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폴란드 등 동구권 국가들과의 관계를 체제 유지에 활용하면서 고립을 자초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북한은 또 자유화와 개방을 선택하던 동구권 국가들에게 국제사회에서 한국을 고립시킬 것을 요구했던 사실이 외교문서를 통해 확인됐습니다. 김카니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은 6.25 전쟁 후 폴란드로부터 지원 받은 복구 자금으로 김일성 주석의 우상화 작업을 해 양국간 마찰을 빚었던 사실이 폴란드의 기밀문서를 통해 드러났습니다.
1957년 당시 유세프 치란키에비치 폴란드 수상이 평양을 방문한 뒤 소련에서 니키타 후르시초프 공산당 서기장을 만나 북한을 비판했던 내용으로, 광산과 철도 개발 등 전후 복구를 위해 쓰기로 했던 폴란드의 지원이 북한의 체제 유지와 김일성 우상화 작업에 쓰였다는 것입니다.
폴란드 바르샤바 국립대 국제관계연구소의 김규남 박사는 20일 VOA와의 인터뷰를 통해 북한과 외교관계를 맺은 1948년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폴란드의 외교 문서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김규남 박사] “내가 평양을 갔더니 도시를 재건하는 방향이 김일성의 우상화 작업, 상징물을 세우고 체제 선전에 주로 자원을 이용하는 것 같다. 우리의 의도와 맞지 않는 것 같다. 이런 표명을 후르시초프에게 하니까.”
김 교수는 이어 폴란드 등 동구권 국가들이 자유화를 받아들이기 시작했던 시기에 북한은 오히려 독재를 강화했던 사실도 외교문서를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김 교수는 또 북한은 1970년대에 한국을 국제사회에서 고립시킬 것을 요구했던 사실도 공개했습니다.
1975년 주 폴란드 백남순 북한대사는 폴란드에 한국을 비방하는 방송과 6.25 전쟁이 한국의 침략 때문에 벌어졌다고 주장하는 영상물을 폴란드 국영방송에서 내보내 달라고 요구했었다는 것입니다.
[녹취: 김규남 박사] “폴란드에 요청하는 문서가 있습니다. 폴란드 라디오나 국영방송에서 6.25 전쟁에 대한 다큐를 틀어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미 제국주의와 대한민국을 비방하는 방송을 틀어줬으면 좋겠다는 요청을 폴란드 정부에 한 문서가 있고요.”
또 1976년에는 폴란드에서 개최된 유네스코 회담과 국제 청소년 펜싱대회 때 한국 대표단에 대한 비자 발급 취소를 요구했었는데, 폴란드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김규남 박사] “경제, 문화 학술 면에서는 정부가 간섭할 수 없다. 이렇게 (비자 취소 요구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입니다. 폴란드 입장에서는 대한민국과의 교류가 유익하다고 생각했던 거고 북한은 점점 고립되는 상황에서 이걸 막으려는.”
김 박사는 이어 폴란드는 북한과 70년 넘게 외교 관계를 맺고 있지만 맺은 조약은 몇 개 되지 않는다면서 북한과 폴란드의 관계는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김규남 박사] “북한과는 이 15개 조약이 폴란드의 동구권의 체제 전환 전에 다 이뤄진 거라고 보시면 되고. 지금은 기존에 맺었던 조약을 유지하는 정도의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은 현재 핵개발 등의 도발 행동을 감행하면서 국제사회에서 고립을 자초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VOA 뉴스 김카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