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언론 "협상 결렬 '트럼프식 외교' 한계 드러내"

28일 2차 미-북 정상회담을 마치고 베트남 하노이를 출발한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 급유지인 알래스카 앵커리지 엘먼도프-리처드슨 합동기지에 도착했다.

미국 주요 언론은 아무런 합의 도출 없이 끝난 '하노이 정상회담'을 통해 '트럼프식 외교'의 한계가 드러났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과 북한 모두 대화를 원하는 만큼 협상은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지만, 추가 진전 여부에는 엇갈린 전망을 내놨습니다. 박형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 정치적 혼란 속에서 오랜 적대자와 협상할 수 있는 강력한 협상가로서의 면모를 내세우려 했지만, 정치적으로 중대한 좌절을 맛보게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의 대화를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번 회담에서 상반된 입상을 서로 확인한 만큼 추가 진전은 쉽지 않으리라고 전망했습니다.

신문은 이번 회담에서 합의문 도출 실패 원인으로 북한이 영변 핵시설 이외 다른 핵‧미사일 시설에 대한 미국 측의 해체 요구 등을 거부한 것을 꼽았습니다.

그러면서 전문가 분석을 인용해, 북한이 대기권 재집입 기술까지는 확보하지 못했지만 미국을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은 물론 핵탄두를 30~60개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해묵은 난제를 해결한 지도자로 역사에 기록되고자 하노이로 날아갔지만, 은둔의 독재자가 핵을 포기하도록 설득하는 데 무능력함을 보였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예상 밖의 협상 결렬은 1년 넘게 김정은 위원장과의 관계에 공을 들여온 트럼프 대통령에게 큰 타격이라고 해석했습니다.

또 회담이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인 마이클 코언이 의회 청문회에서 출석해 증언을 하는 동안 이뤄졌다고 보도했습니다.

신문은 '외교협회' 리처드 하스 회장을 인용해, 이번 협상 결렬이 개인적 관계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과도한 의존과 준비 태만을 부각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존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일부 참모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어리석은 양보를 해야 하는 합의에 집착하지 말 것을 조언해왔다고 전했습니다.

한편으론 하노이 정상회담이 대통령 개인에게는 '재앙'이며 미국의 위상에는 흠집을 냈지만, 제재 해제나 주한미군 철수와 같은 '나쁜 합의'를 하지 않은 것은 긍정적인 측면이라는 평가도 나온다고 전했습니다.

NBC 뉴스는 이번 협상 결렬이 김정은의 확실하고 검증 가능한 군축 약속 없이 트럼프 대통령이 양보할 것이라고 걱정했던 일부 여야 정치인을 포함해 전문가들을 안도하게 했다고 전했습니다.

또 김 위원장이 비핵화 의지를 묻는 외신 기자 질문에 "그럴 의지가 없었다면 여기 오지 않았다"라고 답했지만 '모호한 표현'이었다고 해석했습니다.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은 반복해서 "서두르지 않겠다"는 말을 강조하면서, 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낮췄다고 풀이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번 회담의 결렬이 트럼프 대통령이 선호하는 '톱다운' 외교의 위험성을 여실히 보여줬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양측은 근본적으로 서로 다른 거래 조건을 들고 합의가 이뤄지길 바라며 협상장에 들어왔지만, 통상적으로 이런 이견은 실무 협상에서 조율되어야 할 것들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이어 싱가포르 공동성명으로 혹독한 비판을 들었던 트럼프 대통령이 또다시 '나쁜 합의'를 가지고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인지한 것이라는 전문가의 분석을 소개했습니다.

아울러 회담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빠른 비핵화"에서 "시간이 걸리는 비핵화"로 접근 방식을 바꿨음이 명확해졌다고 덧붙였습니다.

CNN은 국내에서 궁지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이 노벨상 수상에 대한 기대와 함께 '성공할 확률이 낮지만, 기적을 바라는 마음'으로 김정은 위원장을 만났지만 성공하지 못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면서 '협상의 기술' 외교가 또다시 '빈손'으로 끝났다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정상회담 실패가 즉각적인 재난을 불러오지 않을 것이며, '현상유지'를 지속하는 것이 전쟁으로 치닫는 것보다 훨씬 나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미-한 연합군사훈련 중단 발표 같은 충동적인 양보를 하지는 않았지만, 이번에도 김 위원장에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기회를 줬다고 지적했습니다.

방송은 또 조셉 윤 전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인용해, 통상 정상회담을 위해 엄청난 실무 준비가 수반되지만, 이번 회담에선 준비 부족이 드러났다고 꼬집었습니다.

폭스뉴스는 미 헤리티지재단의 제임스 제이 카라파노 부회장의 기고를 통해, 하노이 정상회담이 승산도 손해도 없이 끝났다고 해석했습니다.

라파노 부회장은 다행히도 트럼프 대통령이 실질적인 비핵화 없이는 어떤 것도 주지 않을 것이라는 협상 원칙을 고수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반면 행동 전에 양보를 요구하는 북한의 태도는 새삼스럽지 않으며, 김 위원장은 일단 트럼프 대통령만 만나면 뭔가 승산이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가 낭패를 봤다고 풀이했습니다.

그러면서 양측 모두 협상에 상당한 공을 들였던 만큼 '판'을 깨거나, 북한이 다시 '도발적인 행위'로 돌아가지는 않으리라고 전망했습니다.

또 김 위원장에겐 자신의 상대가 '진지한 협상가'라는 것을 인식하고 협상 전략을 재검토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AP 통신은 전 세계적 위협을 해소할 것으로 기대됐던 '판돈' 큰 회담이 제재를 둘러싼 대치로 전혀 뜻밖의 결과로 끝났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비밀리에 다른 비밀 우라늄 농축 시설을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영변만 다룬 합의로 미국이 너무 많은 것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전문가의 진단을 소개했습니다.

통신은 그러나 이번 회담에서 아무런 합의는 이루지 못했지만, 두 나라 간 협상을 앞으로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블룸버그 통신은 협상 결렬을 무릅쓴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한 태도는 3월 중으로 예고된 미·중 정상회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회담을 통해 협상 속도보다 방향에 방점을 찍었다고 분석했습니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스캔들 수사와 개인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의 의회 청문회 출석에 대한 압박 속에서 하노이 정상회담에 참석했다면서, 회담 결렬은 '트럼프식 협상'에 오점과 의문을 남겼다고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이날 합의가 나오지 않았다고 해서 앞으로도 합의가 없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전문가의 분석을 전했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