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곳곳의 다양한 모습과 진솔한 미국인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김현숙입니다. 평생 안정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직장, 일명 ‘평생직장’에 다니는 것을 최고의 미덕으로 여겼던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한 직장에 정식으로 입사해 회사가 원하는 일을 하고 급여를 받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필요할 때,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하고 그에 대한 대가를 받는 경제, 일명 ‘긱이코노미(Gig Economy)’가 새로운 유행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과거 재즈 공연에서 연주자를 즉석 섭외했던 ‘긱’에 경제를 붙인 ‘긱이코노미’는 특히 미국의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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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이야기, 스마트폰 앱으로 일자리 찾는 긱이코노미(Gig Economy)”
워싱턴 D.C. 토박이인 윌리엄 네어 씨는 직업이 12개나 됩니다. 어떻게 12군데 직장을 다닐 수 있냐고요? 윌리엄 씨의 12개 직업은 모두 ‘긱잡 (gig job)’ 즉 초단기 임시직입니다.
‘도그워킹’이라고 하는 개를 산책시키는 일도 윌리엄 씨의 12가지 긱잡 가운데 하나입니다.
윌리엄 씨는 몇 년 전에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지금은 임식직만 여러 개 뛰고 있는데 시간을 훨씬 융통성 있게 쓸 수 있다고 합니다.
[녹취: 윌리엄 네어] “현재 저는 스마트폰의 응용프로그램, 앱을 통해 돈을 벌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이 수입의 원천인거죠. 스마트폰 앱 수십 개에 등록을 해놓고 단기 일자리가 뜰 때마다 확인을 해서 일자리를 찾습니다. 지금은 전동스쿠터 모으는 일과 개 산책 시키는 일을 동시에 하고 있어요.”
기존의 경제는 회사가 직접 직원을 채용해 정식 근로계약을 맺고, 그 직원들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죠. 그런데 긱이코노미는 기업이 수요에 따라 초단기 계약형태로 노동자를 활용하는데요. 노동자는 아무데도 정식으로 고용돼 있지 않고, 필요할 때, 원하는 만큼만 일시적으로 고용돼 일을 합니다.
[녹취: 윌리엄 네어] “긱잡(Gig job)은 잠시만 일하는 단기직이니까 시간을 내 마음대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제가 긱잡을 선택한 이유가 바로 이런 점 때문에요. 직장에 다니면서 하루 종일 일해도 겨우 먹고 살던 생활에서 벗어나 아주 자유롭게 살고 있습니다.”
최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긱경제 규모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데요. 2016년 기준으로 미국에서 긱잡을 가진 인구는 거의 20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윌리엄 씨는 스마트 폰으로 긱잡에 필요한 모든 것을 얻고 있습니다. 개를 산책 시키는 일을 주선하는 스마트폰 앱의 경우 개 주인이 산책 경로를 파악할 수 도 있다고 하네요.
[녹취: 윌리엄 네어] “개를 산책 시키기 시작하면서 앱의 시작 버튼을 누르면 인공위성을 이용한 GPS 위치 추적이 됩니다. 개 주인들은 자신의 개가 어디에서 산책을 하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죠.”
이날 하루, 윌리엄 씨는 개를 산책 시키곤 바로 $100달러를 벌었습니다. 자, 그리고 이젠 또 다른 긱잡을 시작할 시간, 윌리엄 씨는 전동 스쿠터 수집을 위해 길을 나섭니다. 전동 스쿠터는 긴판에 한쪽 발을 올려놓고 미끄러지듯 타는 기구인데요. 요즘 젊은 사람들이 교통수단으로 많이 이용하고 있죠.
[녹취: 윌리엄 네어] “전동 스쿠터도 스마트 폰만 있으면 됩니다. 스마트폰 앱으로 사람들이 다 탄 전동 스쿠터를 수집해 집에 싣고 와선 충전을 시킵니다. 충전이 끝나면 이용자들이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 다시 갖다 놓으면 되죠. 전동 스쿠터에 하자가 없는지도 확인하는데요. 문제가 있으면 바로 회사에 알려줍니다.”
윌리엄 씨는 자신의 승용차에 전동 스쿠터 30대를 실을 수 있다고 하는데요. 보통 밤에 20개를 수집하고 낮에 13개를 수집하는데 이렇게 하면 하루에 200달러를 손에 넣을 수 있다고 합니다. 윌리엄 씨는 세상 어디에도 이런 직장은 없을 거라고 했습니다.
[녹취: 윌리엄 네어] “이때까지 이런 저런 직업을 많이 가져봤습니다. 몇 년간 영업사원도 해봤고요. 하지만 이제 스마트폰 앱에서 좋은 일자리를 많이 찾게 됐고요. 앞으로 좋은 일자리들이 더 나올 거라고 확신해요. 긱잡을 하면서 생각보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많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현재 3개 주에서 12개 긱잡을 뛰고 있는데요. 어디서든 내가 원하는 만큼 더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3년전 직장을 그만두고 긱잡으로 살아가는 윌리엄 씨는 자신의 선택에 후회하지 않는다며 앞으로도 계속 긱잡으로 살아갈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 차도 마치고 고양이도 구하는 고양이 카페”
‘카페’라고 하면 보통 차와 다과를 즐기는 찻집을 생각하죠. 그런데 여기 아주 특별한 카페가 있습니다. 이름하며 고양이 카페인데요. 이곳에선 사람들이 차를 마시며 고양이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고요. 마음에 드는 고양이를 입양할 수도 있습니다. 워싱턴 D.C. 시내에 있는 고양이 카페 ‘크럼스 앤 위스커스(Crums and Whiskers)’를 찾아서 고양이 카페가 어떤 곳인지 좀 더 자세히 알아보죠.
[현장음: 캣 카페]
포근한 햇살이 들어오는 조용한 카페. 그런데 사람들이 대부분 땅바닥에 누워 있거나 앉아 있습니다. 폭신폭신하고 하얀 털 카펫 위에 앉아 함께 시간을 보내는 대상은 바로 자그마한 고양이들인데요. 카페를 찾은 손님들은 새끼 고양이의 귀여운 모습에 푹 빠져서 시간이 가는지도 모른다고 했습니다.
[녹취: 브라이언] “여기에 오면 고양이들과 꽤 오랫동안 같이 시간을 보낼 수 있고요. 또 고양이들 성격도 파악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손님들이 이렇게 고양이의 성격을 파악하는 이유, 바로 고양이의 새 주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크럼스 앤 위스커스(Crums and Whiskers)’의 설립자인 칸첸 싱 씨는 여기에 있는 고양이들은 특별한 사연이 있다고 했습니다.
[녹취: 칸첸 싱] “우리 가게엔 현재 입양이 가능한 새끼 고양이가 25마리 있습니다. 모두 안락사에 처할 상황에 있다가 구조된 고양이들이죠. 우린 이 고양이들이 다 입양되기를 바라고 있어요. 그럼 더 많은 고양이를 구할 수 있으니까요.”
칸첸 씨는 미 서부 캘리포니아주의 대도시 L.A.와 워싱턴 D.C. 두 곳에서 고양이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데요. 국내 최초로 새끼 고양이 카페, 키튼라운지(Kitten Lounge)도 새롭게 문을 열었습니다. 칸첸 씨는 이렇게 고양이 카페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다고 했습니다.
[녹취: 칸첸 싱] “제가 고양이 카페를 처음 접한 건 태국에서였습니다. 태국 여행중에 고양이 카페를 구경하면서 ‘왜 미국엔 이런 카페가 없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미국에 돌아와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는 고양이 카페를 열었습니다.”
칸첸 씨는 고양이 카페를 시작한 후 손님들이 새끼고양이에 대한 관심이 많다는 알게 됐고, 그래서 새끼고양이 전문 카페도 시작하게 됐다고 했습니다.
[녹취: 칸첸 싱] “때마침 저희와 같이 일하던 동물호보소 직원들이 새끼 고양이들이 넘쳐서 문제라는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그래서 새끼 고양이만을 위한 전문 공간의 문을 또 열게 됐습니다.”
칸첸 씨는 새끼 고양이 카페에 있는 고양이들이 새끼일 때 모두 입양될 거로 확신하지만, 만약 그렇게 되지 않는다고 해도, 입양되지 않은 고양이들을 다른 데 보내지 않고, 계속 카페에서 기를 거라고 했습니다.
새끼고양이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브라이언 씨도 새 가족이 될 고양이를 찾고 있었습니다.
[녹취: 브라이언] “저는 고양이 두 마리를 길렀는데요. 몇 달 전에 한 마리가 죽었어요. 그래서 여기서 저랑 잘 맞는 고양이를 한 마리 입양하려고요. 벌써 마음에 드는 고양이를 몇 마리 찾았습니다.”
카페를 찾는 손님들은 개인적으로 고양이를 입양할 수도 있지만, 고양이를 돕는 일에도 동참할 수 있습니다.
[현장음: 고양이 카페]
카페가 운영하고 있는 ‘새끼 고양이 500마리 살리기’ 운동에 기여하고 하는 등 동물에 대한 사랑을 여러 모양으로 표현할 수 있다고 하네요.
카페 설립자인 칸첸 씨는 고양이에 대한 특별한 추억이 있다고 하는데요. 그 추억으로 인해 결국엔 수백 마리의 새끼 고양이를 구하는 일을 하게 됐다고 했습니다.
[녹취: 칸첸 싱] “제가 10대 청소년 시절에 동물 보호에서 자원봉사를 했어요. 거기서 일하면서 보호소가 다 수용하지 못하는 고양이들이 결국 안락사된다는 걸 알게 됐죠. 특히 제가 17살 때 보호소에서 늘 데리고 놀아줬던 고양이가 안락사됐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한참을 울었어요. 그 일이 있은 후에 나중에 어른이 되면 보호소의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는 일을 하겠다는 다짐을 했었습니다.”
그리고 칸첸 씨는 L.A. 와 워싱턴 D.C.에 고양이 카페를 열어 지금까지 약 1천 마리의 고양이를 입양 보냈다고 합니다.
고양이 카페의 고양이들은 많은 사람이 오가는 환경에 있다 보니 고양이의 건강에 특히 신경을 쓴다고 합니다.
[녹취: 칸첸 싱] “우리는 손님들이 오면 제일 먼저 카페의 규칙을 알려줍니다. 자고 있는 고양이를 깨워선 안 되는 규칙이 있어요. 또 고양이의 귀와 코, 이빨들을 매일 점검하고 영양 상태도 늘 확인하고 있어요. 또 일주일에 한 번씩 수의사가 와서 세밀하게 검진을 하는 등 체계적으로 고양이들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동물원이나 보호소에서도 동물들을 만날 수 있지만, 거기선 동물들이 갇혀서 지내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게 칸첸 씨의 설명인데요. 따라서 이렇게 동물들과 자유롭게 교감할 수 있는 카페가 더 많이 문을 열기를 기대한다고 했습니다.
네,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다음 주에는 미국의 또 다른 곳에 숨어 있는 이야기와 함께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함께 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