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전문가들 “북한 핵 개발에 필요한 시설 5곳 넘어”

지난 2008년 6월 냉각탑 폭파를 앞두고 촬영한 북한 영변 핵시설.

북한이 폐기해야 하는 핵 시설이 다섯 곳이라고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밝혀, 이들이 어느 곳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미국의 핵 전문가들은 핵물질을 핵무기로 가공하려면 더 많은 시설이 필요하다며, 향후 협상에서 중요한 요인이 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박승혁 기자가 보도합니다.

올리 하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 IAEA 사무차장은 20일 VOA와 인터뷰에서 핵무기 개발의 기본 운용 도식만 적용해도 북한의 핵 개발 시설은 최소 5곳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올리 하이노넨 전 IAEA 사무차장] "Manufacturing of components wherever they are, that site needs to be closed. And then putting the nuclear warheads together, assembly, that site needs to be closed. And possibly there’s the additional test site."

영변 핵 시설과 풍계리 핵 실험장은 물론, 기술적으로 플루토늄 금속변환 시설, 우라늄 농축 시설, 육불화우라늄 금속변환 시설 등이 각각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이미 알려진대로 영변에서는 우라늄과 플루토늄 등 핵무기의 원료가 되는 핵 분열 물질을 생산하고, 이를 추가로 가공해 실제 무기로 만들려면 서너 군데 시설이 더 필요하다는 설명입니다.

이들이 강선 등 아직 실체가 밝혀지지 않은 지역에 산재할 수 있고 아니면 전혀 알려지지 않은 곳에 숨겨져 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에 우라늄을 채굴하는 박천, 평산의 광산을 포함하고, 원심분리기를 돌리는 비밀 시설들까지 고려한다면 북한의 모든 핵 관련 시설은 더 많을 수 있다고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은 밝혔습니다.

핵 폐기 전문가인 셰릴 로퍼 전 로스앨러모스 연구소 연구원은 북한이 핵탄두 발파에 필요한 고성능 폭약 제조시설은 폭발 위험 때문에 따로 지어야 하므로, 핵 무기 개발에 직접 연관된 시설은 앞의 5개 시설에 더해 최소 6곳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셰릴 로퍼 전 로스앨러모스연구소 연구원] "In a nuclear weapon you have conventional explosive to bring the fissile materials quickly. So there needs to be a place where those explosives are manufactured."

핵 폭탄을 터뜨리려면 핵 분열 물질을 반응시켜줄 고성능 기폭 장치를 개발해야 하는데, 이 장치를 만드는 시설이 북한에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또 이란의 사례에서 관찰할 수 있듯이 북한도 똑같은 시설을 2곳씩 만들어 외부 정찰이나 공격을 피하려 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미 국방정보국 출신 브루스 벡톨 앤젤로주립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영변군 서위리에 있는 핵 시설을 언급한 것 같다고 추정했습니다.

[녹취: 브루스 벡톨 앤젤로주립대 교수] “In 2010 N Korea also had a site at Sowiri, which is near Yongbyon, that processes even more HEU than Yongbyon.”

2010년에 이미 정보당국이 영변 핵 시설에서 가까운 서위리에 영변 보다 많은 양의 고농축우라늄을 생산하는 시설이 있다고 밝혔다는 것입니다.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 역시 영변 근처에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핵 시설이 또 있다는 점을 밝혔습니다.

[녹취: 올리 하이노넨 전 IAEA 사무차장] "In 1993 when we started the inspections under the comprehensive safe agreement on Yongbyon… there was another one maybe 10km away. Another site. We asked to go there but they never let us."

1993년 북한 영변에 IAEA 소속으로 핵 사찰 갔을 당시 영변에서 약 10km 떨어진 곳에 또 다른 핵 시설의 존재를 파악했다는 것입니다.

이 시설에 대한 사찰도 요구했지만 북한 당국이 허가해주지 않았다고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은 말했습니다.

한편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조정관은 이처럼 미국이 북한 핵 시설의 숫자를 파악하고 있다는 것은 향후 북핵 협상에서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녹취: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조정관] “The US is saying to NK we are not satisfied with dismantlement of Yongbyon. That’s not a sufficient step. We need to see all the facilities that produce fissile materials have to be closed down and dismantled.”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북한을 향해 “영변 폐쇄 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전했다는 것입니다.

미국은 영변 폐쇄를 충분한 조치로 보지 않으며, 모든 핵 분열 물질 생산 시설을 폐쇄하고 불능화해야 북한의 비핵화를 인정할 것이라고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말했습니다.

VOA뉴스 박승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