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룡해 등 북한 정권 실세들에 대한 미국의 이번 조치는 비핵화가 완료될 때까지 제재를 통한 대북 압박이 계속될 것임을 확인한 것입니다. 답보 상태에 있는 미-북 비핵화 협상에 미칠 영향이 주목됩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윤국한 기자와 함께 합니다.
진행자) 트럼프 행정부가 인권 문제와 관련해 북한에 제재를 가한 게 이번이 두 번째라고요?
기자) 네. 지난해 10월 정영수 노동당 제1부부장에 대한 제재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이고, 미국 정부 전체로는 네 번째입니다. 첫 번째는 바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16년 7월 김정은 위원장 등 개인 15명과 기관 8곳이 대상이었고, 이어 지난해 1월에는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을 제재 대상에 올렸습니다. 이로써 인권 문제와 관련해 미국 정부의 제재를 받는 북한의 개인은 32명, 기관은 13곳에 달합니다.
진행자) 그러고 보면,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을 포함한 정권 핵심 인사들과 기관 대부분이 미국의 인권 관련 제재 대상인 셈이네요?
기자) 맞습니다. 김정은 위원장과 김여정 부부장 외에 이번에 새롭게 포함된 정권의 2인자 최룡해와 정경택, 박광호, 당 부위원장을 지낸 리용무, 오극렬, 황병서, 그리고 김원홍 전 국가안전보위부장, 최휘 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 조용원 조직지도부 부부장 등 내각과 당의 핵심 인사들이 모두 제재 대상에 올랐습니다. 기관 역시 노동당 조직지도부와 선전선동부, 정찰총국, 국가안전보위부, 인민보안부, 노동성 등 정권의 중추기구들이 포함됐습니다.
진행자) 미국이 왜 새삼 이 시점에 인권 문제와 관련해 정권 핵심 인사들을 제재 대상에 추가한 건가요?
기자) 형식적으로는 미국의 대북 제재법에 따른 정기적 발표의 일환입니다. 또 발표를 세계 인권선언의 날에 맞춰 북한 내 인권 상황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어제 성명에서, 이번 제재는 북한 내 “표현의 자유에 대한 미국의 지지와, 검열과 인권 침해에 대한 반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이 진행 중인 와중에도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인권 침해에 대한 미국의 관심과 조치가 계속될 것임을 강조한 것입니다.
진행자) 이번 조치가 답보 상태에 있는 비핵화 협상과도 관계가 있을까요?
기자) 당연히 그렇다고 봐야 합니다. 미국은 유엔 안보리의 대북 결의에 따른 경제 제재를 수단으로 북한의 비핵화를 압박하고 있는데요, 인권 문제도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겁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제재와 관련해 주목되는 건, 미-북 사이에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해 보다, 비핵화 협상이 시작된 올해 오히려 더 많았다는 점입니다.
진행자) 북한은 미국과의 협상 국면에서 억류 미국인을 석방하는 등 나름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했었는데요. 이번 조치에 대한 반발이 더욱 거세지 않을까요?
기자) 북한의 입장에서는 미국이 자신들의 신뢰 구축 조치에 추가 제재로 답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북한이 억류 미국인 3명을 석방하자 즉각 성명을 통해 북한의 조치를 `선의의 긍정적 제스처’로 평가하면서 김정은 위원장에게 감사의 뜻을 밝힌 바 있습니다. 또 북한이 미군 유해 55구를 송환했을 때도 트위터에 “김정은 위원장에게 고맙다”는 글을 올렸었습니다.
진행자) 북한이 어떻게 반응할까요?
기자) 북한은 인권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에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습니다. 정권의 2인자이자 김정은 위원장의 오른팔인 최룡해가 제재 대상에 오른 데 대해 반응은 더욱 격렬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북한은 최근 유엔에서 자신들의 인권 상황을 지적하는 결의안이 채택된 데 대해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의 비열하고 유치한 정치적 음모”라고 비난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이번 조치가 미-북 비핵화 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기자) 유엔 등 국제사회의 인권 비판에 대한 북한의 최근 대응은 관영매체의 개인 논평 등 비공식적인 수준에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번에 최룡해가 제재 대상에 오른 데 대한 비난과 반발은 이전에 비해 좀더 강할 것으로 보이고, 따라서 당분간 미-북 관계의 냉각 상태가 예상됩니다. 하지만, 북한이 비핵화 협상의 판을 깨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미국이 제재와는 별개로 2차 정상회담 개최와 미-한 연합군사훈련의 축소 조정 등을 통해 북한과의 대화 의지를 분명히 확인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