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세계의 다양한 스포츠 이야기 전해드리는 ‘주간 스포츠 세상’ 오종수입니다. 올해 미국 대학풋볼 최고 선수로, 오클라호마대학교 카일러 머리(Kyler Murray)가 선정됐습니다. 2018년 ‘하이즈먼 트로피(Heisman Trophy)’를 수상하면서, 한 해 동안 갖가지 상을 휩쓴 정점을 찍었는데요. 풋볼 외에 다른 종목도 잘하는 선수라, 스포츠계 전체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미국 스포츠계에 불고 있는 ‘카일러 머리’ 열풍, 함께 느껴보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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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취: NCAA 풋볼 현장 응원가]
‘풋볼(American football)’은 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고, 가장 미국적인 스포츠로 꼽힙니다. 초창기 아메리카 대륙에 유럽 사람들이 가져온 럭비공을 가지고 시작된 운동인데요. 럭비와 축구를 합친 것 같은 독특한 경기입니다. 타원형 공을 상대방 진영의 골로 차거나 던지면서 득점을 노리는데요. ‘미식축구’라고도 부릅니다.
하지만, 축구와 달리 공을 손에 들고 뛰어도 됩니다. 또 격렬한 몸싸움이 묘미여서, 선수들은 단단한 보호장구를 온몸에 갖추고 경기하는데요.
직업선수들이 뛰는 ‘전미프로풋볼리그(NFL)’는 미국 문화와 사회 현상의 한 축을 담당할 정도로, 미국인들의 삶에 미치는 영향력이 큽니다. NFL 결승전 ‘슈퍼볼(Super Bowl)’ 같이 중요한 경기가 열리는 날은 가족·친지와 함께 중계를 보고, 다음 날 직장이나 학교에 가는 시간을 늦춰주는 풍습도 있는데요.
직업선수가 되기 전, 대학생 선수들이 뛰는 대학풋볼도 인기가 높습니다. 대학풋볼은 미국대학체육협회(NCAA)가 주관하기 때문에 ‘NCAA 풋볼’이라고 부르는데요.
해마다 12월에 특히 NCAA 풋볼 열기가 뜨거워집니다. 최강자를 가리는 ‘포스트시즌’이 진행되기 때문인데요. 그리고 이때, 그해 최고 선수에게 ‘하이즈먼 트로피(Heisman Trophy)’도 시상하는데요. 지난 8일, 미국 중남부에 있는 오클라호마 대학교 3학년생 카일러 머리가 올해 하이즈먼 수상자로 결정됐습니다. 시상식이 뉴욕에서 열렸는데요.
[녹취: 카일러 머리 하이즈먼 수상 소감] “This is crazy. This is honor and something that I’ll never forget, something that I’ll always cherish for the rest of my life.”
“믿을 수 없는 일이다, 평생 잊지 못할 영광으로 간직하겠다”는 머리의 수상 소감 들으셨습니다.
오클라호마대학교는 지난해에 이어서, 2년 연속 하이즈먼 수상자를 내면서 풋볼 명문의 위세를 과시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해 수상자 베이커 메이필드와, 올해 수상자 카일러 머리는 ‘쿼터백(quarterback)’ 위치(포지션)를 맡았는데요. 한 학교에서 쿼터백이 연달아 하이즈먼을 탄 것은 NCAA 역사상 처음입니다.
쿼터백은 팀 전체의 지휘관 역할을 합니다. 판단력과 순발력을 바탕으로 경기 전체의 큰 그림을 보고, 요소요소에 공을 던져 공급해주는 능력이 중요한데요. 직접 공격에 나서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경기 중 두드러질 일도 적은데요.
하지만, 머리는 쿼터백의 임무를 훌륭히 소화하면서도, 고비마다 상대팀의 허를 찌릅니다. 폭발적인 주력으로 직접 상대진영까지 공을 잡고 내달리는 ‘터치다운’을 성공시켜 승부의 물줄기를 돌려놓곤 하는데요.
이렇게 다재다능한 머리가 이끄는 오클라호마대학교는 올 시즌 내내 승승장구했습니다. 전국 순위 4위에 올랐는데요. 오는 29일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하드록’ 경기장에서 열리는 플레이오프 4강전, ‘오렌지볼(Orange Bowl)’에서 1위 앨라배마대학교와 맞붙을 예정입니다. 여기서 최강 팀을 꺾은 뒤, 내친김에 우승까지 가자는 오클라호마 선수들의 기세가 높습니다.
오클라호마의 호성적을 주도한 머리는, 대학 최고 쿼터백에게 주는 ‘데이비 오브라이언(Davey O'Brien)’상도 앞서 받았고요. AP 통신이 선정한 대학풋볼 ‘올해의 선수’상까지 휩쓸었습니다.
[녹취: NCAA 풋볼 현장 응원가]
머리는 앞서 말씀 드린 것처럼 탁월한 판단력과 순발력, 거침없는 주력까지, 훌륭한 풋볼선수가 갖춰야 할 모든 것을 가진 것으로 평가 받는데요.
이런 능력을 바탕으로 다른 스포츠 종목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야구인데요. 오클라호마 대학교 야구팀의 주전 외야수로도 활약중입니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팀 ‘오클랜드 애슬레틱스’가 벌써부터 계약금 466만 달러를 주고 머리와 계약했는데요.
머리는 아직 3학년이라, 내년까지는 오클라호마 대학교에서 풋볼과 야구를 계속합니다. 졸업 후 과연 전미프로풋볼리그(NFL)로 진출할지, 아니면 오클랜드에 가서 야구를 할지, 야구계에서도 풋볼계에서도 초미의 관심사입니다. 화려한 대학 풋볼 경력을 뒤로하고, 야구를 선택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금으로선 조금 높은데요.
다양한 종목에 두각을 나타낸 운동선수가 예전에도 종종 있었습니다. 미국프로농구리그(NBA) ‘시카고 불스’의 전성기를 이끈 마이클 조던은 한때 프로야구 마이너리그에서 뛰었는데요.
메이저리그에서 불같이 빠른 공을 던지기로 유명했던, 과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투수 랜디 존슨은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USC) 재학 시절 농구 장학금을 받았습니다.
머리처럼 풋볼과 야구를 두루 잘했던 선수들도 있는데요. 1990년대 보 잭슨은 전미프로풋볼리그(NFL)와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동시에 활약했습니다. 계절에 따라 야구를 하다가 풋볼을 하면서, 한해 두 종목을 소화하는 놀라운 능력을 보여줬는데요. NFL에서도, 메이저리그에서도, 최고 선수들이 나서는 ‘올스타게임’에 참가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디온 샌더스는 이들 두 종목 결승인 ‘슈퍼볼’과 ‘월드시리즈’에 모두 진출하기도 했습니다.
머리가 졸업 후 야구 메이저리그에서 뛰게 된다면, 보 잭슨과 빅 자노비츠에 이어 하이즈먼 트로피 수상자로는 3번째 사례가 되는데요.
지난 2007년 하이즈먼 수상자 팀 티보가 현재 ‘뉴욕 메츠’ 산하 마이너리그에서 메이저리그 승격을 기다리고 있어서, 머리는 4번째가 될 수도 있습니다.
머리는 하이즈먼 수상 소감을 인터넷 사회연결망(SNS)에 잇따라 올리면서 기뻐하고 있는데요. ‘인스타그램’ 계정 자기소개란에 한글이 적혀 있는 게 눈에 띕니다.
거침없이 달리라는 뜻의 영문 ‘그린라이트(Green Light)’를 쓰고, 옆에다가 ‘초록불’이라고 함께 적었는데요.
머리는 한인 3세입니다. 외할머니가 한국인인데요. 아프리카계 미국인 외할아버지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어머니의 한글 이름이 ‘미선’입니다.
한인 후손으로 풋볼에서 유명세를 떨친 경우가 또 있었습니다. 2006년 NFL ‘최우수선수(MVP)’ 수상자 하인스 워드인데요. 아프리카계 미국인 아버지와 한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워드는, 2006년 NFL 시즌 종료 후 ‘국민 영웅’ 대접을 받으며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주간 스포츠 세상’, 알쏭달쏭한 스포츠 용어를 알기 쉽게 설명해드리는, 스포츠 용어 사전입니다. 오늘은 앞서 나온 풋볼 용어, ‘터치다운’이 무슨 뜻인지 알아보겠습니다.
‘터치다운(touch down)’은 원래 비행기가 땅에 닿았다, 안전하게 착륙했다는 뜻인데요. 풋볼에서는 공을 들고 경기장 끝까지 달려서 엔드존(end zone), 마감구역에 들어가거나, 이 구역에서 쿼터백의 공을 받는 것을 말합니다. 풋볼의 주요 득점 수단인데요. 득점할 수 있는 곳에 안착했다는 뜻입니다.
‘주간 스포츠 세상’, 2018년 미국 대학풋볼 최고 선수 카일러 머리 이야기 전해드렸고요. ‘터치다운’이 무슨 뜻인지도 알아봤습니다.
마지막으로 음악 들으시겠습니다. 기차처럼 달리는 풋볼선수를 연상하게 하는 곡인데요. 두비 브라더스(Doobie Brothers)가 부르는 ‘Long Train Running’ 전해드립니다. 지금까지 오종수였습니다.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