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미국과 무역 협상 나서기로...후쿠시마 원전 3호기 핵연료 반출 착수

세실리아 말스트롬 유럽연합(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이 15일 벨기에 브뤼셀의 EU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지금 이 시각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유럽연합 회원국들이 표결을 통해 미국과 공식 무역협상을 벌이기로 결정했습니다. 중국은 일본과의 고위급 경제대화에서 소고기 수입 재개에 합의했고요. 이어서, 일본 당국이 후쿠시마 원전 사고 8년 만에 원자로내 핵연료 반출 작업에 착수한 소식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입니다. 유럽연합(EU)과 미국이 무역협상을 벌인다고요.

기자) 네,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미국과 공식 무역협상에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EU 회원국들은 15일, 룩셈브르크에서 장관급 회의를 열고, 미국과의 무역협상 문제를 표결에 부쳤는데요. 회원국들은 EU의 사실상 행정부격인 EU집행위원회가 미국과의 분쟁해결을 위한 협상에 나서도록 권한을 위임했습니다.

진행자) 투표 결과는 어떻게 나왔습니까?

기자) 네, 예상했던 대로 프랑스는 반대표를 던졌고요. 벨기에는 기권했습니다.

진행자) 미국과 유럽연합 무역갈등, 지난해 본격적으로 불거졌죠?

기자) 맞습니다. 지난해 미국이 EU산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대해 국가안보를 이유로 고율 관세를 부과하자, EU도 이에 맞서 청바지와 오토바이 등 미국산 제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하면서, 양측의 무역갈등이 고조됐는데요. 이에 지난해 7월,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이 워싱턴을 급히 방문해 무역협상을 벌이기로 합의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몇 달째 별다른 진전이 없었는데요. 그러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인내심에 한계가 있다며, 유럽산 자동차에 대해 고율 관세를 매기겠다며 경고하고 나섰습니다.

진행자) 현재 EU를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는 한 축인 독일의 입장은 어떻습니까?

기자) 독일은 프랑스와는 달리 미국과의 무역협상을 서둘러 왔습니다. 사실 현재 미국에 수출하는 유럽산 자동차의 절반 이상이 독일산인데요. 폭스바겐, BMW, 메르세데스 벤츠 제조사인 다임러 등 독일의 유명 자동차 제조사들이 미국의 관세 부과를 피하려면 반드시 미국과 무역협상을 벌여야 하는 상황입니다.

진행자) 그런데 프랑스는 왜 미국과의 무역협상에 반대하는 겁니까?

기자) 사실 프랑스는 미국에 수출하는 자동차가 거의 없다 보니 독일만큼 다급한 상황이 아닙니다. 프랑스는 미국과의 무역전쟁이나 갈등을 원하지 않는다면서도 미국의 계속되는 자동차 관세 등 무역 위협과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 등을 문제 삼아왔는데요. 프랑스는 이 문제를 5월에 있을 유럽의회에서 다루자고 회원국들을 설득해왔습니다.

진행자) 그럼 앞으로 EU와 미국은 어떤 품목에 대한 협상을 벌이게 되는 건가요?

기자) 양측의 입장이 조금 다른데요. 미국은 자동차를 비롯한 공산품은 물론 농산품까지 광범위한 품목을 놓고 협상을 벌이길 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EU 집행위원회는 농산품 분야는 협상 대상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고요. 프랑스도 농산품은 협상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미국의 파리 기후변화협정 탈퇴를 문제삼고 있어 벌써부터 난항이 예상됩니다.

진행자) 어쨌거나 미국이 이제 곧 유럽과 새로운 무역 협상에 들어가겠군요. 반면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은 가닥을 잡아가는 모양새라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함께 중국과의 무역 협상을 이끌어온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이 미국과 중국의 무역 협상이 최종 단계에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므누신 장관은 지난 주말(13일)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 춘계회의에 참석했는데요. 이 자리에서 "양측이 협상의 최종 단계에 근접하고 있다는 희망을 갖고 있다"고 말해 어느 정도 협상이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시사했습니다.

진행자) 주요 합의 내용이나 구체적인 일정은 좀 더 기다려봐야겠죠?

기자) 그렇습니다. 이와 관련해 로이터 통신은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정부가 다음 달로 무역협상을 마무리 짓기 위해 중국 정부의 기업 보조금 문제 수위를 낮추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미국은 중국 정부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10대 핵심 산업 육성을 뼈대로 한 '중국제조 2025' 달성을 위해 중국 기업들에 대해 불법적으로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해왔는데요. 중국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수위를 낮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편, 미국은 일본과 새 무역협정 체결 협상을 15일부터 이틀 동안 워싱턴에서 진행합니다.

고노 다로 일본 외상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15일 베이징에서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미국과 유럽, 그리고 미국과 일본 간 무역 협상 이야기 전해드렸는데, 중국과 일본 사이에도 움직임이 활발하다고요?

기자) 네. 중국과 일본 당국자들이 14일 베이징에서 ‘제5차 고위급 경제 대화’를 진행했습니다. 다음 날(15일)에는 외무장관 회담을 이어갔는데요. 이틀간의 고위급 일정을 통해, 두 나라가 하나씩 주고받는 합의를 이뤘습니다. 일본 대표단을 이끄는 고노 다로 외무상은 리커창 총리도 예방했습니다.

진행자) 일본과 중국이 하나씩 주고받았다고 하셨는데, 뭡니까?

기자) 먼저, 일본산 쇠고기 수입 재개를 중국이 사실상 약속했습니다. 중국은 지난 2011년부터 일본에서 쇠고기를 들이지 않고 있는데요. ‘광우병’이라고 부르는 ‘우해면상뇌증(BSE)’이 발견됐기 때문이었습니다. 14일 고위급 경제 대화에서 양국 ‘동물위생검역협정’ 체결에 합의했는데요. 고노 외상은 “(소고기 대중국) 수출 금지를 풀기 위한 중요한 단계”라고 기자들에게 설명했습니다. 일본 정부는 식품 수출 확대를, 최근 통상 전략 우선순위에 두고 있습니다.

진행자) 일본이 식품 수출 확대에 노력하는 이유가 뭔가요?

기자) 최근 10년 가까이 수산물 등 수출이 급감했기 때문입니다.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 후쿠시마 원자로가 폭발한 이후, 방사능 오염 우려 때문이었는데요. 미국과 중국, 한국을 비롯한 20여 개 나라가 수입 금지 조치를 취했습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최근 몇 년간 과학적 안전성을 홍보하면서, 해당 국가들에 수입 금지 철폐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20여 개국이 취한 수입 금지 조치가 부당하다는 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한국을 상대로는 ‘불공정 무역행위’로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까지 했는데요. 4년여 동안 진행된 분쟁 끝에, 지난주 최종심에서 일본이 패소했습니다. WTO 승소를 기대하고, 이후 다른 나라들을 설득하려던 일본 정부 계획에 차질을 빚게 된 건데요. 이번에 중국과 맺는 소고기 관련 협정을 계기로, 분위기를 반전시킨다는 게 일본 정부 계획이라고 NHK 방송이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일본이 얻은 것은 쇠고기 수출, 그럼 중국이 얻은 것은 뭡니까?

기자) ‘일대일로’ 포럼에 일본 대표단 파견을 약속 받았습니다. ‘일대일로’는 아시아에서 아프리카, 유럽까지 이어지는 경제협력지대를 만들자는 중국 정부 구상인데요. 참가국들의 부채 문제가 불거지면서, 회의적인 시각이 높아지는 중입니다. 다음 주 베이징에서 정상 포럼을 열어, ‘일대일로’ 추진 동력을 되살릴 것으로 중국 정부가 기대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미국 정부는 고위급 대표단을 보내지 않고요. 유럽 주요국가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진행자) 일본이 일대일로 포럼에 참가하는 게, 중국 입장에선 힘을 받는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주요국 가운데는 러시아 정도만 참여가 확정된 상황이라, 일본의 동참이 절실한 상황이었는데요. 왕이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일대일로에 일본이) 보다 적극적이고 명확한 태도로 참가하기를 기대한다”고 15일 외무장관 회담에서 말했고요. 고노 다로 일본 외상이 이런 요청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도됐습니다.

진행자) 이어서, 리커창 중국 총리가 고노 다로 일본 외상을 접견했다고 하셨죠?

기자) 네. 두 사람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일본 방문 일정을 논의한 것으로 보도됐는데요. 회동 직후, 시 주석의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참가가 확정됐다고 고노 외상이 기자들에게 말했습니다. G20 정상회의는 오는 6월 말,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데요. 시 주석이 지난 2013년 집권 후 지금까지 일본에 간 적이 한번도 없습니다. 그래서 첫 방일이 성사되면, 중-일 두 나라 관계 발전의 상징적 사건이 될 것으로 일본 언론은 기대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언론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분위기가 조금씩 다른데요. 우선 일본 언론은 15일 외무장관 회담을 중심으로 소개하면서, ‘협력 증진에 공감했다’, ‘양국 관계 회복으로 가는 큰 성과가 있었다’고 강조했습니다. 매우 긍정적인 논조들인데요. 반면, 중국 관영 매체들은 아직까지, 일본 대표단의 베이징 방문 관련 행사를 주요 기사로 쓰지 않고 있습니다.

진행자) 다른 나라 언론 보도는 어떤가요?

기자) 서방 매체들은 15일 외무장관 회담에서, 중국이 일본에 태도 변화를 요구한 것으로 전했습니다. 일본이 경쟁을 추구할 것이 아니라, 협력에 더 노력할 것을 중국 측이 촉구했다고 영국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는데요. 이렇게 언론이 전한 상황을 종합하면, 양국 관계 정상화에, 중국은 여유가 있고, 일본 쪽에서 더 적극적인 양상입니다.

진행자) 왜 일본 쪽에서 더 적극적일까요?

기자) 양국 관계 회복을 위해 해결해야 될 문제가 많은데요. 대부분 일본의 행동에 중국이 항의하는 사안들입니다. 우선 영토 분쟁이 최대 쟁점인데요. 동중국해 ‘센카쿠열도(댜오위다오)’를 일본이 실효 지배중입니다. 중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돌려받아야 할 섬을 일본이 '불법점거'하고 있다는 입장이고요. 과거사 문제도 큰 데요. 중국은 2차대전 침략 행위 반성을 일본에 꾸준히 촉구하고 있습니다. 또한 아베 신조 일본 정부가 ‘평화헌법’을 바꿔, 군대 보유를 공식화하려는 것도 중국 측은 경계하고 있습니다.

일본 도쿄 전력 직원이 15일 후쿠시마 제 1원전 3호기의 핵연료 반출 작업을 설명하고 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마지막 소식입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8년 만에 원자로내 핵연료 반출 작업이 시작됐다는 소식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일본 도쿄전력이 15일, 후쿠시마 제1 원전 3호기의 핵연료 반출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지난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쓰나미(지진해일)로 인한 원전 폭발 사고가 발생한 지 8년 만입니다.

진행자) 당시 사고가 난 원자로가 여러 개였죠?

기자) 네, 1호기부터 4호기까지 사고가 발생했는데요. 폭발과 함께 정전으로, 원전 유지에 필수적인 냉각계통이 마비되면서 1호기부터 3호기는 원자로 안 핵연료 물질이 녹아내리는 '멜트다운'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녹아내린 핵연료에서는 사람이 다가가면 즉사할 만큼 엄청난 양의 방사성 물질이 배출됩니다.

진행자) 사고 당시, 냉각수조에 보관돼 있던 핵연료봉들도 큰 문제 아닙니까?

기자) 맞습니다. 4호기는 멜트다운 현상이 발생하지 않았는데요. 도쿄전력은 지난 2014년, 4호기 옆 냉각수조에서 1천500여 개의 사용후 핵연료봉을 회수했습니다. 하지만 1호기부터 3호기에는 접근을 할 수 없어 미루다 이번에 3호기부터 작업에 들어간 겁니다.

진행자) 상당히 위험하고 어려운 작업이었겠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커다란 기중기에 달린 '연료 취급기'라고 불리는 로봇팔이 천천히 3호기 옆 냉각 수조 안에 있는 핵연료봉을 운반하는 작업을 했는데요. 자칫 운반 중 핵연료봉을 떨어뜨리면 또 다른 참사가 발생할 수 있는 위험한 작업입니다.

진행자) 3호기에는 핵연료봉이 얼마나 있습니까?

기자) 현재 냉각 수조에는 모두 566개의 핵연료봉이 보관돼 있습니다. 도쿄 전력은 2년에 걸쳐 이를 옮긴다는 방침입니다.

진행자) 핵연료봉은 옮긴다지만, 녹아내린 핵 연료는 더 큰 문제 아닙니까?

기자) 맞습니다. 녹아내린 핵연료는 원자로 압력 용기를 뚫고 바닥으로 흘러 내렸을 것으로 추정되는데요. 도쿄 전력은 이 핵연료가 어떤 형태로 남아 있는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도쿄전력은 최근, 2호기에 파이프 형태의 로봇을 넣어 핵물질 잔해를 일부 확인했는데요. 전문가들은 1호기에서 3호기에서 녹아내린 핵 연료가 800t 이상일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후쿠시마 원전 사고 발생 8년이 지나도록 수습이 제대로 안되고 있군요.

기자) 네, 당초 도쿄전력 측은 폐로 작업을 마무리하는데 40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진행자) 지난 1986년에 발생한 체르노빌 원전 사고는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와 종종 비교되는데요. 체르노빌 원전 사고는 어떻게 수습됐습니까?

기자) 당시 소련 정부는 아예 콘크리트로 원자로를 덮어버렸습니다. 핵연료봉을 꺼내는 위험을 감수하지 않기 위해서였는데요. 일본 내에서도 같은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아베 신조 일본 정부는 사람이 다시 사는 곳으로 부흥시키겠다는 목표 아래 폐로 작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진행자)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현장을 방문했다고요.

기자) 네, 아베 총리는 14일 후쿠시마 제1 원전을 방문했습니다. 지난 2013년 방문했을 때는 방호복을 착용했었는데요. 이번에는 양복 차림으로 방문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일본 언론들은 아베 총리가 방사능의 영향이 줄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