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지금 이 시각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나토 회원국 방위비 분담을 늘려야 한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습니다. 베네수엘라 ‘제헌의회’가, ‘임시 대통령’을 자임한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의 면책특권을 박탈했고요. 동남아시아의 브루나이에서, 동성애자를 돌로 사형시키는 형법을 시행하는 소식, 이어서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나토 방위비를 언급했다고요?
기자) 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의 방위비 분담에 진전이 있었지만, 여전히 국가별 기여를 증가시켜야 한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강조했습니다. 2일 옌스 스톨텐베르크 나토 사무총장과 백악관에서 회담하면서 한 말인데요. 그 동안 “나토 동맹들이 공정하게 방위비를 지출하도록 노력해왔다”면서, 짐을 나눠서 지자는 취지라고 트럼프 대통령은 설명했습니다. 2년여 전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했을 땐 상황이 안 좋았지만, 지금은 많이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짐을 나눠서 진다, 나토 방위비 분담이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입니까?
기자) 나토는 미국이 주도하는 유럽 지역 방위협력체인데요. 미국만 비용 부담이 너무 커서, 공정하지 않다고 트럼프 대통령은 줄곧 지적했습니다. “미국이 나서서 부자 나라들을 지켜주고 있다”고도 했는데요.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가 “쓸모없어진(obsolete) 조직”이라고 비판한 적도 있고요. 지난해 7월 브뤼셀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 탈퇴 의사를 내비쳤다는 보도까지 나왔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이 말하는, 공정한 부담의 기준이 뭡니까?
기자) 국내총생산(GDP)의 2%를 방위비로 지출하기로, 앞서 나토 회원국끼리 약속했습니다. 이 약속을 충족해야 하는 시점은 오는 2024년으로 잡았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앞으로 이 기준을 더 높일 필요가 있다고 2일 말했습니다. 일부 국가들은 현행 2% 기준에 맞추기 위해, 방위비 증액 작업을 잘하고 있지만, 여전히 기대에 못 미치는 나라들도 많다고 트럼프 대통령은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몇 나라가 잘하고 있고, 몇 나라가 기대에 못 미치나요?
기자) 아직 4분의 1 정도만 기준을 맞추고 있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설명했는데요. 29개 나토 회원국 중에, 미국을 포함한 7개 나라만 약속을 지키고 있는 실정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머지 국가들도 곧 따라잡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부자 나라들이 그 동안 방위비를 제대로 내지 않았기 때문에, (기준에 도달하는 데) 문제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아직 약속을 못 지키고 있는 ‘부자 나라’가 어디인가요?
기자) 독일을 대표적인 사례로, 트럼프 대통령이 꼽았습니다. “독일은 솔직히 말해, 공정한 비용을 내지 않고 있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지적했는데요. “우리 아버지도 독일 사람이었다. 독일의 아주 멋진 곳에서 태어났다”고 이어서 말했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독일에 대한 감정이 좋은데 방위비 분담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어서 안타깝다고 밝혔습니다. 스톨텐베르크 나토 사무총장도 독일이 약속을 지킬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이 독일과의 사적 인연을 강조하면서, 방위비 분담을 촉구한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의 아버지가 독일에서 태어났다는 설명에 주목했는데요. 아버지 프레드 트럼프는 독일 태생이 아니라, 1905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그런데 할아버지가 독일 태생이어서, 독일계 가문인건 맞습니다.
진행자) 이 밖에 회담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갔나요?
기자) 나토가 직면한 여러 가지 안보 위협에 관한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보도됐는데요. 러시아의 군사적 확장이 가장 큰 현안입니다. 스톨텐베르크 총장은 "러시아 문제에 대한 접근 방법에 강력한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기자들에게 말했는데요. 이 밖에 나토 회원국인 터키가 러시아제 무기를 들이는 문제, 그리고 테러대처 방안도 주요 의제에 오른 것으로 파악됩니다.
진행자) 나토 사무총장이 이번에 미국에 온 목적이 뭔가요?
기자) 올해가 나토 창설 70주년입니다. 기념 외무장관 회의 참석을 위해 스톨텐베르트 총장이 워싱턴에 온 건데요. 3일 미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연설했습니다. 나토를 이끄는 사람으로서는 처음으로, 미 의회 연단에 섰는데요. 한편, 3일 저녁에는 마이크 폼페오 미 국무장관이 주관하는 환영 연회가 열리고요. 나토 70주년 외무장관 회의는 다음날인 4일 진행됩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베네수엘라 국회의장이 면책특권을 박탈당했다고요?
기자) 네. 베네수엘라 ‘제헌의회’가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의 면책특권을 박탈하기로 2일 의결했습니다. ‘제헌의회’는 지난 2015년 총선에서 패배한 집권세력이, 국회를 대체하기 위해 만든 조직인데요. 이번 조치를 통해 국회 수장의 권능을 제한해서, 체포와 기소로 이어가려는 수순으로 서방 언론이 분석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면책 특권이 뭔가요?
기자) 국회의원이 국회 안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이나 표결에 대해, 국회 밖에서 책임을 지지 않는 특권입니다. 주로, 야당 의원들이 정부를 비판한 이유로 탄압받는 일이 없도록 보장하는 장치입니다.
진행자) 그런데 왜,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의 면책 특권을 빼앗는 거죠?
기자) 과이도 의장에게 ‘내란’이나 ‘반란’ 혐의를 씌우려는 것으로 주요 매체들이 해설하고 있습니다. 과이도 의장은 베네수엘라 ‘임시 대통령’을 자임한 인물인데요.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국가원수 권한을 인수한다고, 지난 1월 반정부 시위 현장에서 공표했습니다. 마두로 대통령은 지난해 조기 대선에서 부정 당선됐기 때문에, 과도정부가 자유투표를 실시해 헌정 질서를 회복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진행자) 제헌의회 측이 내란이나 반란의 근거를 설명했나요?
기자) 네. 과이도 의장이 이끄는 야당이 “외국의 침공을 유발하고, 내전을 선동하고 있다”고 디오스다도 카베요 제헌의회 의장이 2일 주장했습니다.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사회가 최근 베네수엘라 국민들에게 원조 물자를 공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요. 과이도 의장과 야당 측이 적극 환영하고 있는 걸 지적한 겁니다. 마두로 정권 측은 이 원조가, 미국과 외세의 군사적 침략을 불러올 사전 조치라고 비난하고 있는데요. 그래서 국경 도로에 장애물을 쌓아 진입을 막는 중입니다.
진행자) 면책특권 박탈에 대한, 과이도 의장의 반응은 어떤가요?
기자) 개의치 않는다는 반응입니다. 제헌의회 측의 의결을 "알고 있지만, 우리가 갈 길을 바꾸지 않겠다"고 과이도 의장은 말했는데요. 오는 주말 베네수엘라 전역에서 마두로 정권 퇴진 요구 시위를 진행하겠다고 이날(2일) '트위터'에 적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원조 물자가 필요할 정도로, 베네수엘라 주민 생활이 힘든 상황인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베네수엘라는 풍부한 원유 매장량을 바탕으로, 남미에서 손꼽히는 부국이었는데요. 마두로 대통령 집권 이후 국제유가가 떨어지고, 정책 실패가 겹치면서 국가 경제가 추락했습니다. 물가 급등과 생필품 품귀 현상이 계속됐는데요. 최근에는 전력 부족 때문에 장기 정전과 단수까지 진행 중입니다. 그래서 베네수엘라를 탈출하는 대규모 행렬이 이어지는 실정입니다.
진행자) 베네수엘라를 탈출한 사람이 얼마나 되나요?
기자) 100만 명 이상이 지난해부터 이웃나라로 피신한 것으로 파악되는데요. 최근 숫자가 급증하는 것으로 보도됐습니다. AP 통신과 로이터 등이 전한 데 따르면, 2일 하루에만 수천 명이, 국경도로의 장애물을 넘어 콜롬비아에 진입했습니다.
진행자) 미국 정부는 이런 상황을 어떻게 봅니까?
기자) 앞서 말씀 드린 대로, 국제 원조를 미국이 주도하고 있고요. 헌정질서 회복을 내세운 과이도 임시 대통령 체제를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습니다. 마두로 정부에는 ‘민주주의 파괴’ 책임 등을 물어, 여러 차례 제재를 단행했는데요.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은 2일, 마두로 정권의 돈줄을 죄기 위해 “베네수엘라 석유산업과, 이를 지지하는 자들을 계속 압박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마지막 소식입니다. 브루나이에서 새 형법을 시행하는 이야기, 짚어보죠.
기자) 네. 동성애자와 간통사범, 성폭행범에 ‘투석형’을 가하는 형법이, 동남아시아의 브루나이에서 3일부터 시행됐습니다. 국제사회가 심각하게 우려했던 법규인데요. 브루나이 정부는 “입법 예고한 대로, 관계 법령을 집행한다”고 이날 발표했습니다.
진행자) 투석형이라면, 돌을 던지는 건가요?
기자) 맞습니다. 돌로 가격해 죽음에 이르게 하는, 사형의 일종인데요. 하사날 볼키아 브루나이 국왕은 이날(3일) 연설에서, “오늘부터 이슬람의 가르침이 더욱 강화되기를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국왕의 이런 언급은, 새 형법 시행의 의미를 부여한 것으로, 주요 언론이 해설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슬람의 가르침이 형법과 어떤 연관이 있는 거죠?
기자) 브루나이 국교가 이슬람인데요. 이슬람 선지자 무함마드가 제시한 율법, ‘샤리아’를 형법에 전격 도입한 겁니다. 이에 따라 새 형법은 투석형 외에, 절도범의 손목이나 발목을 자르는 처벌 조항도 뒀습니다.
진행자) 국제사회가 우려했다고 하셨죠?
기자) 그렇습니다. ‘휴먼라이츠워치’와 ‘앰네스티’ 같은 국제 인권단체들은 “끔찍하고 비인간적인 형벌은 안 된다”고 촉구했고요. 거기에 더해, 동성애나 간통을 범죄로 다루는 것도 반대했습니다. 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최고대표도 성명을 냈는데요. “가혹한 새 형법 시행을 즉각 중단하라”고 브루나이 당국에 촉구했습니다.
진행자) 미국이나 다른 나라 정부의 입장은 어떤가요?
기자) 주요 국가 정부의 입장도, 인권단체들과 마찬가지입니다. 미 국무부는 2일자 성명을 통해, 새 형법을 폐기하라고 브루나이 측에 요구했고요. 프랑스 외무부도 비슷한 내용으로 성명을 냈습니다. 독일 정부는 현지 주재 브루나이 대사를 초치해 항의했습니다.
진행자) 다른 이슬람 국가들의 상황은 어떤가요?
기자) 브루나이처럼, 샤리아 율법을 형법에 본격적으로 도입한 경우는 드뭅니다. 하지만 지역 사회 자체적으로, 율법으로 통제하는 사례는 종종있는데요. 인도네시아 아체주에서 ‘태형’을 집행하는 게 잘 알려졌습니다. 지난 1월, 공공장소에서 애정 표현을 한 10대 청소년들을 채찍으로 때려 처벌한 일이 있었는데요. 하지만, 국가가 법규로 집행하는 것은 아니고요. 현지 ‘종교 집행관’들이 단속하는 사항입니다.
진행자) 브루나이가, 샤리아 율법을 형법에 도입한 유일한 나라가 되는 건가요?
기자) 알자지라 방송에 따르면, 동아시아나 동남아시아권에서 최초입니다. 아랍권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 형법이 샤리야 율법을 일부 차용하고 있는데요. 율법을 형법에 적용하는 것은, 이슬람교를 믿는 사람이나, 안 믿는 사람이나 똑같은 처벌 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또 다른 문제입니다. 브루나이 당국은 새 형법 일부 항목에 이슬람 신자에게만 적용한다는 단서 규정을 뒀지만, 상당수 항목이 비신자들에게도 해당됩니다.
진행자) 특정 종교의 가르침을, 국가 사법체계에 적용하는 문제가 있는 거네요?
기자) 맞습니다. 브루나이 국교가 이슬람이지만, 다른 종교도 인정하기 때문에, 42만 인구의 3분의 1은 이슬람을 안 믿는데요. 10만 명 넘는 비신자들이 율법의 지배를 받는 겁니다. 외국인이 브루나이에 갔다가 법규를 어겼을 경우에도, 같은 처벌을 받게 됩니다.
진행자) 브루나이 국민이 아니라도 대상이 될 수 있는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그래서 브루나이 새 형법에 항의하는 움직임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세계에 퍼지고 있는데요. 동성애자인 미국의 방송 진행자 엘런 드제너러스는, 브루나이 국왕이 소유한 각국 호텔과 휴양시설을 사용하지 말자고 2일 ‘트위터’에 적었습니다. 불매 대상으로 미국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에 있는 시설 목록을 함께 올렸는데요. 이밖에 미국 영화배우 조지 클루니, 영국 가수 엘튼 존 같은 유명인들도 항의 운동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