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동서남북] '비건-최선희 협상’에 달린 2차 정상회담

  • 최원기

지난해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첫 미-북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악수를 하기 위해 서로에게 손을 내밀고 있다.

매주 월요일 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북한의 비핵화 협상 책임자인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백악관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습니다. 이어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2월 말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2차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라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2차 정상회담은 현재 스웨덴에서 진행 중인 비건-최선희 실무회담에 달려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의 핵 협상 책임자인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18일 백악관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습니다.

김영철 부위원장은 이날 12시 15분 백악관 집무실에서 트럼트 대통령을 만나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했습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과 90분 간 현안을 논의했습니다.

백악관이 공개한 사진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집무실 책상에 앉아 김영철 부위원장과 대화를 주고받는 모습이 보입니다. 이 자리에는 박철 전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참사관, 김성혜 통전부 실장, 김혁철 전 스페인주재 북한대사 등이 참석했습니다. 또 미국 측에서는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과 스티브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배석했습니다.

면담이 끝나자 새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회동이 생산적이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의 만남을 고대하고 있으며 미국은 완전히 검증가능한 북한 비핵화를 이룰 때까지 압박과 제재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샌더스] ”A little time ago the President have one and half hour meeting its productive and they’re going to continue president looks forward to his meeting…”

앞서 김영철 부위원장은 숙소인 워싱턴 듀폰서클호텔에서 폼페오 국무장관을 만났습니다. 50분 가량 진행된 이 면담에는 비건 특별대표도 참석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영철 부위원장을 면담한 이튿날, 이번 면담이 아주 좋았으며 다음달 말 열릴 2차 정상회담 장소도 이미 결정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구체적인 장소와 일정은 밝히지 않았습니다.

[녹취: 트럼프] “We agreed to meet sometime end of February…”

이어 미국과 북한은 20일 스티븐 비건 특별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스톡홀름 근교에서 만나 2차 정상회담을 위한 실무 협상을 시작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김영철 부위원장의 이번 방미를 계기로 지난 몇 달 간 계속된 미-북 교착 국면이 끝나고 대화와 협상의 시계가 다시 돌기 시작 했다고 말합니다. 한국 국가전략연구원 문성묵 통일전략센터장입니다.

[녹취: 문성묵] ”김영철이 미국을 방문해 폼페오 장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고 2차 정상회담을 2월 말에 갖기로 한 것을 보면 일단 교착 국면은 풀렸다고 볼 수 있는데..”

전문가들은 또 미국과 북한의 스웨덴 실무회담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양측은 그동안 ‘비핵화와 상응 조치’를 둘러싸고 대립해 왔는데 이번에 실무 당국자들이 마주 앉은 것을 보면 뭔가 공감대가 마련됐다고 봐야 한다는 겁니다.

실제로 미국과 북한은 지난 6월 싱가포르에서 1차 정상회담을 가진 이래 이 문제를 둘러싸고 첨예하게 대립해 왔습니다.

기본적으로 미국은 ‘선 비핵화 후 상응 조치’를 주장해왔습니다. 먼저 북한이 핵 신고를 하고 이를 검증, 사찰하고 폐기해야 한다는 겁니다. 또 북한이 과거 비핵화 약속을 어기고 핵 개발을 한 것을 감안해 제재 완화 등은 비핵화가 이뤄진 다음에나 가능하다는 입장이었습니다.

반면 북한은 ‘단계적, 동시적’ 조치를 주장해 왔습니다. 비핵화를 여러 단계로 쪼개고 모든 단계마다 미국이 상응하는 안전보장과 정치적 대가, 그리고 제재 해제 등을 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또 북한은 핵 신고와 사찰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여왔습니다. 북한은 풍계리 핵실험장을 파괴했지만 이것도 검증과 사찰을 받은 것이 아니라 외국 기자들이 먼 발치에서 지켜보는 ‘참관’ 아래 폭파한 겁니다. 이 때문에 한국의 강인덕 전 통일부 장관은 풍계리 핵실험장 파괴는 일종의 보여 주기식 쇼에 불과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강인덕] ”대표적인 것이 풍계리 핵 실험장인데, 핵실험장을 저런 식으로 폐기하면 무얼 생산하고, 핵실험했는지 알 수 없어요, 전문가는 안 부르고, 언론인 불러서 멀리서 사진이나 찍게 하고, 감출 것은 감추면서, 미사일 발사대도 엔진실험장도 마찬가지예요.”

이렇듯 미국과 북한 관계는 비핵화와 상응 조치를 둘러싸고 지난 7개월 간 공전되거나 교착 상태를 겪어야만 했습니다. 예를 들어 폼페오 국무장관은 1차 정상회담 다음 달인 7월 6일 평양을 방문해 1박2일간 총 9시간에 걸쳐 김영철 부위원장을 만났습니다.

그러나 폼페오 장관이 평양을 떠난 직후 북한은 미국이 아무 것도 내놓지 않고 일방적이고 강도적인 비핵화 요구를 했다고 비난했습니다.

그로부터 석 달 뒤인 10월7일 이뤄진 폼페오 국무장관의 방북 분위기는 그보다는 좋았습니다. 당시 폼페오 장관은 백화원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5시간30분가량 만나 비핵화와 2차 정상회담 문제를 논의했습니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도 사찰과 검증, 그리고 상응 조치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는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다음 달인 11월 초 뉴욕에서 이뤄질 예정이었던 폼페오 국무장관과 김영철 부위원장의 고위급 회담은 막판에 무산됐습니다. 당시 국무부는 미-북 고위급 회담이 11월 8일 뉴욕에서 열린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김영철 부위원장은 끝내 뉴욕행 비행기를 타지 않았습니다. 결국 국무부 대변인은 7일 한밤중에 회담 연기를 발표해야 했습니다.

여기서 드는 가장 큰 의문은 대립과 갈등을 거듭하던 미국과 북한이 어떤 과정을 거쳐 다시 만났고, 비핵화와 상응 조치에 대해서는 어떤 접점을 찾았느냐 하는 겁니다.

우선 11월 초로 예정됐던 고위급 회담이 무산됐지만 미-북 양국은 대화의 끈을 계속 유지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 언론에 따르면 미국과 북한은 지난12월 3일 판문점 통일각에서 비공개 접촉을 가졌습니다.

이날 접촉에서는 앤드루 김 미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센터 (KMC) 센터장이 북한 통일전선부 소속 당국자를 만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한국 언론은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김영철 부위원장의 방미에 때맞춰 워싱턴을 방문했다고 보도했는데, 이 역시 미-북 물밑 접촉과 관련이 있어 보입니다.

이밖에 미국과 북한의 국방 당국자들은 지난해 12월 미군 유해 발굴 문제를 놓고 접촉을 가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1990년대 클린턴 행정부에서 국무부 북한 담당관을 지낸 케네스 퀴노네스 박사는 말했습니다.

[녹취: 퀴노네스] “Restarting of recovery of American soldiers remains in North Korea those talks began December..”

특히 트럼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여러 차례 친서를 주고 받으며 협상의 불씨를 살려낸 것으로 보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금까지 확인된 것만 해도 7차례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25일께 김정은 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낸 데 이어 지난 1월 12일께 또 다시 친서를 인편으로 보냈습니다.

이런 일련의 접촉 과정을 통해 미국과 북한은 서로 주고 받을 비핵화와 상응 조치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보입니다. 또 이 과정에서 미국은 한국 정부와도 협의를 한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내용입니다.

[녹취: 문재인] ”ICBM이나 IRBM 미사일의 폐기라든지 또는 그에 대한 생산라인의 폐기라든지 또는 나아가서는 다른 핵단지들의 폐기라든지 그런 걸 통해서 미국의 상응 조치가 이루어지고 그 다음에 그 상응 조치에 따라 신뢰가 깊어지면 그 때는 전반적인 신고를 통해서 전체적인 비핵화 해 나가고 이런 식의 프로세스들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미국은 상응 조치 중 하나로 대북 인도적 지원과 함께 미-북 연락사무소 설치를 검토한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의 강경화 외무장관이 16일 기자회견에서 밝힌 내용입니다.

[녹취: 강경화] “상응 조치에 대해 여러 조합을 검토하고 있는데, 종전 선언과 인도주의적 지원 상설적인 대화채널 등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북 대화가 어렵게 재개됐지만 아직 마음 놓을 단계는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예를 들어 미국과 북한은 한 달 뒤에 2차 정상회담을 하기로 했지만 아직 회담의 구체적인 날짜와 장소도 발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케네스 퀴노네스 박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 장소와 날짜를 제안했지만 북한이 아직 이를 수용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퀴노네스] ”May be North Korea has not yet agreed…”

전문가들은 현재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진행 중인 미-북 실무회담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최선희 부상이 주도하는 실무 협상에서 미-북 양측이 모두 만족할 만한 방안을 만들어 내면 2차 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정상회담이 연기되거나 좌초될 수 있다는 겁니다. 다시 문성묵 통일전략센터장 입니다.

[녹취: 문성묵] ”결국 스티븐 비건 대표와 최선희가 처음 만나는 것인데, 2차 정상회담이 합의가 됐으니까, 북한은 이 정도는 우리가 양보할 수 있으니 미국이 양보해라, 미국은 이 정도는 돼야 미국민과 국제사회를 설득할 수 있다며, 밀고 당기기를 할 텐데, 서로 수용할 수 있는 합의가 나올지 아니면 2월 말로 합의된 정상회담이 뒤로 미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겠죠.”

우여곡절 끝에 만난 비건 특별대표와 최선희 부상이 어떤 외교적 해법을 마련할지 주목됩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