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 선박 와이즈 어네스트호가 미국 정부에 의해 압류되면서 51년 전 북한에 나포된 미 해군 함정 푸에블로호 반환 문제가 다시 부각되고 있습니다. 특히 존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이 푸에블로호 송환이 먼저라는 반응을 보이면서 미-북 간 오랜 대립의 상징인 이 문제에 관심이 쏠립니다. 이조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볼튼 보좌관의 ‘푸에블로호’ 발언은 최근 미국이 압류한 북한 화물선 와이즈 어네스트호에 대한 질문에 답변하던 도중 나왔습니다.
볼튼 보좌관은 지난 25일 일본 방문 중 기자들과 만나 미국 정부가 최근 북한의 와이즈 어네스트호를 압류한 데 대해 “적절한 조치였다”면서 북한의 화물선 반환 요구와 관련해 “그 문제를 논의하려면 푸에블로호 반환 문제부터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아마도 지금이 미 해군 함정 푸에블로호 반환 문제를 논의할 적절한 시기인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푸에블로호는 51년 전인 1968년 1월 23일 원산 앞바다에서 임무를 수행하던 중 미그기와 초계정 등을 동원한 북한 해군에 의해 나포됐습니다.
미국은 결국 그해 12월 영해 침범을 사과하는 문서에 서명했고, 북한은 나포 당시 사망한 시신 한 구와 82명의 승조원을 송환했지만 푸에블로호는 반환하지 않았습니다.
볼튼 보좌관의 이번 발언은 최근 미 국내에서 와이즈 어네스트호 반환과 푸에블로호 반환을 맞교환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나왔습니다.
이런 여론이 가장 먼저 형성된 곳은 푸에블로호의 어원이 된 푸에블로시가 있는 콜로라도주입니다.
이달 초 미 정부가 와이즈 어네스트호 압류를 발표하자 콜로라도주 지역 언론은 일제히 푸에블로호 승조원들의 인터뷰 보도와 기고문 등을 통해 와이즈 어네스트호와 푸에블로호 반환을 맞교환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콜로라도주를 지역구로 하는 코리 가드너 공화당 상원의원도 지역 언론 인터뷰에서 “미국이 북한의 화물선 반환을 대가로 북한에 양보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미국의 요구 리스트에는 푸에블로호 반환도 올라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가드너 의원은 이날 트위터에서도 “1968년 북한에 나포된 푸에블로호는 김씨 정권이 수십 년 간 미 국가안보이익에 계속 위협이 되고 있다는 점을 상기시켜준다”며 “푸에블로호는 즉시 미국에 반환돼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미국의 대북제재 정책을 주도한 가드너 의원은 상원 외교위 동아태소위원장으로, 내년 재선에 가장 취약한 상원의원으로 꼽혀 지역 여론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인물입니다.
미국에서 푸에블로호 반환을 촉구하는 목소리는 지난해 6월 싱가포르 1차 미-북 정상회담 당시부터 꾸준히 나왔습니다.
콜라도주를 지역구로 하는 공화당의 스콧 팁턴 하원의원과 존 파소 공화당 하원의원은 각각 싱가포르 회담 전후로 북한에 푸에블로호 송환 요구를 촉구하는 별도의 서한을 트럼프 대통령과 볼튼 보좌관에게 보냈습니다.
팁턴 의원은 동시에 같은 내용의 결의안도 발의했고, 지난 2월 2차 미-북 정상회담 직전에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같은 서한을 보냈습니다.
북한이 푸에블로호를 반환한다면 미국에 선의를 입증할 수 있어 신뢰 구축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의원들의 주장입니다.
팁턴 의원은 지난 2월 27일 VO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푸에블로호 반환 요구를 받아들인다면 “미국과 평화로운 조건 아래 협력해 나가고 싶다는 선의를 보여주는 상징적 제스처로서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푸에블로호는 국제법상 공해상에서 정보수집 활동을 벌이던 도중 북한에 불법으로 나포됐으며, 현재 평양에서 반미 상징물인 전리품으로서 선전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현재 미국에서는 당시 푸에블로호 승조원들이 북한 정권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승조원과 가족들은 지난해 2월 납북 당시 입은 피해에 대한 책임이 북한 측에 있다며 미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고, 최근에는 법원에 재판을 신속히 진행해 달라고 요구하는 신청서를 제출하기도 했습니다.
만약 재판부가 거액의 배상 판결을 내릴 경우 와이즈 어네스트호 등 각종 몰수 소송과 맞물려 북한을 압박하는 미 사법부 차원의 또 다른 조치가 될 수 있어 주목됩니다.
푸에블로호 반환에 대한 논의는 과거에도 비공식적인 차원에서 간간히 이뤄졌지만, 북한이 상당한 액수의 보상금 등을 요구해 미국이 응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VOA 뉴스 이조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