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미-북 간 교착상태를 트럼프 행정부 내 일부 강경파의 영향력 탓으로 돌리는 시각을 경계했습니다. 핵 협상이 결렬된 것은 비핵화에 대한 두 나라의 이견에서 비롯된 것이며, 최종 판단은 트럼프 대통령의 몫이라는 지적입니다. 북한의 셈법을 바꾸기 위해 가할 수 있는 압박이 여전히 많다는 주장도 제기됐습니다. 김동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미 전직 당국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정책이 소수의 ‘매파’ 보좌관들의 입김 때문에 강경 기조로 바뀌고 있다는 일각의 지적과 관련해, 이는 행정부의 의사결정 구조를 모르는 단편적 시각이라고 일축했습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수석부차관보는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된 원인을 볼튼 보좌관 등 핵심 참모들에게 돌리는 분석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합의를 할 경우 큰 손해를 볼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자체 판단이 회담 결렬의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겁니다.
[녹취: 에반스 리비어 부차관보] “Coming out of the talks in Singapore what I think was a pretty big victory for North Korea, convinced themselves that they can do it again in Hanoi and this time they miscalculated it.”
리비어 전 부차관보는 싱가포르 1차 정상회담을 ‘대성공’으로 간주한 북한이 뒤이어 열린 하노이 정상회담에서도 이런 성공을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확신했으며, 이는 오판이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앞서 존 울프스탈 전 백악관 군축.비확산 담당 선임보좌관과 콜린 칼 전 국방부 중동담당 부차관보는 지난 14일자 로스앤젤레스타임스 기고문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이란, 베네수엘라와 관련해 협상을 선호하고 전쟁을 피하려 하지만, 상황은 볼튼 보좌관이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미국의 북한 전문 웹사이트 '38노스'를 운영하는 조엘 위트 스팀슨센터 수석연구원은 지난 19일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보내는 서한 형식의 글을 통해 북한 문제에서 진전을 이루고 싶으면 볼튼 보좌관 등 매파의 조언에 귀를 기울이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미첼 리스 전 국무부 정책기획실장은 대통령의 최측근 참모진이 미-북 합의를 가로막고 있다는 일각의 지적을 “불완전하고 오도하는” 묘사로 규정하면서, “언론 친화적이지 않고 북한의 비난을 받고 있는 존 볼튼 국가안보보좌관이 특히 쉬운 표적이 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미첼 리스 전 국무부 정책기획실장] “I think the characterization of the hardliners in the Trump administration are upsetting or derailing the policy is I think incomplete and misleading. John Bolton is an easy target he is not media friendly and because the North Korea just criticized him”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는 VOA에 트럼프 대통령은 스스로를 위대한 협상가이자 매우 강한 인물로 여기는 만큼, 북한의 제안에 따라가는 것이 자신을 약하게 보이게 만들 경우 반대 입장을 취해버린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크리스토퍼 힐 전 차관보] ”I think you have to understand that Trump, his whole view of this is A is a great deal maker and B is very tough so if he is perceived as being weak by going along with the North Koreans he won’t do that he will take the opposite position.”
그러면서 폼페오 장관과 볼튼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성향을 잘 알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향후 미-북 정상회담 전망과 관련해, 두 차례 ‘탑다운’ 방식의 한계가 명확히 드러났고 미-북 정상 모두 이를 인식하고 있다며, 차기 회담이 열릴 경우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에게 힘이 실릴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습니다.
[녹취: 세이모어 조정관] “Both Kim and Trump has learned that Top down alone is not sufficient. There has to be an adequate preparation. In other words, I don't think we would see another situation where they go to a meeting without knowing what the results would be”
이어 회담에 대한 충분한 준비가 이뤄질 것인 만큼, 사전에 결과를 모른 채 열리는 정상회담은 더 이상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리비어 전 부차관는 그러나 25년 간의 대북 협상 경험을 토대로 볼 때 북한 외무성이나 고위 관리는 핵 포기와 같은 전략적 결정을 내릴 수 없다며, 실무 협상 역시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오히려 당초 협상이 틀어진 것은 비핵화에 대한 미국과 북한의 정의가 달랐기 때문이며, 북한은 이미 하노이 정상회담 때 탑다운 방식을 통해 핵을 포기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리비어 부차관보] We have gone to the top and we have our answer. It is nowhere near maximum pressure to be quite frank. There are many many many more tings that we can do to squeeze North Korea that would really put incredible amount of pressure on that regime and make it rethink its position
리비어 전 부차관보는 현재의 대북 제재는 솔직히 ‘최대 압박’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며 북한 정권을 옥죄 엄청난 압박을 가함으로써 입장을 바꾸도록 만들 수많은 방법들이 남아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과의 협상에서 만족스러운 성과를 얻기는 위해서는 금융 제재, 선박 압류 등 최대 압박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VOA 뉴스 김동현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