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청소년들과 한국의 청소년들이 서울에서 합창을 통해 희망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어제부터 보내 드리는 남북 화음으로 희망을 노래하는 코리아 청소년합창단의 이야기. 오늘은 두 번째 마지막 순서로 이들을 돕는 손길과 남북 청소년들이 어떻게 하나로 융화됐는지를 전해 드립니다. 서울에서 김영권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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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취: 합창 소리] “그것이 행복임을 그것이 행복임을 그것이 행복임을 난 노래해~ 상처가 많아도 다시 함께 웃을 수 있는 누군가 내 옆에 함께 있음을….”
남북 청소년들이 ‘그게 행복임’이란 노래를 함께 부릅니다.
이 노래는 코리아 청소년합창단의 지휘자로 자원봉사 활동을 하는 김희철 음악감독과 지인이 합창단을 위해 만든 겁니다.
김 감독은 청소년들이 혼자가 아니라 주위에 따뜻한 이웃이 있음을 잊지 말라는 뜻에서 노래를 만들었다고 말합니다.
[녹취: 김희철 음악감독] “뭔가 얘네들에게 특별한 노래를 부르게 하고 싶었던 거죠. 의미가 있는 노래. 정치적이지 않은 그들만이 가진 행복. 그래서 세상에 내가 외치는 게 난 혼자가 아니라고. 난 혼자가 아니라 나를 위해 봉사하는 분들도 계시고. 나를 사랑해주는 선생님도 계시고 함께 노래할 친구들도 있고. 노래하면서 아이들이 스스로 긍정적이 되고. 뭔가 외롭고 힘들었던 것들을 극복해나가지 않을까…”
모든 게 낯선 어머니의 새 조국 한국에서 힘들게 적응해 가는 중국에서 태어난 자녀들. 이들에게 노래를 잘하는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사랑과 관심이라고 생각했다는 겁니다.
[녹취: 김희철 음악감독] “사랑이 부족했던 거지 뭔가 다른 게 부족한 것은 아닌 것 같고요. 그래서 선생님들이 처음 모였을 때 그랬어요. 우리가 얘네들하고 어떻게 좋은 음악을 만들 수 있을까? 더 많이 사랑하자 더 많이 관심을 갖자. 그래서 일부러 연습 끝나면 프리허그 하고. 아이들은 그게 죽을 만큼 어색하고. 해본 적도 없고. 그게 위로가 되고. 처음에 우는 아이도 있고.”
이런 사랑을 받은 탈북 청소년들도 노래를 부르며 자부심이 대단합니다. 두리하나국제학교의 다해 양입니다.
[녹취: 다해 양] “제 자신한테 참 대견하고 계속 (합창을) 할 수 있다면 할 거예요. 왜요? 제가 노래할 때마다 행복하니까. 그 때라도 행복하니 얼마나 좋아요. 또 더 큰 무대에 가끔 서 보고. 그런 짜릿함을 느끼잖아요.”
탈북 청소년과 한국 청소년들과의 만남도 서로에게 힘이 됐습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탈북 청소년들을 만난 고등학생 김솔 양은 처음에 많이 어색했다고 말합니다.
[녹취: 김솔 양] “처음에는 오기 전에는 살짝 선입견이 있어서 다르게 생겼을 줄 알고. 말도 안 통할 줄 알고 거리감이 많이 느껴질 줄 알았는데 와서 보니까 누가 남한 아이인지 북한 출신 아이인지 잘 모르겠고. 그냥 다 똑같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어요.”
교회와 TV 매체 등을 통해 북한을 접하며 탈북 친구들에게 호기심이 많았다는 같은 나이 김예송 양. 하지만 자주 만나고 익숙해지면서 오히려 북한에 대한 관심이 없어졌다고 말합니다.
[녹취: 김예송 양] “안 맞을 줄 알고 북한 아이들이 어두운 성향을 가지고 있는 친구들이 많을 줄 알았어요. 막상 와보니까 저보다 밝은 친구들이 훨씬 많아서 되게 힘든 것 없이 친해진 것 같아요. 공연 끝날 때마다 뭔가 마음이 채워진 느낌.”
예술 공부를 하는 김나영 양은 많은 어려움에도 밝게 웃는 탈북 친구들을 보며 오히려 배우는 게 많았다고 말합니다.
[녹취: 김나영 양] “나는 힘든 일이 있으면 난 정말 힘들구나! 그렇게 느끼고 있었는데 얘네들은 이렇게 힘든데도 오히려 먼저 밝게 다가와 주니까 나도 이렇게 별로 힘든 일도 아닌데 힘들다고 투정 부리면 안 되겠구나 하고 약간 밝은 에너지를 얻은 것 같아요.”
학생들은 휴식 시간 때마다 출신지에 상관없이 서로 잘 어울렸습니다.
[녹취: 학생들] “우리 공연 때 보러 와! 손잡고 보러와” “언니 어디로 가요?” “12월…”
두리하나국제학교 교장인 천기원 목사는 서로가 준비하는 시간을 갖고 만났던 게 모두에게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합니다.
[녹취: 천기원 목사] “미리 지휘자하고 사전에 얘기해서 그런지 굉장히 조심스럽게 다가와서. 준비가 된 거죠. 그런데 오히려 남한 아이들이 더 놀라더라고요. 뭔가 분명히 다를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남한 아이들보다 더 살갑게. 남한 아이들은 자기밖에 모르잖아요. 이기적인 마음인데…얘네들은 그걸 생각하고 와서 그런지 대화를 조심스럽게 하는데 우리 아이들이 더 적극적으로 다가가니까 얘들이 확 변했어요. 어깨동무도 하고.”
지난 8일은 코리아 청소년합창단 1기 마지막 공연 날이었습니다.
[녹취: 합창 소리] “나 가진 재물 없으나…나 남이 못 본 것을 보았고 나 남이 듣지 못한 음성 들었고 나 남이 받지 못한 사랑 받았고 나 남이 모르는 것 깨달았네. 공평하신 하나님이 나 남이 가진 것 나 없지만…”
[녹취: 김희철 음악감독] “이 아이들 입술을 통해서 공평하신 하나님을 찬양하더라고요. 제가 무지 많이 울었습니다. 공평하지 않잖아요…제가 참 감격했습니다.
이날 부모를 대신해 공연장을 찾은 다해 할머니는 노래를 들으며 계속 눈물을 흘렸습니다.
[녹취: 다해 할머니] “아이가 밝게 자라고 이러고 하니까 또 오늘 공연하는 모습 보니까 저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쏟아지고 정말 가슴에 뭉친 것도 있었는데 이렇게 합창하는 모습을 보며 그 노래의 가사 구절 하나하나가 마음에 와닿고. 이제는 다해를 정말 내 손녀로서 더 예쁘게 잘 키워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습니다.”
푸른색과 흰색 합창복을 예쁘게 차려입은 다해 양도 기대하지 않던 할머니의 방문에 깜짝 놀랐습니다.
[녹취: 다해 양] “처음엔 놀랐어요. 갑자기 저를 안아 주시니까. 처음에는 반가워서 어쩔줄을 몰랐는데 갑자기 눈물이 확 나오는 거예요”
탈북 소년 원혁이 부모님도 아들의 공연을 처음 본 뒤 무척 자랑스러워합니다.
[녹취: 원혁 아빠와 엄마] “이렇게 자랑스럽게 커 준 게 정말 기쁘죠. 의젓해 보이죠.” “공연한 거 처음 와서 보니까 미안한 마음도 들고. 우리 아들이 이렇게 좋은 나라에 와서 저런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게 너무 고마웠고 미안한 마음이 더 많았던 것 같아요. 아이가 공연하는 거 봐주지도 못하고 격려도 못하고 많이 키워주셔서 감사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부모들 대부분은 바쁜 일상 때문에 자녀들의 공연에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이날 공연을 끝으로 탈북 청소년들과 한국 청소년들은 아쉬운 작별을 했습니다. 공연장은 학생들의 눈물바다가 됐습니다.
[녹취: 김나영 양] “제가 지금까지 많은 단체 활동을 했었어요 (울컥하며..) 죄송해요. 이 합창단을 했던 게 제일 행복했고 제일 헤어지기가 많이 아쉬운 것 같아요. 여러분들 덕분에 너무 행복했고…꼭 다시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한국 청소년들은 입시 준비를 위해 떠나고, 다음 2기가 탄생할지는 아직 불투명합니다. 두리하나국제학교는 재정 문제로 지방으로 학교를 옮겨야 할 상황에 처해 있고 합창단을 지속하려면 많은 지원과 경비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천기원 목사는 남북대화 분위기 때문에 대중 매체나 기업 모두 탈북민 얘기를 다루는 것을 꺼려해 학교 운영을 위한 기부도 과거보다 줄고있다고 말합니다.
지휘자인 김희철 음악감독은 어려운 상황이지만, 남북 청소년들이 함께하는 합창단이 의미가 있기 때문에 계속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희철 음악감독] “이게 프로젝트로 할 콰이어는 아니고 이어가지 않는다면 열매가 사실상 소중하게 느껴지기 어렵습니다. 우리가 기도하면서 누군가가 감동 있게 느낌 있게 봐 준다면 작은 후원들이 모여서 이 아이들이 세상을 향해 노래할 그런 기회가 되지 않을까. 또 얘들 후배들이 노래할 수 있는. 또 한국 아이들이 좀 더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싶어요.”
[녹취: 천기원 목사] “합창단의 화음이 너무 좋아졌어요. 그걸 보면서 아이들이 사회에서도 저렇게 나가서 우리 남한사회에서 남한 문화에서 하모니를 이루고 잘 살아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녹취:합창 소리] “크게 외쳐봐. 세상 향하여. 맘껏 노래해~난 이제 세상을 향해 세상을 향해 외쳐요. 난 행복해. 난 달릴 수 있다고 외쳐봐 두 팔을 벌려 외쳐봐~(박수 소리)
서울에서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어제부터 두 차례에 걸쳐 보내드린 남북 화음으로 희망을 노래하는 코리아 청소년합창단 이야기. 여기서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