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미국, 한국 등과 대화에 나서며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중단한 지 이제 1년을 맞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의 협상을 통해 북한의 핵무기 위협을 제거했다고 강조해 왔는데요. 하지만 지난 1년 동안 북한의 개발 움직임은 멈추지 않았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습니다. 박형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5형 발사를 강행한 건 지난해 11월 29일.
[녹취: 조선중앙방송]”대륙간탄도로켓 화성15형은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초대형 중량급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대륙간탄도로켓으로써…”
핵과 미사일 도발은 사실상 이날 이후로 1년 동안 없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협상 이후 최대 성과로 꼽는 부분입니다.
[녹취 : 트럼프 대통령] "The missiles have stopped. The rockets have stopped."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공언과 달리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이 중단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정황들이 계속 감지되고 있습니다.
지난 22일 국제원자력기구(IAEA) 이사회 보고에 나선 아마노 유키야 사무총장은 북한 영변 구룡강 인근을 지목하며, 이곳에서 8월 이후부터 최근까지 추가 움직임이 관측됐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유키야 사무총장] “At Yongbyon, further activities were observed near the Kuryong River. These may be related to changes to the cooling infrastructure for the 5MW(e) reactor and the Light Water Reactor.
이런 활동들을 5MW 원자로와 경수로 냉각 기반시설의 변동과 연관 지은 유키야 사무총장은 정확한 규명을 위해 방북 사찰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IAEA는 앞서 지난 8월 발표한 보고서에서도 북한이 지난 1년 동안 원자로와 재처리 공장의 설비를 가동하는 등 핵 개발을 계속 진전시킨 흔적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미 국무부 관리도 VOA에 북한의 핵 활동 중단 조짐이 없다는 IAEA의 관측을 “정확하다”고 평가하며, 북한 핵 활동에 대한 심각한 우려에 공감한다고 반응했습니다.
또 최근 북한의 '미신고' 미사일 기지 13개를 확인했다고 주장한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이른바 '삭간몰 보고서'도 북한의 비핵화 이행 의지에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보고서를 작성한 조셉 버뮤데즈 연구원은 북한은 서해 미사일 기지 해체로 언론의 관심을 얻었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미사일 기지에 미국과 한국에 대한 군사적 위협을 숨기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뉴욕타임스도 이 보고서를 인용하며 북한이 "큰 속임수를 쓰고 있다"고 보도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가짜 뉴스'라고 반박하며 논쟁이 불거지기도 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북한이 먼저 나서 자신들의 무기 개발 사실을 공개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은 지난 16일 김정은 위원장이 새로 개발한 첨단 전술무기 실험을 지도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무기를 개발했는지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지난해 화성-15형 발사 이후 처음으로 김 위원장이 무기 실험 현장에 나타난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기도 했습니다.
미 언론이 정보 당국자를 인용해 북한의 핵무기 개발이 멈추지 않았다는 주장을 제기한 것은 훨씬 많습니다.
특히 이 같은 보도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6월 싱가포르 회담 이후 집중됐습니다.
NBC 방송은 6월 말 정보 당국 보고서를 인용해, 북한이 최근 몇 달간 다수의 비밀 장소에서 핵무기의 재료인 농축 우라늄 생산을 늘리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어 월스트리트저널도 7월 초 민간연구소의 위성사진 분석 결과를 인용해, 북한 함흥의 고체연료 탄도미사일 공장의 외부 공사가 완성되는 모습을 확인했다고 전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7월 말 정보 당국자를 인용해 북한이 평양 인근 산음동에서 미 본토 공격이 가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생산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9월에도 NBC는 미 정부 관리들을 인용해, 북한이 미-북 정상회담 이후 석 달간 핵 활동을 은폐하려는 노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올해만 5개 이상의 핵무기를 생산했을 수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VOA가 최근 인터뷰한 전직 관리들은 북한의 계속되는 핵-미사일 관련 활동 정황이 싱가포르 공동성명을 위반한 것은 아니라면서도, '신고와 검증'이 빠진 모호한 '싱가포르 합의'의 취약성을 지적했습니다.
또 미국과의 협상에서 양보를 끌어내는 지렛대로 사용할 수 있는 품목들을 늘리려는 북한의 의도라는 분석도 있었습니다.
한편 북한은 지난 5월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했고, 동창리 미사일 엔진 시험장을 국제 사찰단의 참관 아래 폐기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