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금요일 북한 관련 화제성 소식을 전해 드리는 `뉴스 풍경'입니다. 전 세계 민주주의를 실현시키고 인권 개선 활동을 벌이고 있는 미국의 민간단체가 지난해 서울지국을 열고 탈북민을 책임자로 채용했습니다. 장양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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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에 본부를 둔 국제공화주의연구소(International Republican Institute:IRI)가 지난해 서울사무소를 다시 열었습니다.
새롭게 문을 연 IRI 서울사무소의 총괄 책임을 탈북민 출신 북한인권운동가 오세혁 씨가 맡고 있습니다.
국제공화주의연구소(IRI)는 지난 1983년 설립된 비정부기구로 미국 정부의 기금을 받아 전세계의 민주주의와 인권 개선을 위한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지난 2008년 공화당 대통령 선거 후보였던 존 맥케인 상원의원을 거쳐 현재 미 상원 군사위원회 소속의 댄 설리번 공화당 의원이 이사장 직을 맡고 있습니다.
이 단체는 2005년부터 한국에서 탈북민을 대상으로 민주주의 시민 교육과 시민단체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했고, 지난 2010년 2월에는 서울에 사무소를 열었다가 2년 만에 문을 닫았습니다.
전 세계 80여개 나라에서 500여개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이 단체의 오세혁 서울사무소 과장(Local Program Officer)은 지난해 8월부터 공식 업무를 시작했습니다.
지난달 27일부터 3주 동안 워싱턴을 방문한 오세혁 과장은 ‘VOA’에 이번 방문 목적을 설명했습니다.
[녹취:오세혁 과장] “아시아 나라들에 있는 미국인인데 현지에서 현지 사무소를 담당하고 있는 지사 대표들이 디씨에서 아시아 팀에서 앞으로 3-5년동안 어떤 전략을 갖고 프로그램을 운영할 것인가.. 실무와 행정에 필요한 업무 내용 설명회도 갖고…”
30여개 나라 담당자들이 모인 IRI아시아팀 연수기간 동안 오 씨는 ‘프로그램, 행정, 회계, 여성 지도자, 청년 네트워크 리더쉽 등 다양한 그룹의 다양한 운영 방식, 협업 상황 등 실질적인 정보를 공유하고 토의할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각 나라의 담당자들이 현지 상황을 설명하고 정보를 교환하는 내용을 통해 북한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의 민주화의 길이 멀게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부정과 부패가 없는 나라가 없고 시민사회의 역할이 정부로 인해 직간접적으로 통제 당한다는 내용 때문입니다.
이들 아시아 나라 가운데 가장 폐쇄된 나라로 통하는 북한의 민주주의와 인권개선 활동을 담당하는 탈북민 오세혁 씨.
오 씨는 미국정부 혹은 미국의 주요 정책연구기관이 채용한 몇 안되는 탈북민 가운데 한 명입니다.
지난해 조셉 김씨가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설립한 정책연구기관인 부시 센터의 인권담당 보좌관으로 채용됐고 조성우 씨가 미국 노동부 통계청의 연구원으로 고용돼 화제가 됐었습니다.
오세혁씨는 황해도 해주에서 태어나 1999년 탈북 했고 3년동안 중국내 종교단체에서 숨어 지내다 2002년 베이징의 독일 대사관에 진입에 성공해 한국에 입국했습니다.
한국에서 외국어대학교 중국어를 전공하고 고려대학 사회학과 대학원에 진학해 ‘북한경제체제 변화와 요인에 관한 사회학적 연구-장마당 형성과 발전을 중심으로’를 주제로 석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2011년부터 2012년까지는 주한영국대사관의 장학생으로 영국에서 1년과정의 석사과정을 공부했습니다.
오 씨와 IRI의 인연은 지난해 5월 오씨가 한국내 대북인권단체 ‘전환기정의워킹그룹’에서 일할 당시 맺게 됐습니다.
IRI가 몽골에서 진행될 프로그램을 소개했고, 오 씨는 이 단체의 권유로 프로그램에 참가했습니다.
[녹취:오세혁 과장] “청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을 만들려고 한다, 어떻게 운영하면 좋을지 이야기를 해줬어요. 그거를 전수 조사를 하면서 몽골에 교류 프로그램으로 참가자들을 모집하고 있었어요. 저와 다른 두 명이 모집 되어서 몽골에 갔죠. 갔다 와서 ‘아, 북한 관련 뿐 아니라 다른 나라 관련해서도 이런 프로그램을 하고 있구나’ 알게 됐고, 이 단체에 대한 이해를 깊이 폭넓게 이해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이 단체가 몽골의 정치인 교육에서부터 청년 시민단체를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현장을 다녀온 오 씨는 당시 이런 지원이 북한에도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녹취:오세혁 과장] “그런 것을 보면서 앞으로 북한이 어떤식으로 변화가 될지 모르지만 북한에도 똑같이 이런 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계기가 있었죠.”
한국으로 돌아온 오 씨는 IRI한국 프로그램 담당자 자리에 지원했고 서류와 면접심사를 거쳐 8월부터 공식 업무를 시작했습니다.
IRI의 아담 킹 아시아 프로그램 매니저는 ‘VOA’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당시 많은 지원자 중에 가장 적격한 인물이 오세혁 씨였고, 지금까지 매우 훌륭하게 업무를 소화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킹 아시아 담당자는 ‘지금까지 그를 채용한 것이 옳은 선택이었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킹 아시아 담당자는 서울 사무소를 다시 연 이유나 한국내 활동 목표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오세혁씨는 18세에서 35세 미만의 탈북민 청년을 대상으로 이들이 시민사회에서의 역할을 위한 프로그램을 기획, 운영하고 있습니다.
[녹취:오세혁 과장] “시민사회가 무엇인지, 시민 사회를 경험해 볼 수 있도록 교육하는 일을 하거든요. 그래서 시민사회가 왜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중요한지 교육하고, 이 활동이 어떤 방식으로 작동되는지.. 결국에는 활동가들이 공동체나 사회에서 문제가 있는 것을 발견하고, 해결해 보자 해서 뭉쳐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기금을 받아 직접 활동하는 것을 가르치고 지원하고 있습니다.”
지난 10개월 동안 제1기 청년그룹을 배출했는데, 20여명의 탈북민 청년들은 자신이 기획, 개발한 프로그램을 장기, 단기적으로 가동하고 있습니다.
팀을 구성한 청년들은 각 팀에 배당된 500-600달러의 지원금으로 활동합니다.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탈북민 청년들 대부분은 북한관련 단체에서 활동한 경험이 있으며 개인적인 문제보다 탈북민사회와 북한의 인권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게 오 씨의 설명입니다.
이들의 한반도 통일에 대한 역할도 찾아주는 등 지도자 양성이 자신의 역할이라는 오 씨는 무엇보다 이들이 프로그램 이후에도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를 이어가도록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오씨는 각자의 삶의 터전에서 따로 시간을 내어 활동하는 것이 가장 큰 도전이라고도 말했습니다.
‘사람을 키우는 일’이 자신의 일이라고 말하는 오씨는 해외 민간단체의 수혜자였던 자신이 전세계 민주화와 인권개선을 위해 일하는 미국의 민간단체의 일원으로서 탈북민 청년들을 성장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탈북민 청년과 북한관련 단체와의 소통과 지원에 탈북민인 자신이 도움이 될 것이라는 오세혁 IRI 한국 프로그램 과장.
이 같은 활동에 대해 미국의 민간단체 북한인권위원회 그렉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상당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강조합니다.
[녹취:오세혁 과장] “대북 인권 보호단체에서 탈북자들이 특히 젊은 탈북자들이 취직하게 되면 아주 긍정적인 발전으로 봅니다. 상당히 중요한 게 뭐냐 하면 탈북 하신 분들이 핵심적인 노하우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까? 특히 젊은 친구들이 탈북 해서 대한민국에서 아니면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던지, 졸업해서 이런 단체에 취직하면 그만큼 대북 인권 보호 운동에 힘이 생기는 겁니다.”
3주간의 일정을 마치고 돌아가는 오세혁 과장은 30여명의 아시아 팀들과 소통하고 시간을 보내는 동안 이제는 자신도 IRI의 가족이 된 느낌이라고 말합니다.
VOA 뉴스 장양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