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북한의 '벼랑 끝 전술'과 주목되는 트럼프의 결단

  • 윤국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북한이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 중단 가능성을 거론하고 나선 데 대한 미국의 대응이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미국의 대응에 따라 양측의 협상은 중단 또는 재개의 갈림길에 놓여 있는 상황입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윤국한 기자와 함께 합니다.

진행자) 북한이 최선희 외무성 부상의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강경 입장에 대해 미국의 일차적인 반응은 이미 나왔지요?

기자) 맞습니다. 미국의 초기 반응은 핵과 미사일 실험을 재개해선 안 된다는 경고와 함께, 대화를 지속해 나가기를 바란다는 겁니다.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과 존 볼튼 백악관 보좌관이 이런 입장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원론적인 초기 대응을 넘어 최선희 부상이 기자회견에서 요구한 사안들에 대한 대답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진행자) 북한은 미국이 제기한 `빅 딜’ 방식의 비핵화 방안에 반대하는 것이지요?

기자) 그렇습니다. 최선희 부상은 핵과 미사일 실험 중단 등 지금까지 자신들이 취한 조치에 대한 상응 조치와 함께, 미국이 `정치적 계산’을 바꿀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전부 아니면 전무’라는 요구를 철회하지 않으면 앞으로 협상에 나서지 않겠다는 겁니다. 그동안 줄곧 강조해온 `단계적, 동시적’ 행동 원칙을 거듭 주장한 것인데요, 이에 대한 미국의 입장 정리에 따라 협상 중단 또는 재개 여부가 판가름 날 전망입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공은 다시 워싱턴으로 넘어온 것이네요?

기자) 네. 볼튼 보좌관은 하노이 정상회담이 결렬로 끝난 직후 잇따른 언론 인터뷰에서 “공은 북한 쪽으로 넘어간 상황”이라며 북한이 전략을 재검토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미국이 하노이에서 제안한 내용을 받아들일지 여부를 결정하라는 통보였습니다. 최선희 부상의 기자회견은 이에 대한 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략 재검토는 없고, 미국이 입장을 바꾸라는 겁니다.

진행자) 미국이 어떻게 대응할 것으로 전망되나요?

기자) 북한이 최선희 부상을 통해 밝힌 입장은 상당히 강했습니다. 협상 중단에서 더 나아가 핵과 미사일 실험 재개까지 거론한 건 과거의 `벼랑 끝 전술’을 떠올린다는 지적인데요, 협상의 지속을 바라는 미국으로서는 대응에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입니다. “반응하기 전에 행정부 내에서 더 많은 얘기를 하고 싶다”는 볼튼 보좌관의 발언은 대응책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임을 보여줍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침묵하고 있는 것도 그런 상황과 관련이 있는 것 아닌가요?

기자)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당연히 쉽지 않은 결단일 겁니다. 전임자들이 30년 가까이 하지 못한 북한 비핵화를 자신이 해낼 수 수 있다고 장담했고, 김정은 위원장과 좋은 관계임을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해 왔기 때문입니다. 김 위원장은 지금 협상 중단과 자신의 조건 수용 중 하나를 택할 것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압박하고 있는 겁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이 확실한 입장을 밝히게 될까요?

기자) 트럼프 대통령도 폼페오 장관과 마찬가지로 협상의 지속을 바란다는 정도의 반응에 그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면서, 북한과의 실무 협상이나 고위급 회담을 추진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 경우 이미 나름대로 확고한 입장을 밝힌 북한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됩니다.

진행자) 북한이 폼페오 장관을 여전히 협상 상대로 받아들일지도 관심사 아닌가요?

기자) 네. 북한은 이미 여러 차례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폼페오 장관을 비난했습니다. 이번에는 아예 “적대와 불신의 분위기를 조성해 지도자들의 협상 노력을 방해했다”고 강도를 높였는데요, 다시 마주앉기 어려울 정도의 노골적인 비난입니다. 하지만, 하노이 협상이 결렬로 끝난 데 대한 불만을 강하게 표출한 것 이상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진행자) 미국이 비핵화 협상의 지속을 강조하면서 `빅 딜’ 방식을 고수하고, 북한은 단계적 방안을 요구하면 어떻게 되는 건가요?

기자) 미국과 북한의 핵심적인 차이가 바로 이 부분인데요, 절충점을 찾지 못하면 협상은 중단 또는 장기 교착 상태가 불가피합니다. 한국 정부의 중재는 이 부분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입니다. 미국에는 “전부 아니면 전무 전략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북한에 대해서는 “최종 목표와 동떨어진 분절된 단계적 협상은 통하지 않을 것”임을 설득한다는 게 한국 정부의 구상입니다.

진행자)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한국 정부의 중재가 가능할까요?

기자) 미국과 북한이 타협을 통해 절충안을 모색할 의향이 있으면 중재를 필요로 할 겁니다. 문제는 북한이 한국 정부의 중재자 역할에 의구심을 제기하고 나선 점입니다. 최선희 부상은 한국이 미국의 동맹국이기 때문에 중재자가 아니라 `플레이어’라고 말했는데요, 이로써 한국 정부의 운신의 폭이 크게 줄어든 상황입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