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한 미국 뉴스를 전해 드리는 ‘아메리카 나우’ 시간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산하 정보기관들에 윌리엄 바 법무부 장관이 진행하는 2016년 러시아 스캔들 수사 관련 조사에 적극 협조하라고 명령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바 장관에게 조사에 필요한 문건을 기밀 해제할 수 있는 권한도 부여했습니다. 연방 상원 군사위원회가 새 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 초안을 공개했습니다. 이번 국방수권법안은 7천500억 달러 규모입니다. 미국인으로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에 가담했다 징역을 살았던 사람을 가석방한 것을 두고 논란이 가시지 않는다는 소식, 이어서 전해 드립니다.
진행자) 네. ‘아메리카 나우’ 첫 소식 보겠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스캔들 조사와 관련해서 23일 눈길을 끄는 명령을 내렸군요?
기자) 네. 23일 저녁 백악관이 발표했는데요. 산하 정보기관은 윌리엄 바 법무장관이 진행할 러시아 스캔들 관련 조사에 협력하라는 것이 핵심입니다.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성명에서 바 장관 요청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정보기관들에 2016년 대선 과정에서 진행된 내사 활동을 조사하는 것에 신속하고 완전하게 협력할 것을 지시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러시아 스캔들 조사는 이미 마무리된 것 아니던가요?
기자) 특검이 진행한 수사는 이미 마무리됐습니다. 그런데 바 장관이 조사하겠다는 건 2016년 대선 기간 해당 조사가 어떻게 시작됐고 어떻게 진행됐는지 들여다보겠다는 겁니다. 참고로 러시아 스캔들이라면 2016년 대선에 러시아가 개입했고 이 과정에서 공화당 트럼프 후보 진영과 러시아가 내통했다는 의혹입니다.
진행자) 당시 조사가 시작되는데 무슨 문제가 있었다는 겁니까?
기자) 네, 백악관과 공화당은 당시 조사가 정치적인 목적으로 시작됐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정보기관과 수사기관들이 공화당 트럼프 후보의 당선을 막으려는 목적으로 조사를 시작했다는 거죠.
진행자) 지금까지 알려지기론 당시 조사가 어떻게 시작됐나요?
기자) 네. 정보기관과 연방수사국(FBI)에 트럼프 후보 진영 인사들과 러시아 정부 측 인사들이 접촉했다는 첩보가 입수됐습니다. 그러자 FBI가 은밀하게 내사를 벌였는데요. 이 과정에서 영장을 신청해 당시 트럼프 후보 진영 참모 가운데 1명이었던 카터 페이지 씨를 감청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은 페이지 씨를 감청한 것에 강하게 반발했죠?
기자) 네. FBI가 법원에 영장을 신청할 때 근거한 정보를 문제 삼았는데요. 정보를 수집한 사람이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민주당 후보 진영이 돈을 댄 회사가 고용한 사람이었던 겁니다.
진행자) 이를 근거로 트럼프 대통령 측은 대선 기간 오바마 행정부가 자기 진영을 불법적으로 감시했다고 비난해 오지 않았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간첩 행위이고 반역 행위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여기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을 처벌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23일 트위터에 정보기관들이 대통령에 반대하는데 이용됐다면서 이런 일이 다시는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책임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를 말하나요?
기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 펜실베이니아주에서 행한 유세에서 제임스 코미 전 FBI 국장, 존 브레넌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 그리고 제임스 클래퍼 전 국가정보국(DNI) 국장을 꼽았습니다. 그런데 이들은 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비판적인 사람들입니다.
진행자) 바 법무장관도 최근에 트럼프 후보 진영 내사와 관련해서 트럼프 대통령과 비슷한 말을 했죠?
기자) 네. 바 장관은 지난 4월 의회 청문회에 나와 지난 대선 기간 트럼프 후보 진영을 상대로 일종의 ‘간첩’ 활동이 진행됐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이런 말이 나온 뒤에 최근 바 장관이 존 더럼 연방 검사에게 러시아 스캔들 수사가 시작된 경위를 들여다보도록 지시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이제 트럼프 대통령 지시에 따라 정보기관들이 바 장관 조사에 협력해야 하는 상황이 됐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특히 이 문제와 관련해서 각 기관이 확보한 비밀을 해제하는 권한까지 바 장관에게 부여해서 눈길을 끕니다.
진행자) 아무리 연방 법무부라도 정보기관이 확보한 비밀을 보는 것이 평상시에는 쉽지 않은 것으로 아는데요?
기자) 물론입니다. 대통령 명령이 있거나 해당 정보기관들이 협조해 줘야 합니다. 그런데 바 장관에게 대통령이 비밀해제 권한을 이양한 상태라 법무부가 쉽게 필요한 정보를 들여다볼 수 있게 됐습니다. 한편 마크 메도스 하원 공화당 의원은 트위터에 지난 대선 기간 법무부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미국인들이 알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이 조처에 대한 민주당 쪽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민주당 소속인 애덤 쉬프 하원 정보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 조사를 막고 있는 상태에서 대통령과 바 장관이 모의해 수사기구와 기밀정보를 무기화했다고 비난했습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사실 은폐 시도가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주장했습니다. 한편 제럴드 내들러 하원 법사위원장은 23일 미 MSNBC 방송과의 회견에서 로버트 뮬러 특검이 비공개로 증언할 뜻이 있음을 자신에게 밝혔다고 전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진행자) 뮬러 특검이 지휘한 수사 결과는 러시아 스캔들과 관련해서 어떤 결론을 내렸나요?
기자) 트럼프 후보 진영과 러시아 정부 사이에 내통은 없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관련 수사를 방해했다는 ‘사법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결론을 유보했는데요. 하지만 바 장관이 특검 보고서를 토대로 무혐의 결론을 내렸고, 이에 따라 민주당이 특검 보고서 원본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다음 소식입니다. 연방 상원이 새 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을 공개했군요?
기자) 네. 상원 군사위원회가 23일 초안을 공개했는데요. 모두 7천500억 달러 규모입니다.
진행자) 국방수권법안은 국방예산을 말하는 건가요?
기자) 아닙니다. 미국 예산 책정 과정이 복잡해서 설명이 좀 필요합니다. 이른바 ‘수권법’이라고 하면 예산을 쓸 수 있는 권한을 주는 법입니다. 이걸 ‘지출권한 부여법’이라고도 하는데요. ‘수권법’을 만들어서 예산을 쓸 법적 권한이 생기면 연방 의회가 이를 근거로 ‘지출법안’을 만드는데, 이게 통과돼서 법이 되면 바로 지출안, 즉 예산이 되는 겁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국방수권법안’은 확정된 예산이 아닌 거죠?
기자) 맞습니다. 다시 설명하면 ‘국방수권법’은 얼마의 돈을 어디에 얼마나 쓸 수 있다는 권한을 준 법이고요. 이게 확정되면 연방 의회가 ‘지출승인법안’ 심의 과정을 거쳐 최종 예산을 짭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국방수권법안’이 제시한 예산 규모나 항목은 다시 조정될 수 있습니다.
진행자) 상원 ‘국방수권법안’ 초안이 제시한 예산 규모가 7천500억 달러라고 했죠?
기자) 네. 그런데 이게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 국방예산과 액수가 같습니다.
진행자) 이 법안에 구체적으로 어떤 항목이 담겼는지 궁금하군요?
기자) 네. 눈에 띄는 항목들을 정리해 보면요. 먼저 최신형 F-35 스텔스 전투기 추가 구매 항목이 있는데, 이번 회계연도에 모두 94대를 구매하게 했습니다. 또 구형 F-15 전폭기를 대체할 F-15X 8대 제작 예산도 들어갔습니다. 장차 미 공군이 차세대 F-15 전폭기 80대 이상을 확보할 예정입니다.
진행자) 무기 구매뿐 아니라 정책 분야에서는 어떤 내용이 있습니까?
기자) 터키가 최근 러시아산 최신형 지대공 미사일 체제를 구매하겠다고 나서서 미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데, 국방수권법안 초안은 터키가 F-35 전투기 사업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이건 러시아 미사일 구매에 대한 보복인 셈입니다. 또 트럼프 행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우주군 창설을 승인한 항목도 있습니다. 그밖에 국경장벽 건설 관련 항목도 눈에 띕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국방예산 가운데 일부를 국경장벽 건설 예산으로 전용했죠?
기자)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전용된 예산을 메꾸기 위해 36억 달러가 책정됐습니다. 그밖에 군내 성폭행과 성추행을 막기 위한 개혁안이 포함된 것이 눈길을 끕니다.
진행자) 한반도와 관련된 항목도 있습니까?
기자) 네. 이번 초안은 주한미군 규모를 현행 2만8천500명 이하로 축소하는 것을 금지하는 항목이 들어갔습니다.
진행자) 이제 초안이 나온 국방수권법안은 앞으로 어떻게 처리되나요?
기자) 앞으로 군사위 논의를 거쳐 수정된 뒤에 본회의 표결을 통과해야 합니다. 또 하원이 처리할 별도의 국방수권법안을 가지고 단일법안을 만들어야 합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마지막 소식입니다. 이른바 ‘미국인 탈레반’으로 불리던 존 워커 린드 씨를 석방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는 소식이군요?
기자) 네. 린드 씨가 지난 23일 버지니아에 있는 교도소에서 출소했습니다. 징역 20년 형을 선고받았던 린드 씨는 17년을 복역하고 이날 가석방으로 풀려났는데요. 이를 비판하거나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의 석방을 좋아하지 않는다면서 정부가 린드 씨를 면밀하게 지켜봐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린드 씨가 ‘미국인 탈레반’으로 불린 이유가 뭡니까?
기자) 네. 미국 시민으로 아프가니스탄에서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에 가담했기 때문입니다. 린드 씨는 지난 2001년 미군이 주도하는 연합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 정권을 공격하는 과정에서 포로가 됐습니다. 린드 씨는 이후 아프간 내 한 교도소에 있다가 미 중앙정보국(CIA) 요원들에 발견돼서 미국으로 이송됐고 결국 탈레반을 지지한 혐의로 재판받았습니다.
진행자) 미국인이 탈레반에 가담했다고 해서 당시 크게 화제가 됐었는데, 린드 씨는 어떤 사람인가요?
기자) 네. 지난 1981년 이곳 워싱턴 D.C.에서 태어났고요. 10살 때 서부 캘리포니아주로 이주했습니다. 원래 가톨릭 신자였는데, 16살 때 학교를 그만두고 이슬람교로 개종했고, 이듬해 아랍말을 배우려고 예멘으로 갔습니다. 그러다 지난 2001년 아프가니스탄으로 들어가 탈레반에 합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린드 씨 가석방을 두고 언론들은 그가 과연 이슬람 극단주의를 버렸느냐에 주로 관심을 두고 있더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그런데 언론들 설명으로는 린드 씨가 이슬람 극단주의를 포기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진행자) 린드 씨는 과거 재판 과정에서 이슬람 테러리즘을 비난하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지난 2002년 선고 공판에서 테러리즘을 비판하고 9.11 테러가 이슬람교 가르침에 어긋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테러 담당 관리들은 린드 씨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분석했습니다. 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Foreign Policy)' 잡지가 입수한 2017년 국가 대테러센터 문건에 따르면 린드 씨는 이슬람 지하드를 계속 지지하고, 이슬람 극단주의를 담은 글을 쓰거나 번역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진행자) 지하드란 ‘성전’을 말하죠?
기자) 그렇습니다. 이슬람 신앙을 전파하거나 방어하기 위해서 벌이는 이교도와의 투쟁을 말합니다. 대테러센터 문건에는 또 린드 씨가 한 TV 뉴스 제작자에게 출소해도 이슬람 극단주의를 계속 전파하겠다고 말했다는 내용도 있습니다.
진행자) 17년을 복역한 뒤에도 이슬람 극단주의를 지지한다는 말이군요?
기자) 네. 최근 린드 씨와 편지를 주고받았던 미국 '애틀랜틱저널(Atlantic Journal)' 그레이엄 우드 기자는 린드 씨가 자신의 행위를 부끄러워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우드 기자는 또 린드 씨가 지지 대상을 탈레반이 보호하던 테러 조직 알카에다에서 이슬람 무장조직 IS로 바꾼 것뿐이라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가석방이면 여전히 당국의 보호관찰 대상이죠?
기자) 그렇습니다. 법원 명령으로 린드 씨는 가석방 기간 3년 동안 알려진 극단주의자들과 접촉할 수 없고요. 또 인터넷 연결이 가능한 기기를 가지거나 인터넷에서 극단주의적 게시물을 볼 수 없습니다. 그런가 하면 외국에 나가려면 미리 허락을 받도록 했는데요. 이런 조처에도 린드 씨 석방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린드 씨 같은 사람들이 극단적인 생각을 바꾸고 이들이 사회에 복귀하는 걸 미국 정부가 더 많이 도와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진행자) 네. ‘아메리카 나우’, 오늘은 여기서 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