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탈북 여성들은 북한 관리들이 여성들에게 성폭력을 일삼는다는 국제 인권단체의 지적에 전적으로 동감한다고 밝혔습니다. 휴먼라이츠워치의 이번 보고서를 계기로 북한 여성들이 당하는 성폭력 실태를 더 많이 알려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연철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미 동부에 사는 탈북민 데보라 씨는 북한 관리들이 여성들에게 자행하는 성폭행과 성추행의 실상을 담은 휴먼라이츠워치의 최근 보고서 내용이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데보라] “100% 동감이죠. 제가 많이 당해봤고 해서…좀 반반하게 생긴 여자들이 있으면 불러내고 심부름 같은 것을 시키면서 추행을 하는 거예요.”
하지만 부당한 보복이 두려워 간부들의 요구를 거부할 수 없는 것이 북한의 현실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가해자 보다 피해자를 탓하는 사회 분위기 때문에 가족들에게 조차 피해 사실을 털어 놓을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지난 2006년 미국에 정착한 데보라 씨는 성폭력을 범죄로 엄하게 다스리는 미국에 와서야 비로소 여성으로서 보호를 받는다고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녹취:데보라] “당연히 우리는 당하고 살아야 하는구나, 이렇게 살았는데, 여기 와서 돌아보니까, 아 그것이 범죄구나, 그것이 잘못된 것이구나, 그 때 상황에서 내가 진짜 억울한 상황이었구나, 이런 의식이 생기는 거예요.”
데보라 씨는 북한에서는 성폭행과 성추행 등에 대한 교육이 전혀 없다며, 이번 보고서를 통해 북한에 있는 여성들도 성폭력이 범죄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에서 여군으로 복무했던 제니퍼 씨는 군대 내에서 성폭력의 희생자가 됐지만 그저 당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제니퍼] “당해도 말을 일단 군사복무가 끝날 때까지는 비밀로 해야 되고, 또 그렇게 당할 수 밖에 없는 것이고, 그런 경우를 저는 당해봤어요.”
제니퍼 씨는 북한 여성들은 성폭행이나 성추행이라는 말조차 잘 알지 못한다며, 자신도 중국에 가서야 처음으로 그런 말을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 면에서 휴먼라이츠워치의 이번 보고서는 북한 여성들에게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제니퍼] “일단 북한 사람들에게 성폭행에 대해 알리는 것이 저는 잘하는 것 같아요. 일단 성폭행을 당하지 않도록, 거기에 대해서 알 수 있게끔 해주는 것만해도 좋은 일 같아요.”
미국 남부에 사는 탈북민 사라 씨는 북한에서는 중학생 이상만 되도 성폭력에 많이 노출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고난의 행군 시기 이후로 여성들이 성폭력을 많이 당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여성들이 당에 입당하기 위해선 성상납을 하는 것이 상식이고, 군대에서도 진급을 위해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탈북민국제연대의 마영애 대표는 북한에서 여성에 대한 성폭력이 너무 흔하게 벌어지지만 전혀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마영애 대표] “처벌이 전혀 없는 것으로 알고 있고요, 그 사람들은 자기들의 심심풀이, 자기들의 인간 향락을 누리기 위해서 그런 행위를 서슴없이 감행했다고 생각합니다.”
마 대표는 북한에서는 고위층들이 그 같은 성폭력을 자행하기 때문에 하급 관리들은 아무 부담 없이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북한 여성들은 보복이 두려워 이를 견딜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는 설명입니다.
[녹취: 마영애 대표] “그것이 두려워서라도 그저 눈 감도 당할 수 밖에 없는 여성들의 운명, 고통, 잘못 만난 나라에서 사는 이런 여성들의 운명이 참 비참하고 불쌍하고…”
영국의 인권단체인 징검다리의 박지현 대표는 이번 보고서가 아주 적절한 시점에 나와 의미가 크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지현 대표] “이번에 나온 보고서가 북한 내부에 있는 여성들의 인권 유린을 그런 점에 초점을 맞춰서 나온 보고서이기 때문에, 또 아주 중요한 시점에 나온 보고서여서 대단히 기쁘고, 또 보고서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박 대표는 북한에서 학교를 다닐 때부터 성폭력 사례들을 많이 목격했다며, 북한 여성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북한 여성들이 차마 말할 수 없는 현실을 제대로 짚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보고서를 계기로 북한 여성들이 당하는 성폭력 실태를 더 많이 알려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워싱턴의 북한인권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의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이번 보고서가 북한의 실태를 제대로 지적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스칼라튜 사무총장] “휴먼라이츠워치에서 오랫동안 증인들도 만나고 조사를 하고 정리를 해서 아주 질 높은 보고서를 펴냈다고 봅니다.”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인권 문제 자체를 부인하던 북한이 2014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가 나온 이후 공식적인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며, 이번 보고서도 그런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VOA 뉴스 이연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