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리크스’ 어산지 체포…수단 바시르 정권 축출

11일 영국 런던 경찰에 체포된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가 호송차에 타고 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지금 이 시각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의 설립자 줄리안 어산지 씨가 영국 경찰에 체포되면서 7년간의 도피 생활에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영국과 유럽연합(EU) 정상들이 브렉시트 시한을 오는 10월 31일까지 연장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아프리카 수단에서 군사정변이 일어나, 오마르 알바시르 대통령이 30년 권좌에서 물러났고요. 9억 명의 유권자가 참여하는 인도 총선이 11일부터 한 달여 간의 대장정에 돌입했는데요. 이 소식 함께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입니다.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 씨가 체포됐군요.

기자) 네, 인터넷 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의 공동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 씨가 11일 영국 경찰에 체포됐습니다. 이로써 7년간의 도피 생활이 끝났습니다.

진행자) 줄리언 어산지 씨, 그동안 영국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에 머물고 있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어산지 씨는 스웨덴 경찰의 수배를 피해 지난 2011년 정치적 망명을 요청하며 런던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으로 피신한 이래 지금까지 에콰도르 대사관에 머물러 왔습니다. 하지만 에콰도르 대사관이 보호조처를 철회하고 영국 경찰의 대사관 진입을 허용함에 따라, 영국 경찰이 11일, 어산지 씨의 신병을 확보했는데요. 어산지 씨는 이날 긴 수염에 초췌한 모습으로 영국 경찰들에 쌓여 대사관 밖으로 끌려 나왔습니다.

진행자) 7년 넘게 어산지 씨를 보호해왔던 에콰도르 정부가 왜 갑자기 보호 조처를 철회한 걸까요?

기자) 레닌 모레노 에콰도르 대통령은 어산지 씨가 망명과 관련한 국제규정을 반복적으로 위반함에 따라 그에 대한 외교적 보호조치를 철회했다고 설명했는데요. 에콰도르 정부는 지난해 3월, 어산지 씨가 러시아 이중간첩 암살 시도 사건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을 소셜미디어에 올리자 내정 간섭 금지 등의 망명 의무사항을 추가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줄리언 어산지 씨의 거취를 놓고 여러 정부가 주목하고 있는데요. 줄리언 어산지, 어떤 인물입니까?

기자) 올해 47살의 호주 국적자인데요. 어산지 씨가 2006년 공동 설립한 위키리크스는 폭로 전문 사이트로, 익명의 제보자들에게 정보를 받거나, 자체적으로 수집한 사적 정보를 공개하는 웹사이트로 수많은 기밀 문서를 공개해왔습니다. 특히 지난 2010년,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 관련 미국 정부의 기밀 문서 수십만 건을 올려 미국 정부의 1급 수배 대상이 됐는데요. 이후에도 미국 민주당 전국 위원회 관계자들 사이에 오간 이메일과 녹음 파일을 공개해 큰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성범죄 혐의도 받았다고요.

기자) 네, 2010년 스웨덴에서 여성 2명을 성폭행한 혐의로 스웨덴 당국의 체포영장이 발부됐는데요. 영국 대법원이 스웨덴 송환 판결을 내리자, 런던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으로 피신해 들어가 7년째 망명자 신분으로 건물 안에서 생활해왔습니다.

진행자) 그럼 이번 런던 경찰이 체포한 건 스웨덴 당국의 수배에 따른 겁니까?

기자) 아닙니다. 스웨덴 당국은 지난 2017년, 어산지의 성범죄 혐의에 대한 수사를 중단하고 수배도 철회했는데요. 하지만 이보다 앞서 2012년 스웨덴 법원의 출석 요구를 거부한 데 따른 체포 영장은 철회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런던 경찰은 어산지 씨 체포가 법원의 출석 요구 거부에 따른 것이라고 확인했습니다.

진행자) 어산지 씨, 앞으로 어떻게 되는 겁니까?

기자) 미 법무부는 11일, 미국 정부기관 컴퓨터를 해킹해 기밀을 유출한 혐의로 어산지 씨를 기소했습니다. 미-영 범죄인 인도조약을 근거로 체포가 집행된 것이라고, 관련 보도자료에서 설명했는데요. 이에따라, 일각에서는 어산지 씨가 당장은 영국의 사법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이지만, 후에는 미국 사법 체계의 심판을 받을 수도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는데요. 한편 모레노 에콰도르 대통령은, 체포에 동의하기 전에 영국 정부로부터 어산지 씨가 사형을 받을 수 있는 나라로 송환하진 않을 거라는 약속을 받았다고 강조했습니다.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가 11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EU 정상회의를 마친 후 기자회견을 열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두 번째 소식입니다. 유럽연합(EU)과 영국이 드디어 브렉시트 연장에 합의했군요.

기자) 네. 영국과 유럽연합 정상들이 브렉시트 시한을 오는 10월 31일까지 연장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영국과 나머지 27개 회원국 정상들은 브렉시트 마감 시한을 하루 앞둔 11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특별 정상회의를 열고 이같이 합의했습니다.

진행자) 브렉시트 시한을 연장하는 이유가 뭔가요?

기자) 작년에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 정부와 EU가 타결한 ‘브렉시트’ 합의안이 지금까지 영국 의회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영국 정부가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EU 측에 도움을 요청했기 때문입니다. 지난주 메이 총리는 6월 30일로 시한을 미뤄달라고 EU 측에 공식 서한을 보냈는데요. 이번 특별 정상회의에서 10월 31일로 좀 더 여유를 준 겁니다.

진행자) 영국 정부가 시한을 연장해달라고 요청한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죠?

기자) 그렇습니다. 당초 영국 정부는 리스본 조약 50조에 따라 지난 3월 29일로 EU를 탈퇴하기로 했는데요. 하지만 시한이 다가와도 의회 승인을 받지 못하면서 노딜 브렉시트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4월 12일로 한 차례 연기를 요청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노딜 브렉시트’가 뭔가요?

기자) 탈퇴 조건을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하고 영국이 EU에서 그냥 나가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영국 정부가 다른 EU 회원국들과 일일이 경제·사회 협정을 교섭하고 타결해야 되는데요. 다양한 혼란과 난관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노딜 브렉시트’는 영국과 EU 주변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가장 우려하는 상황입니다.

진행자) 일단 양측이 10월 31일로 시한 연장에 합의하면서 약 6개월의 시간을 번 셈인데요. 그럼 영국이 그 이전에 탈퇴할 수는 없습니까?

기자) 있습니다. 10월 말 이전에라도 영국 의회가 브렉시트 합의안을 통과시키면 즉시 EU에서 탈퇴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다만, 다음 달 23일 유럽의회 선거가 있는데요. 이 때까지 영국 의회가 합의안을 통과시키지 못하면, 영국은 이 유럽의회 선거에 의무적으로 참여해야 합니다. 영국이 유럽의회 선거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6월 1일로 영국은 EU를 떠나야 합니다.

진행자) 브렉시트 연장안은 회원국의 만장일치로 결정되는 사안인데, 회의 과정은 원만했습니까?

기자) 작지 않은 진통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회의가 10일 오후부터 시작됐는데요. 회원국 간의 이견이 노출되면서 마라톤 협상을 벌였습니다. 대다수 회원국은 연말 또는 2020년 3월까지 장기적인 연기안을 지지했는데요. 하지만 프랑스가 강력히 반발하면서 합의 도출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진행자) 프랑스는 왜 장기 연기에 반대했습니까?

기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당초 영국이 요청한 대로 6월 30일로 브렉시트 시한을 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 이상의 장기 연장은 EU의 통합만 저해할 뿐이라고 반대했는데요. 하지만 프랑스의 주장에 동조한 나라는 벨기에 등 일부 국가뿐이었고요. 나머지 대부분은 장기 연장안에 동의했습니다.

진행자) EU를 주도하는 또 다른 한 축이죠. 독일의 입장은 어떤가요?

기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질서있는 브렉시트를 위해 영국에 합리적인 시간을 줘야 한다며 장기 연기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앞서 메이 총리는 10일 브뤼셀로 향하기 전 베를린을 방문해 메르켈 총리와 오찬 회담을 했는데요. 메르켈 총리는 “2주마다 한 번씩 브렉시트 연장을 논의하지 않아도 되도록” 장기적인 여유를 만들어 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이제 공은 다시 또 영국으로 넘어간 셈이 됐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메이 총리는 특별정상회의가 끝난 후 영국으로 돌아가 다시 의회를 설득해야 하는 상황인데요. 하지만 보수당 내 브렉시트 강경파들과 제1야당인 노동당 등과의 협상이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EU는 브렉시트 연장에는 합의했지만, 미래 관계를 제외한 다른 합의안 내용의 수정은 더 이상 없다는 입장입니다.

진행자) 도날트 투스크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도 한 마디 했군요.

기자) 네, 브렉시트 연장안 합의 도출을 이끈 투스크 의장은 영국은 제발 시간을 허비하지 말라고 일침을 놓았습니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도 "합의 없이 이뤄지는 브렉시트는 엄청난 재앙이 될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면서 그런 상황을 피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미국 정부는 이런 상황을 어떻게 봅니까?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브렉시트 시한 합의 직후,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유감을 표시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EU가 영국과 브렉시트에 그렇게 강경한 태도를 취해 유감"이라면서, "때때로 궁지에 몰린 사람이 당신을 물기 전에, 그에게 숨을 쉴 틈을 줘야 한다고"고 적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영국이 빠른 시일 내 EU에서 탈퇴하길 원한다는 속내를 비쳐왔습니다.

아와드 이븐 아우프 국방장관이 11일 국영 텔레비전 담화에서 '정권 전복'을 선언하고, 오마르 알바시르 대통령을 모처에 구금했다고 밝혔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수단에서 군사정변이 일어났군요?

기자) 네. 수단 군부가 11일 “정권 전복”을 선언하고, 오마르 알바시르 대통령을 모처에 구금했다고 밝혔습니다. 아와드 이븐 아우프 국방장관이 이날 국영 텔레비전 담화에서 밝힌 내용인데요. 30년 독재자(dictator)· 철권통지자(strongman)였던 바시르 대통령이 축출됐다고, 각국 언론이 긴급 타전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30년 만에 축출된 바시르 대통령, 어떤 인물입니까?

기자) 지난 1989년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군인 출신입니다. 집권 후 의회를 해산하는 등 초법 통치를 이어왔는데요. 재임 기간 내내 퇴진 요구 시위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특히 지난 2011년, 중동 일대 국가들에서 민주화 요구가 봇물 터졌던 ‘아랍의 봄’ 당시에는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는데요. 시위가 수그러들자 없던 일로 하고, 계속 권력을 지켰습니다.

진행자) 국제사회에서는 바시르 대통령을 어떻게 봅니까?

기자) 국제사회도 비민주적인 지도자로 보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통치 기간에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파악하는데요. 21세기 최대 반인륜 사건 중 하나로 꼽히는 '다르푸르 학살 사태'와 관련해,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체포 영장을 발부 받은 상태입니다.

진행자) 다르푸르 학살 사태가 어떤 일인가요?

기자) 정부가 지원하는 이슬람 민병대가, 수단 주요 도시 다르푸르에서 살인과 고문, 약탈, 성폭행 등을 무차별적으로 자행한 사건입니다. 그 결과, 2003년께부터 수년 동안 사망 30만 명 이상, 난민 200만 여명을 포함해 막대한 피해를 낸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 사건에 왜 바시르 대통령의 책임을 묻는 거죠?

기자) 이슬람 민병대를 조직하고 지원한 책임이 바시르 대통령에게 있다는 겁니다. 수단이 아프리카 대륙 북쪽에 있어서, 중동 이슬람 세력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요. 이슬람 민병대가 아프리카 토착민 중심의 '수단해방군'과 오랫동안 내전을 벌였습니다. 그런데, 바시르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이 바로 이슬람 세력이고요. 집권당 ‘국민회의’ 내부에 ‘이슬람운동’이라는 계파를 중심으로 정권을 꾸려왔습니다.

진행자) 바시르 대통령이 축출된 데 대한, 수단 국민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기자) 일단 적극적으로 반기는 분위기입니다. 수단 국민들은 빵값 인상 등에 항의하는 바시르 퇴진 요구 집회를, 지난해 12월부터 넉달째 주요 도시에서 진행해왔는데요. “드디어 정권이 무너졌다. 우리가 이겼다”고 외치는 시민들이, 11일 수도 하르툼에 있는 군 사령부 앞에 집결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습니다. 현장의 한 시민은 “모든 사람이 독재자의 종말에 기뻐한다. 하르툼 전체가 잔치를 벌이는 것 같다”고 BBC 방송에 밝혔고요. CNN도 “하르툼 도심에 수천 명이 모여 ‘새 시대’· ‘새 나라’ 구호와 함께 환호하는 중”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진행자) 군부의 행동을 시민들이 지지하는 겁니까?

기자) 그건 조금 두고 봐야겠는데요. 바시르 정권 축출은 환영하지만, 군사정부 연장을 경계하는 모습이 역력합니다. BBC 방송은, 수단 국민이 30년 동안의 군사정권에 지쳐있다고 전했는데요. 한 시민은 “(쿠데타를 주도한) 국방장관이 바시르를 대체할 것이란 소문이 도는데, 이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국영 알아라비야 방송에 말했습니다.

진행자) 국방장관을 중심으로 군사 정권이 이어질 것이라고 보는 근거는 뭐죠?

기자) 바시르 대통령이 퇴진을 놓고 군부와 거래를 했다는, 이른바 ‘친위 쿠데타’ 가능성을 일부 외신이 거론하고 있습니다. 쿠데타를 이끈 국방장관이 바시르 정권의 2인자였기 때문인데요. 물러난 대통령과, 그를 축출한 국방장관이 실상 한편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실제로 아우프 국방장관은 다르푸르 학살 책임에서도 자유롭지 않은데요. 이 사건에 대해 미 재무부가 2007년 단행한 제재 대상에 올라, 모든 자산이 동결된 상태입니다.

진행자) 앞으로 수단 군부의 계획, 어떻게 됩니까?

기자) 향후 2년간 ‘군사위원회’를 구성해 과도기 통치를 담당한다고 밝혔습니다. 그 뒤에 새 정부 구성을 위한 자유 선거를 치르겠다고 11일 담화에서 설명했는데요. 정보·보안당국은 이날 전국에서 모든 정치범을 석방한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이날부로 헌법 효력을 정지시키고, 당분간 국경을 폐쇄하는, 사실상의 비상계엄도 선포했습니다.

진행자) 헌법을 정지하고, 국경을 막는 이유는 뭔가요?

기자) 질서 유지 명목입니다. 군부는 11일 담화에서, 지난 4개월간 반정부 시위를 벌인 시민들의 열망을 이해한다면서도, 앞으로 “나라가 혼란에 빠지도록 놔두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국제 사회의 반응은 어떤가요?

기자) 쿠데타에 대한 입장을 주요 국가들이 아직 정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미국과 영국, 노르웨이 정부는 지난 9일 공동성명을 통해, 바시르 정부에 평화적 권력 이양을 촉구했습니다. 넉달동안 계속된 정권 퇴진 요구 시위로 인명 피해가 속출했기 때문에, 수단 정부가 결단해야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수단에서 군사정변이 일어났군요?

기자) 네. 수단 군부가 11일 “정권 전복”을 선언하고, 오마르 알바시르 대통령을 모처에 구금했다고 밝혔습니다. 아와드 이븐 아우프 국방장관이 이날 국영 텔레비전 담화에서 밝힌 내용인데요. 30년 독재자(dictator)· 철권통지자(strongman)였던 바시르 대통령이 축출됐다고, 각국 언론이 긴급 타전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30년 만에 축출된 바시르 대통령, 어떤 인물입니까?

기자) 지난 1989년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군인 출신입니다. 집권 후 의회를 해산하는 등 초법 통치를 이어왔는데요. 재임 기간 내내 퇴진 요구 시위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특히 지난 2011년, 중동 일대 국가들에서 민주화 요구가 봇물 터졌던 ‘아랍의 봄’ 당시에는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는데요. 시위가 수그러들자 없던 일로 하고, 계속 권력을 지켰습니다.

진행자) 국제사회에서는 바시르 대통령을 어떻게 봅니까?

기자) 국제사회도 비민주적인 지도자로 보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통치 기간에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파악하는데요. 21세기 최대 반인륜 사건 중 하나로 꼽히는 '다르푸르 학살 사태'와 관련해,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체포 영장을 발부 받은 상태입니다.

진행자) 다르푸르 학살 사태가 어떤 일인가요?

기자) 정부가 지원하는 이슬람 민병대가, 수단 주요 도시 다르푸르에서 살인과 고문, 약탈, 성폭행 등을 무차별적으로 자행한 사건입니다. 그 결과, 2003년께부터 수년 동안 사망 30만 명 이상, 난민 200만 여명을 포함해 막대한 피해를 낸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 사건에 왜 바시르 대통령의 책임을 묻는 거죠?

기자) 이슬람 민병대를 조직하고 지원한 책임이 바시르 대통령에게 있다는 겁니다. 수단이 아프리카 대륙 북쪽에 있어서, 중동 이슬람 세력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요. 이슬람 민병대가 아프리카 토착민 중심의 '수단해방군'과 오랫동안 내전을 벌였습니다. 그런데, 바시르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이 바로 이슬람 세력이고요. 집권당 ‘국민회의’ 내부에 ‘이슬람운동’이라는 계파를 중심으로 정권을 꾸려왔습니다.

진행자) 바시르 대통령이 축출된 데 대한, 수단 국민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기자) 일단 적극적으로 반기는 분위기입니다. 수단 국민들은 빵값 인상 등에 항의하는 바시르 퇴진 요구 집회를, 지난해 12월부터 넉달째 주요 도시에서 진행해왔는데요. “드디어 정권이 무너졌다. 우리가 이겼다”고 외치는 시민들이, 11일 수도 하르툼에 있는 군 사령부 앞에 집결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습니다. CNN 방송도 “하르툼 도심에 수천 명이 모여 ‘새 시대’· ‘새 나라’ 구호와 함께 환호하는 중”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진행자) 군부의 행동을 시민들이 지지하는 겁니까?

기자) 그건 조금 두고 봐야겠는데요. 바시르 정권 축출은 환영하지만, 군사정부 연장을 경계하는 모습이 역력합니다. BBC 방송은, 수단 국민이 30년 동안의 군사정권에 지쳐있다고 전했는데요. 한 시민은 “(쿠데타를 주도한) 국방장관이 바시르를 대체할 것이란 소문이 도는데, 이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국영 알아라비야 방송에 말했습니다. 또한 쿠데타 세력이 지체하지 말고, 즉각 민간정부 이양 절차를 밟으라는 요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진행자) 국방장관을 중심으로 군사 정권이 이어질 것이라고 보는 근거는 뭐죠?

기자) 바시르 대통령이 퇴진을 놓고 군부와 거래를 했다는, 이른바 ‘친위 쿠데타’ 가능성을 일부 외신이 거론하고 있습니다. 쿠데타를 이끈 국방장관이 바시르 정권의 2인자였기 때문인데요. 물러난 대통령과, 그를 축출한 국방장관이 실상 한편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실제로 아우프 국방장관은 다르푸르 학살 책임에서도 자유롭지 않은데요. 이 사건에 대해 미 재무부가 2007년 단행한 제재 대상에 올라, 모든 자산이 동결된 상태입니다.

진행자) 앞으로 수단 군부의 계획, 어떻게 됩니까?

기자) 향후 2년간 ‘군사위원회’를 구성해 과도기 통치를 담당한다고 밝혔습니다. 그 뒤에 새 정부 구성을 위한 자유 선거를 치르겠다고 11일 담화에서 설명했는데요. 정보·보안당국은 이날 전국에서 모든 정치범을 석방한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이날 부로 헌법 효력을 정지시키고, 당분간 국경을 폐쇄하는, 사실상의 비상계엄도 선포했습니다.

진행자) 헌법을 정지하고, 국경을 막는 이유는 뭔가요?

기자) 질서 유지 명목입니다. 군부는 11일 담화에서, 지난 4개월간 반정부 시위를 벌인 시민들의 열망을 이해한다면서도, 앞으로 “나라가 혼란에 빠지도록 놔두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국제 사회의 반응은 어떤가요?

기자) 쿠데타에 대한 입장을 주요 국가들이 아직 정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미국과 영국, 노르웨이 정부는 지난 9일 공동성명을 통해, 바시르 정부에 평화적 권력 이양을 촉구했습니다. 넉달동안 계속된 정권 퇴진 요구 시위로 인명 피해가 속출했기 때문에, 수단 정부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진행자) 축출된 바시르 대통령은 어떻게 됩니까?

기자) 국외로 범죄인 인도를 하지 않고, 수단 내부에서 사법절차를 밟도록 하겠다고 군부가 12일 밝혔습니다. 군부 대변인 격인 오마르 자인 애브딘 장군이 이날 기자회견을 했는데요. 군부의 행동은 “쿠데타가 아니라, 민중의 (정권퇴진)요구를 받든” 결단이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물러난 바시르 대통령은 국내에서 재판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는데요. 이에 따라, 국제형사재판소(ICC) 법정에 서는 일은 당장 피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인도 아삼주 마주리섬의 투표소에서 여성이 투표를 마치고 떠나고 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마지막 소식입니다. 인도에서 총선이 시작됐군요.

기자) 네, 세계 제2위의 인구 대국, 인도에서 11일 총선이 시작됐습니다. 이번 총선에는 약 9억 명의 유권자가 참여할 전망인데요. 주요 매체는 13억5천만 인도 국민의 미래를 가늠할 '세계 최대 민주주의 선거'라는 표현으로 인도 총선을 알리고 있습니다. 중국이 인구 1위 국가이긴 하지만 형식적 선거로 전인대 대표들을 뽑기 때문에 민주주의 국가 가운데서는 인도가 최대, 최장을 자랑합니다.

진행자) 최대 규모인 것은 알겠는데, 최장이라는 건 무슨 뜻입니까?

기자) 워낙 어마어마한 수가 선거에 임하는데다가 선거 관리 인력도 모자라다 보니까 총선 기간이 한 달이 넘습니다. 이번 총선은 전국 29개 주와 여러 연방 직할지에서 543명의 연방 하원을 뽑게 되는데요. 전국에 설치되는 투표소만도 100만 개가 넘습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여러 번에 걸쳐 투표가 진행되는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11일에는 우타르푸라데시, 웨스트벵골 등 20개 주와 연방직할지에 속한 90여 개 지역구에 투표가 실시되고요. 다음달 19일까지 총 7차례에 걸쳐 전국의 선거구에서 투표가 진행됩니다. 또 11일 투표가 진행되는 곳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서는 유세가 계속됩니다.

진행자) 한 곳에서 선거를 치르는 동안, 다른 곳에서는 선거 유세를 할 수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투표 개시 48시간 전에만 선거 유세를 종료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또 한 지역구 안에서도 하루에 투표가 끝나는 것이 아니라 며칠 동안 계속되기도 하는데요. 예를 들어 우타르프라데시주는 주의 인구가 2억 명이나 되기 때문에 7차례 투표 모두 치르게 됩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총선 결과는 다음달 말에나 나오겠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개표는 5월 23일로 예정돼 있는데요. 이날 차기 총리의 윤곽이 나올 전망입니다.

진행자) 이번 총선에서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재선을 노리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 2014년 압승을 거두며 총리로 선출됐던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5년 만에 다시 재선에 나섰는데요. 주요 매체는 이번 총선의 전체적인 판도는 모디 총리가 이끄는 집권 '인도국민당(BJP)'과 '인도국민회의(INC)' 의 대결 구도로 보고 있습니다. 현재 양당은 여러 지방 군소 정당들과 연대해, '국민민주연합(NDA)'과 '통일진보연합(UPA)'으로 맞서고 있는데요. 인도는 의원내각제기 때문에, 하원에서 과반을 차지한 세력이 총리를 내세워 정권을 잡게 됩니다.

진행자) 이번 총선 결과, 어떻게 전망되고 있습니까?

기자) 이번에도 BJP당이 주도하고 있는 국민민주연합이 과반 의석을 확보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현재 '국민민주연합'은 하원 545석 중 340여 석을 가지고 있는데요. 지난 총선 때보다 의석 수가 줄어들 수는 있지만, 과반 의석 확보는 무난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모디 총리는 지난 2014년 총선에서 서민들의 생활 향상을 공약으로 서민들의 확고한 지지를 받으며 당선됐는데요. 농촌, 실업률 문제 등이 불거지면서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2월 말 파키스탄과의 군사충돌이 벌어지면서 지지율이 다시 오르는 추세입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