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북한 문제 관심 줄어든 트럼프 대통령, 미-북 협상 영향 전망

  • 윤국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로 가기 전 백악관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북한 핵 문제가 최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외교안보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렸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과 북한의 비핵화 협상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이 핵심 동력이라는 점에서 주목됩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윤국한 기자와 함께 합니다.

진행자) 아르헨티나에서 오늘(30일) 열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약식회담이 될 것이라고 백악관이 발표했습니다. 일부 외신은 회담의 형식이 격하된 것이라고 보도했던데요?

기자) 백악관은 두 정상이 격식을 차리지 않는(informal) 대화를 할 것이라면서, `풀 어사이드’라는 단어를 사용했습니다. 풀 어사이드는 다자회담이 열리는 회담장 옆에서 갖는 약식회담을 말하는데요, 통역만 대동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통상 회담이 끝난 뒤 문서로 정리된 합의문이나 공동 기자회견도 없습니다.

진행자) 이번 회담의 형식과 관련해서 미국이 한국을 홀대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던데요?

기자) 대규모 다자회의가 열리는 국제회의에서 약식회담은 흔히 있는 일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요 20개국 G20 회의가 열리는 아르헨티나에 이틀간 머무는데요, 이 기간 여러 건의 양자회담을 예정하고 있습니다. 그 중 무역분쟁을 겪고 있는 중국 시진핑 주석과의 정상회담이 가장 큰 관심사입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 청와대는 이번 정상회담이 약식이 아닌 `공식 양자회담’으로 열리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이번 일 때문이 아니더라도, 최근 북 핵 문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이 이전에 비해 줄어들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던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북한 문제에 관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글과 발언이 크게 줄어든 것이 좋은 사례입니다. 가령, 트럼프 대통령의 마지막 트위터 글은 17일 전인 지난 13일, 북한의 미사일 기지에 관한 `뉴욕타임스’ 신문의 보도를 `가짜뉴스’로 일축한 것이었습니다. 그나마 11월에는 이 것이 유일했습니다. 한때 하루가 멀다고 북한 관련 글을 올렸던 것과는 크게 대비됩니다.

진행자) 관심이 줄어들었다고 외교정책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렸다고 할 수 있나요?

기자) 두 가지가 같은 건 아닙니다. 하지만 대통령의 관심에서 멀어지면 외교정책 우선순위도 달라지는 게 현실입니다. 현재 대외 문제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최대 관심사는 중국과의 무역분쟁과 러시아와의 관계, 중동 사태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줄곧 “서둘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는데요, 의도적인 전술적 고려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실험 중단으로 급한 불은 끈 만큼, 제재를 앞세워 북한의 추가적인 비핵화 조치를 기다린다는 겁니다.

진행자) 미-북 고위급 회담이 11월 중 열리지 못한 것을 트럼프 대통령과 연관짓는 언론보도도 있더군요?

기자) 앞서 지난 8일 뉴욕에서 열릴 예정이던 회담을 북한이 취소한 것과, 미국이 이번 주 추진했던 회담이 열리지 않은 이유가 같다는 언론보도들이 있습니다. 북한 측의 트럼프 대통령 면담 요청을 미국이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보도 내용을 미국이 확인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이라면 트럼프 대통령이 이전에 비해 북 핵 문제에 관심을 덜 기울이고 있는 상황과 연관이 있을 수 있습니다.

진행자)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면담을 고집하는 이유가 뭔가요?

기자) 북한은 실무자들과의 회담에서는 더 이상 기대할 게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개인 담화나 관영매체의 논평 등을 통해 미국 측 실무자들을 비난한 데서 알 수 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과의 담판으로 막힌 곳을 뚫겠다는 겁니다. 북한의 이런 생각은 지난달 김정은 위원장이 평양을 방문한 폼페오 국무장관과 5시간 30분 간 회담한 이후 더욱 굳어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만나도 진전이 없는 마당에, 고위급 회담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는 겁니다.

진행자) 북한이 바라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2차 정상회담이 열리려면 고위급 회담이 먼저 이뤄져야 하는 것 아닌가요?

기자) 맞습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오 장관은 내년 초 2차 정상회담 개최를 포함해, 기회 있을 때마다 북한과의 대화 의지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측에 추가 비핵화 조치를 촉구하고 있는데요, 2차 정상회담을 절실히 필요로 하면서도 미국이 먼저 상응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북한으로서는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