시자 윌리엄스 씨도 이런 생각에 동의하고 있었습니다.
[녹취: 이안 윌리엄스] “우리 패션위크는 ‘포용력’에서 시작했습니다. 늘씬한 모델들만 기용하는 다른 패션위크와는 달리 다양한 체형과 나이, 인종의 모델들이 패션쇼 무대에 오르죠. 패션은 몇몇 사람만 위한 게 아니라 우리 모두를 위한 것이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입니다.”
패션위크에 참석한 사람들도 디자이너들의 이런 생각에 공감하는 듯했습니다.
[녹취: 패션위크 참석자]
파키스탄에서 왔다는 마리하 씨는 D.C. 패션위크가 처음이지만 굉장히 좋았다며, 무대 위에 오른 모델들과 패션을 통해 다양성을 엿볼 수 있었다고 평가했습니다.
1주일 동안 진행된 D.C. 패션위크에선 다양한 배경의 디자이너들 그리고 신생 디자이너들의 옷도 만나볼 수 있었는데요. 윌리엄스 씨는 이번 행사를 통해 원대한 꿈을 꾼다고 했습니다.
[녹취: 이안 윌리엄스] “D.C. 패션위크의 목표는 전 세계 최고의 디자이너들이 워싱턴에 모이는, 마치 올림픽 대회처럼 국제적인 경연장이 되는 것입니다. 전 세계의 소비자들에게 세계 패션의 흐름을 보여주고 싶어요.”
네,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다음 주에는 미국의 또 다른 곳에 숨어 있는 이야기와 함께 여러분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함께 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