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당국이 김정남을 살해한 인도네시아인 용의자를 전격 석방한 가운데, 베트남인 용의자의 아버지는 자신의 딸도 석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연철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베트남 국적자 도안 티 흐엉의 아버지가 딸의 석방을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타인] 베트남어 효과음
흐엉의 아버지인 도안 반 타인 씨는 11일 VOA 베트남 서비스와의 인터뷰에서, 김정남 살해 혐의를 받던 인도네시아인 여성이 이날 석방된 것을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자신의 딸도 석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자신의 딸이 석방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베트남 정부와 외교부에 요청했습니다.
[녹취: 타인] 베트남어 효과음
앞서 말레이시아 검찰은 이날 김정남 살해 혐의로 기소된 인도네시아 여성 시티 아이샤에 대한 공소를 취소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말레이시아 샤알람 고등법원은 아이샤를 석방했습니다.
검찰이 공소를 취소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베트남 국적의 흐엉은 인도네시아 국적의 아이샤와 함께 지난 2017년 2월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김정남의 얼굴에 맹독성 신경작용제를 발라 살해한 혐의로 체포돼 재판을 받아왔습니다.
두 사람은 리얼리티 TV용 몰래카메라를 찍는다는 북한인들의 말에 속아 살해 도구로 이용됐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한편 이날 석방돼 인도네시아로 돌아간 아이샤는 자카르타 공항에서 기자들에게,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행복하다며, 가족들을 만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인도네시아 외교부는 성명에서, 아이샤가 북한 정보원들에게 이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고, 김정남을 살해할 의도가 전혀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지난 2년 동안 대통령급과 부통령급 대화 등 모든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간 양자대화에 아이샤 문제가 제기됐다고 설명했습니다.
흐엉의 변호인인 히샴 테 포 테익 변호사는 흐엉이 아이샤만 석방된 데 대해 불공평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흐엉도 아이샤와 같은 고려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흐엉에 대한 재판이 14일 속개될 예정인 가운데, 아이샤와 같이 공소 취소로 석방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지난 해 8월 말레이시아 고등법원은 아이샤와 흐엉, 도주한 북한 국적자 4명이 김정남을 살해하기 위해 잘 준비된 음모에 관여했다는 충분한 증거를 확보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북한은 해당 사건과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들과 공모한 혐의를 받는 북한 용의자 4명은 암살 당일 곧바로 말레이시아에서 탈출한 바 있습니다.
VOA 뉴스 이연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