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김영철, 트럼프 만나 담판 형식 논의 전망

  • 윤국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지난해 6월 백악관에서 회담한 후 대화를 하고 있다.

오늘(17일) 워싱턴에 도착하는 김영철 부위원장은 김정은 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면담할 것으로 보입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담판 형식의 논의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어 주목됩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윤국한 기자와 함께 합니다.

진행자) 김영철 부위원장이 이 시간 현재 워싱턴으로 오고 있나요?

기자) 네. 오늘(17일) 저녁 워싱턴에 도착하는 베이징발 미국 국적 항공기에 탑승해 있습니다. 북한 외무성 최강일 북미국장 대행과 김성혜 통일전선부 실장이 수행하고 있는데요, 미국은 아직 김영철 부위원장의 방문에 대해 아무런 발표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해의 경우 국무부는 11월 8일로 예정됐던 폼페오 장관과 김영철 부위원장의 회담 사흘 전인 11월 5일, 보도자료를 통해 김 부위원장의 뉴욕 방문을 발표했었습니다.

진행자) 김영철 부위원장이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갖고 방문하는 만큼 트럼프 대통령을 면담하겠지요?

기자) 그럴 가능성이 큽니다. 면담이 성사되면 트럼프 대통령과 김영철 부위원장은 지난해 6월 1일 이후 7개월 보름 만에 다시 만나는 건데요, 두 번째 만남인 만큼 수인사 수준을 넘어, 담판 형식의 실질적인 대화가 이뤄질 전망입니다.

진행자) 백악관이 지난해 김영철 부위원장을 각별히 예우했던 것이 기억나네요.

기자) 맞습니다. 당시 존 케리 비서실장이 백악관 건물 밖까지 나와 김영철 부위원장을 영접했습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무려 90분 간 김 부위원장을 만났는데요, 정상회담에서도 보기 드문, 이례적인 장시간 회동이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면담 뒤에는 폼페오 장관과 함께 김 부위원장 일행을 차량까지 배웅했습니다.

진행자) 김영철 부위원장은 이번에도 김정은 위원장의 특사로 워싱턴을 방문하는 것이지요?

기자) 친서를 휴대하고 트럼프 대통령을 면담하는 만큼 특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앞서 말씀 드린 대로, 김영철 부위원장은 친서 전달에 그치지 않고, 대미 협상의 책임자로서, 제재 문제 등 핵심 현안에 대해 깊이 있게 논의할 것으로 보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10월 네 번째로 평양을 방문한 폼페오 국무장관을 5시간 30분 동안 면담하면서, 사실상 협상을 벌였던 건 잘 알려진 일입니다.

진행자) 김영철 부위원장이 지난해 11월 미국 방문을 취소했던 건 트럼프 대통령과의 면담이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있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에게만 할 얘기가 있다는 것이겠지요?

기자) 맞습니다.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을 제외한 미국 측 협상 관계자들에 대한 강한 불신을 이미 여러 차례 밝혔습니다. 여기에는 미국의 협상 책임자인 폼페오 장관도 포함됐는데요, 과거의 대결 의식을 버리지 않고,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를 실행에 옮기지 않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수시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 소통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진행자) 김영철 부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어떤 얘기를 하게 될까요?

기자) 현재 북한의 핵심 관심사는 제재 완화, 또는 해제입니다. 따라서 구체적이고 추가적인 비핵화 조치를 제안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재 일부 해제를 요청할 가능성이 큽니다. 김영철 부위원장은 폼페오 장관과도 이에 대해 논의할 겁니다. 하지만, 최종 결정권자인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김정은 위원장의 입장과 구체적인 계획을 설명하려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입니다.

진행자) 김영철 부위원장은 지난해 6월 트럼프 대통령을 처음 면담했을 때도 제재 문제를 얘기했던 것으로 아는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면담 직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면서, 김영철 부위원장과 제재 문제를 비롯해 “거의 모든 현안에 대해 얘기했다”고 밝혔습니다. 정상회담의 시기와 장소를 확정한 것 외에도 제재 문제, 한국전쟁 종전 선언, 미-북 관계 개선 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고 말했었습니다.

진행자) 당시 면담에서 논의된 사안들에 대해 아직 이렇다 할 진전이 없는 상황이지요?

기자) 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기자들에게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종전 선언 서명이 이뤄질 것임을 내비쳤지만 실현되지 않았습니다. 또 비핵화 협상이 깨지기 전까지는 북한에 추가 제재를 가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이 역시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김영철 부위원장이 당시 면담에서 비핵화와 관련해 어떤 약속을 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이번에는 상황이 달라질까요?

기자) 여전히 확실한 건 없는 상황입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이미 한 차례 만난데다, 그동안 여러 차례 친서를 주고받으면서 간접적인 대화를 계속해 온 만큼, 서로의 입장을 좀더 이해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결국, 미-북 비핵화 협상의 앞날은 전적으로 두 정상의 상호 신뢰와 결단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