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브렉시트 투표 부결...트럼프-에르도안 전격 통화

지난 9일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 궁 밖에서 브렉시트 지지자가 플래카드를 든 채 시위를 벌이고 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 입니다. 지금 이 시각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조건을 담은 ‘브렉시트(Brexit) 합의문’이 영국 의회 비준 절차에서 부결됐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쿠르드족을 공격하지 말라고 경고한 지 하루 만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통화하고 현안을 논의했습니다. 이어서, 중국 최대 통신장비 기업 ‘화웨이’ 회장이 고객 정보를 철저히 보호하겠다고 약속한 소식, 함께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 보겠습니다. ‘브렉시트’ 합의문이 영국 의회에서 비준에 실패했군요?

기자) 네. ‘브렉시트 합의문 비준안’이 15일 영국 하원에서 찬성 202표, 반대 432표로 부결됐습니다. 테레사 메이 총리가 앞서 제시한 시간표에 따라, 이날 본회의를 열어 비준안 처리 절차를 밟았는데요. 반대표가 찬성표의 두 배가 넘는, 압도적인 표차로 비준에 실패한 겁니다. BBC방송은 영국 정부가 역사상 최대의 참패를 당했다고 해설했습니다.

진행자) 영국이 유럽연합에서 탈퇴하기로 한 게 벌써 2년이 넘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 2016년 6월, 국민투표를 통해 브렉시트 찬반 여부를 결정했으니까 2년 5개월 정도 된 건데요. 당시 브렉시트 찬성이 약 52%, 반대 48%로 브렉시트 탈퇴를 결정했습니다. 이어 영국 정부는 유럽연합의 헌법 격인 리스본조약 50조에 따라 2017년 3월 29일, EU에 탈퇴 의사를 공식 통보했습니다.

진행자) 탈퇴 의사를 통보하고도 양측 간의 협상이 필요하지 않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리스본협약에 따르면 EU 회원국은 공식 탈퇴 통보 후, 2년간 관련 협상을 하게 되는데요.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통보일로부터 자동 탈퇴하게 됩니다. 이에 따라 지금 영국이 EU와 합의를 하지 못하고 3월 29일이 되면, 이른바 '노딜 브렉시트(No deal Brexit)', 아무런 합의도 도출하지 못한 채 유럽연합에서 탈퇴하는 상황을 맞게 됩니다. 이 경우, 영국은 물론 유럽연합에서도 극도의 혼란이 야기될 것이란 전망입니다.

진행자) 영국과 EU 간에 다룰 쟁점이 많았겠군요.

기자) 맞습니다. 브렉시트 전환 기간, 분담금 정산 문제, 국민의 거주권 등을 놓고 양측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있었는데요. 지난해 11월 협상을 마무리했습니다. 양측은 수백 쪽에 달하는 분량의 EU 탈퇴 협정과, 미래관계를 다루는 별도의 '미래관계 정치선언'에 합의했는데요. 이 합의안은 양측 의회의 비준 동의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진행자) 메이 총리로서는 상당히 어려운 싸움이었겠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메이 총리는 승인 투표를 하루 앞둔 14일 저녁, 하원에 출석해 마지막까지 의원들의 지지를 호소했는데요. 직접 들어보시죠.

[녹취: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 "Mr. Speaker, with just 74 days..."

기자) 메이 총리는 이제 브렉시트 최종 탈퇴일이 74일밖에 남지 않았다면서, 반대파들에게 재고해줄 것을 호소했습니다. 또, 영국의 의원들이 경제와 안보를 지키면서 브렉시트를 했는지 여부는 역사책에 남을 것이라면서 영국인들을 실망시키는 결정을 하지 말라고 강조했는데요. 하지만 대세를 돌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습니다.

진행자) 이렇게 반대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은 이유가 뭔가요?

기자) 대부분의 합의안이 유럽연합과 충분한 단절을 의미하고 있지 않다는 지적입니다. 특히, 영국령인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 사이의 국경 문제가 지금 가장 첨예한 쟁점이 되고 있는데요. 합의안에는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 사이에, 통관과 이동을 통제하는 국경이 다시 설치되는 것을 막는 이른바 '안전장치(backstop)' 조항이 들어있습니다. 반대파들은 브렉시트 전환 기간인 2020년 12월까지 구체적인 미래관계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면 영국이 EU에 관세동맹으로 그대로 남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며 비판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유럽연합은 이에 대해 어떤 입장입니까?

기자)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궁지에 몰린 메이 총리를 지원하기 위해, 유럽연합도 안전장치가 작동되는 것을 원하지 않으며, 만일 그렇다 할지라도 최대한 짧은 기간에 그칠 것이라는 내용의 서한을 메이 총리에게 보냈고요. 메이 총리가 14일 이를 공개했지만, 반대파들을 설득하는 데 효과는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유럽연합 측도 부결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브렉시트 발효 시기를 3월에서 7월로 연장할 것을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진행자) 영국 의회에서 합의안 비준에 실패했는데, 앞으로 어떻게 되는 겁니까?

기자) 영국이 맞게 될 상황은 노딜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다시 실시해 브렉시트 찬반을 묻는 방안, 유럽연합과의 재협상, 총리 불신임 투표 등의 가능성이 거론됐는데요. 영국 의회는 지난주 승인이 부결될 경우에 대비한 대책 강구 시한을, 21일에서 3일로 대폭 줄이며 메이 총리를 압박했습니다. 한편, 야당인 노동당의 제레미 코빈 대표가 메이 총리에 대한 불신임안을 제출했는데요, 16일 중에 불신임 투표가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전화통화를 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터키 정부가 시리아에 있는 쿠르드족을 공격하면 터키 경제를 파괴할 것이라고 공개 경고한 지 하루 만인 14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전화로 통화했습니다. 새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성명에서, 미국 정부는 터키가 이슬람 수니파 무장 세력 IS와 함께 싸운 쿠르드족, 또 시리아민주군(SDF)을 잘못 대우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강조했다고 전했습니다. 샌더스 대변인은 또, 조셉 던포드 미 합참의장이 15일, 터키 당국자와 만나 공조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도 이를 확인했습니까?

기자) 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오후 트위터로 에르도안 대통령과 통화 사실을 확인했는데요. 에르도안 대통령과 지난 2주간의 IS 잔당과의 전투에서 승리한 것과 20 mi (약 30km)의 안전지대 창설 문제 등을 포함해, 모든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엄청난 잠재력을 가진 미국과 터키의 경제발전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진행자) 터키 측에서는 어떤 발표가 나왔습니까?

기자) 터키 대통령실도 이날(14일) 성명을 내놨는데요. 두 정상이 전화통화를 하고,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인터넷 사회연결망(SNS)을 통해 제안한 시리아 북부 안전지대 구축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습니다. 터키 대통령실 측은 또 에르도안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시리아 주둔 미군의 철수 준비 과정을 돕겠다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진행자) 지금 미국과 터키 간의 가장 큰 문제가 시리아에 있는 쿠르드족을 어떻게 할 것이냐 하는 것이죠?

기자) 그렇습니다. 시리아에 있는 '쿠르드민병대(YPG)'는 미국의 IS 격퇴 작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는데요. 터키는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를 발표한 후, YPG가 주둔 중인 시리아 동북부 지역에 대한 군사 작전을 감행하겠다고 위협했습니다. 하지만 이날 두 정상의 전격 통화로 일단 양국의 긴장 상황은 피했다는 분석입니다.

런정페이 중국 화웨이 창업자가 15일 선전에 있는 화웨이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마지막 소식입니다. 중국 최대 통신장비 기업 화웨이 회장이 언론 인터뷰를 했군요?

기자) 네. ‘화웨이’ 창업주 런정페이 회장이 15일 중국 선전에 있는 사옥에서 외신 기자들과 간담회를 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과 CNBC를 비롯한 미국의 경제전문 매체들이 내용을 자세히 전했는데요. 런 회장이 외신 취재에 직접 응한 것은 2015년 이후 처음이라고 보도됐습니다.

진행자) 4년 만에, 외신 기자들을 직접 만난 이유는 뭔가요?

기자) 최근 화웨이를 둘러싸고, 여러 가지 문제들이 세계 곳곳에서 불거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선 런 회장 딸인, 멍완저우 화웨이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지난달 캐나다에서 체포된 일이 있고요. 보안 문제로 화웨이 제품을 퇴출시키는 나라가 줄을 이었습니다. 미국의 결정을 일부 동맹국들이 따르고 있는데요. 미국은 군과 정부 기관에 이어, 민간에서도 화웨이 제품을 쓰지 못하도록 했고요. 호주와 뉴질랜드는 5G 차세대 이동통신 사업에 화웨이를 배제시켰습니다. 또한 영국과 일본 등지에서도 화웨이 영업을 제한하는 조치들이 이어졌지만, 화웨이 측이 당국을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화웨이 사주로서, 직접 입장을 밝혀야겠다고 판단한 것 같은데, 이날 무슨 얘기가 나왔습니까?

기자) 먼저, 화웨이 제품의 보안을 걱정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중국 정부가 고객 정보를 요구하더라도, 화웨이는 단호히 거부할 것이라고 런 회장은 밝혔는데요. “사이버 보안과 사생활 보호는 고객과 함께하겠다는 화웨이의 신념”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문제로 “세계 어느 나라나 개인에도 손해를 입히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여러차례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중국 정부에 정보를 넘기지 않는다, 무슨 뜻인가요?

기자) 앞서 말씀 드린 대로, 보안 문제 때문에 화웨이 퇴출 조치가 각 나라에서 이어졌는데요. 장비에 기록된 통신 내역 등을 중국 정부에 제공할 우려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런 회장은 “중국의 어떤 법도 기업에 ‘백도어’ 설치를 요구하지 않는다”며 안심하라고 했는데요. ‘백도어(back door)’란 뒷문, 그러니까, 통신 기록을 뒤로 빼낼 수 있는 장치를 말합니다.

진행자) 중국 정부가 정보를 요구하더라도, 백도어가 없으니 빼낼 방법이 없다는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하지만, 런 회장이 인민해방군 장교 출신이고, 현재도 중국 공산당원이어서, ‘화웨이와 중국 정부 연계설’이 계속 제기됐는데요. 런 회장은 화웨이가 국영기업이나 공기업도 아니고, 중국 정부 지분은 전혀 없다면서 연계설을 적극 부인했습니다. 또한 자신이 공산당원이지만, 정치 성향은 화웨이 경영과 밀접한 관계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런 회장의 이런 발언, 어떤 반응이 나오고 있나요?

기자) 의심을 충분히 걷어낼 만한 설명은 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받습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중국 정부가 고객 정보를 요구하면 거부하겠다’고 한 말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는데요. 중국 법에 따라, 국가안보에 연결된 사안이라고 판단되면, 모든 기업이 소비자 정보를 정부에 제출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국가안보에 연결된 사안’ 여부를 가늠하는 권한은 공산당이 쥐고 있다고 이 신문은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지금 뭣보다도 회장 딸 문제로 화웨이가 주목 받고 있는데요, 이 문제에 대해서는 뭐라고 했습니까?

기자) 네, 런 회장 딸인 멍완저우 CFO는 캐나다에서 보석 상태입니다. 대이란 제재 위반 관련 혐의로, 미국으로 ‘범죄인 인도’ 재판 중인데요. 이런 상황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이 계속 이어졌지만, 런 회장은 즉답을 피했습니다. 법적 절차가 진행중인 사건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겠다고 했는데요. 미국과 캐나다 사법체계가 개방적이고 공정하게 작동할 것이라는 신뢰를 갖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딸이 보고 싶지만 정의가 드러날 것으로 낙관한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멍완저우 CFO 사건은 여파가 계속되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중국과 캐나다 사이의 외교 갈등으로 번졌는데요. 멍 CFO 체포 이후, 중국에 구금된 캐나다인이 13명이나 됐습니다. 중국 측의 보복 조치로 해석됐는데요. 그 중에 일부는 석방됐지만, ‘국가안보 위해’ 같은 중대 범죄 혐의로 아직 붙잡혀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특히 2년 전 15년 형을 받았던 캐나다인 마약사범이, 지난 14일 재심 끝에 사형 선고를 받으면서 파장이 더 커졌습니다.

진행자) 캐나다 정부는 이 사건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요?

기자) 중국 여행 주의보를 내렸습니다. 중국에서 캐나다인을 상대로 ‘자의적 법 집행’의 우려가 있다고 외무부가 경고했는데요. 중국 외교부도 갖은 조치로 맞대응했습니다. 담화를 통해, 멍완저우 CFO 사건을 직접 언급하면서 “캐나다 여행의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고 적었는데요. “가까운 시일 내에는 캐나다 여행을 삼가라”고 당부했습니다. 또한 중국 당국은 미국에 대한 조치도 내놨는데요. 국영기업 관계자들의 미국 출장을 자제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블룸버그 통신이 전했습니다.

진행자) 런 회장이, 미국에 대한 이야기는 안 했습니까?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한껏 치켜세웠습니다. 미-중 무역 갈등에 대한 견해를 묻자, 런 회장은 역시 즉답을 피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칭송했는데요. “위대한 대통령”이라면서, “기업 활동을 돕기 위해 대규모 감세를 단행했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세계 뉴스의 초점이 되고 있는화웨이’, 어떤 회사인가요?

기자) 말씀 드린 대로 중국 최대 통신장비 회사인데요. 일반 소비자들이 쓰는 손전화도 만들지만, 기관이나 단체의 유·무선 통신 설비를 생산하는 게 주력사업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구축된 통신체계를 연결해서 도시나 나라 전체를 덮는 ‘망’ 운용 사업자이기도 한데요. 2010년대 들어 세계로 사업 영역을 빠르게 넓혔고요. 몇 년 전부터는 매출 규모에서, 북유럽의 유명한 회사들인 ‘노키아’와 ‘에릭슨’을 추월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