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미사일 보유 현황 주목…“핵무기 최소 20개 보유...비밀시설 핵물질 생산”

지난 2008년 6월 냉각탑 폭파를 앞두고 촬영한 북한 영변 핵시설.

미-북 정상 간 두 번째 비핵화 협상이 이뤄지면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보유 현황과 관련 시설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국제사회가 주목해온 북한의 핵과 미사일 자산을 함지하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평안북도 영변군에 자리한 영변 핵단지는 북한의 대표적인 핵무기 원료 제조시설로 꼽힙니다.

300여개 건물로 이뤄진 영변은 1985년 그 존재가 공식적으로 알려진 이래 플루토늄과 고농축 우라늄 등을 생산해 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5메가와트(MW) 원자로, 우라늄 농축공장, 폐연료봉 재처리 공장, 각종 제어 시스템, 열 교환 장치 등으로 이뤄진 영변은 최근까지도 가동 의혹을 받아왔습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지난해 8월20일 공개된 아마노 유키야 사무총장 명의의 연례보고서 영변에서 냉각기가 가동되고 차량이 정기적으로 이동하는 등 원심분리기 농축 시설이 사용된다는 신호가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아울러 영변 재처리공장 인근 구룡강에 지난해 후반기 취수용 댐이 건설되고 있다며, 영변의 경수로나 5MW 원자로의 냉각 시스템과 관련된 움직임일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핵 물질 생산이 영변에서만 이뤄진다고 믿는 전문가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북한이 우라늄 농축을 할 수 있는 최소 1개 시설을 더 운영하고 있다는 추정은 이미 수 년 전부터 정설로 받아들여져 왔습니다.

핵 전문가인 올리 하이노넨 전 IAEA 사무차장은 지난해 10월 VOA에 북한의 (우라늄) 농축 시설은 영변 외에도 최소 한 곳이 더 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영변 핵 시설이 폐기돼도 북한은 여전히 고농축 우라늄을 생산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하이노넨 전 사무차장] “Unfortunately not. Because you know there is most likely at least one enrichment facility which is not at Yongbyon. So, they can still produce HEU there. That’s one thing…”

구체적인 장소를 지목하는 전문가들도 있습니다.

2012년 미-북 간 핵 협상에 참여했던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은 지난해 5월, 북한 강성 지역에 큰 원심분리기 시설이 운영 중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두 달 뒤 제프리 루이스 제임스 마틴 비확산센터 동아시아 담당 국장도 비슷한 이름의 지역을 거론하며 북한에 제3, 제4의 핵 시설이 존재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전역에서 핵 관련 시설이 운영된다는 관측과 맞물려 특정 지역을 핵 시설과 연관 지어 지목한 민간 보고서도 공개됐습니다.

미 NBC 방송은 지난해 6월 국방정보국(DIA) 분석을 인용해 북한이 여러 비밀 시설에서 핵 연료를 생산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북한이 이미 수십 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진단은 기정사실화 된지 오래입니다. 보유량은 전문가들마다 추정치가 다르지만, 대체로 20개를 최소치로 잡고 있습니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영변에서 매년 핵무기 2개를 제작할 만큼의 무기급 우라늄을 생산하고 있고, 플루토늄은 핵무기 1개를 만드는데 약간 부족한 양을 추출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아울러 제2의 시설에서 매년 핵무기 2개를 만들 수 있는 우라늄을 농축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를 근거로 북한은 1년에 최소 2개에서 3개의 핵무기를 만들고 있고, 지난해 중순 현재 15개에서 30개의 핵무기를 보유했을 것이라는 게 올브라이트 소장의 분석입니다.

스웨덴의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2017년 보고서에서 북한이 영변 원자로의 폐연료봉 재처리를 통해 생산한 플루토늄을 사용해 10~20개의 핵탄두를 제조한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미국의 랜드연구소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북한이 현재 15~60개 핵탄두를 보유했으며, 2020년에는 최소 30개에서 최대 100개까지 늘릴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북한의 미사일 시설은 핵 시설보다 관련 정보가 비교적 구체적으로 드러나 있습니다.

북한의 미사일 기지들을 집중적으로 분석해온 영국 군사정보업체 IHS 제인스는 2015년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북한 전역의 미사일 기지 17곳과 운용 무기들을 상세히 소개했습니다.

특히 신오리와 구성 등 6개 미사일 기지가 북부지역에 위치하고, 깃대령과 원산 등 5곳을 중부지역 미사일 기지로 구분했습니다. 또 삭간몰과 사리원 등 6곳은 DMZ에서 50~90km 이내 위치한 미사일 기지로 분류했습니다.

아울러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한반도 전문 웹사이트 ‘비욘드 패럴랠’은 북한의 ‘미신고 미사일 시설’ 3곳을 잇달아 지목하고, 북한 내 ‘미신고 미사일 시설’은 약 20곳에 달한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장거리 미사일인 ‘은하 3호’ 등이 발사됐던 동창리 위성발사장도 북한의 주요 미사일 시설로 주목 받아왔습니다.

동창리 발사장과 인근 엔진실험장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폐기와 국제검증 수용 가능성을 내비친 곳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동창리 발사장과 사실상 같은 기능을 하는 함경북도 무수단리 소재 ‘동해 위성발사장’이 여전히 건재하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군사전문가인 브루스 벡톨 미 앤젤로 주립대 교수도 과거 VOA에 동해 발사장이 동창리와 동일한 실험을 진행할 수 있는 곳이라며, 동해 발사장의 존재가 잊혀져선 안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미사일 관련 시설과 더불어 북한이 보유한 미사일도 주목해야 할 대상입니다.

북한은 지난해 2월 건군절 열병식 당시 ‘화성 15형’과 ‘화성 14형’ 각각 4기씩을 공개한 바 있습니다.

화성 15형과 14형은 2017년 시험발사에 성공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발사체로, 당시 북한은 미국 본토가 사정권 안에 들어왔다고 선언했었습니다.

물론 실제 발사기능이 없는 모형일 가능성도 있지만, 열병식에서 한꺼번에 8기가 공개된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왔었습니다.

이 밖에도 북한은 단거리와 중장거리,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다양한 종류의 미사일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들 미사일을 발사하는 기능을 지닌 이동식발사차량(TEL)을 주목해야 한다는 전문가도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해 2월 열병식에서 바퀴 18개, 즉 9축에 달하는 4대의 이동식발사차량을 공개했었습니다.

닉 한센 스탠포드대학 국제안보협력센터 객원연구원은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가 이동식발사차량에 의해 불특정 장소에서 이뤄졌다며, 최근 미사일 발사가 불시에 이뤄진 사실을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