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문가들 “미-북 모두 협상에 유연성 보여야…영변 비핵화에서부터 시작 가능”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은 미-북 비핵화 협상 재개를 위해서는 양측이 유연성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들은 북한이 제안한 영변 핵 시설 폐기부터 시작하는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김카니 기자가 보도합니다.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4일 한반도 관련 연설에 큰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관심의 초점은 비건 특별대표가 현재의 미-북 비핵화 협상 교착 상태를 해소할 새로운 제안을 내놓을지 여부입니다.

이와 관련해 6자회담 수석대표를 지낸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북한이 제시한 영변 핵 시설 비핵화에 주목했습니다.

힐 차관보는 3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영변 핵 시설 폐기는 북한이 제안한 비핵화 조치 중 하나였다며, 영변 비핵화를 댓가로 미국은 북한이 원하는 조치가 무엇인지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힐 전 차관보] “Disbanding Yongbyon which would include a highly enriched uranium facility and also the plutonium facility starting with the reactor would be an important first step. And I would think that the U.S. should look at some sanctions to make clear to the North Koreans that we don't consider the final step.”

영변 핵 시설 폐기는 원자로에서부터 시작해 고농축 우라늄 시설, 플루토늄 시설을 해체하는 중요한 첫 단계라는 설명입니다.

힐 전 차관보는 북한이 영변 핵 시설을 해체하면 미국은 북한에 비핵화 최종 단계에 상응하는 제재 해제는 아니어도, 완화할 수 있는 제재가 어떤 것이 있는지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핵 활동을 재개하면 가역적으로 제재를 재개할 수 있는 이른바 ‘스냅백 조항’을 활용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프랭크 엄 미국평화연구소 선임구원은 미국과 북한이 `빅 딜’식 일괄타결 방안과 ‘단계적, 동시적’ 비핵화 사이에서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합의를 위해선 양측 모두 유연성을 보여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엄 연구원] “The two sides could agree to a comprehensive deal on paper and this would of course satisfy the U.S. side, but then the implementation process would be step by step and that would satisfy the North Korea side, and maybe you also include snapback provisions on sanctions so that you could provide greater sanctions relief but it would be withdrawn if North Korea didn’t comply with certain denuclearization measures by a certain time.”

포괄적인 비핵화 합의는 미국을 만족시킬 수 있고, 점진적인 비핵화 방식은 북한을 만족시킬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엄 연구원은 미-북 합의에 ‘스냅백 조항’을 넣어 미국이 큰 제재를 완화하되, 북한이 일정 기간 안에 특정 비핵화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다시 제재를 가하는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조셉 디트라니 전 6자회담 차석대표는 북한이 상당한 비핵화 조치를 취하면 미국이 일부 제재를 완화하는 ‘행동 대 행동’ 방식을 지지한다고 밝혔습니다.

영변에서 시작해서 다른 시설의 비핵화로 이어진다면 미-북 간 관계 정상화로 이어질 수 있으며, 북한은 에너지 원조 등 필요한 안전보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다만,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는 ‘행동 대 행동’ 방식에 대한 조건을 명확히 했습니다.

[녹취: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 “As long as we have a common view as to the ultimate goal of some timelines as to when we want to get to that ultimate goal, I think we can work there and ensure that both sides receive some of the deliverables, or the deliverables necessary to keep the process going.”

미국과 북한이 (비핵화라는) 최종 목표의 시한에 대해 같은 인식을 갖고 있다면 양측은 원하는 결과물, 또는 협상을 진전시킬 수 있는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선임연구원은 미-북 비핵화 협상을 재개하기 위해서는 북한이 대화 테이블로 복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스나이더 연구원] “I don’t see why it would be necessary for either side to make concession in order to be able to enable talks. It seems to me that the purpose of talks is to identify ways in which either side the gap can be bridged between the two sides.”

단지 협상을 재개하기 위해 어느 한쪽이 양보해야 할 필요는 없으며, 대화의 목적은 미국이 요구하는 일괄타결식 비핵화, 즉 ‘빅 딜’과 북한이 주장하는 ‘단계적, 동시적’ 비핵화의 간극을 어떻게 좁혀나갈 수 있는지 규명하는 데 있다는 설명입니다.

프랭크 엄 미국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미국과 북한은 각자의 이해관계 때문에 비핵화 합의를 맺고 싶어한다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큰 외교 문제 해결을 성과로 내세우고 싶어하고, 김정은 위원장은 제재 해제를 원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프랭크 엄 연구원은 협상 교착 상태가 길어지고 있는 상황을 우려한다며, 미-북 양측이 조속히 대화를 재개해 타협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카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