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문가들 “북한, 적극적 비핵화 조치 없어…김 위원장 대화 재개 의지 밝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4월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연설하는 모습을 북한 관영 매체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김정은 위원장이 북-중 정상회담에서 미국과의 대화 재개 의사를 분명히 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이들은 또, 적극적으로 많은 비핵화 조치를 취했다는 김 위원장의 발언은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습니다. 김카니 기자가 보도합니다.

마크 피츠패트릭 전 국무부 부차관보는 김정은 위원장이 한반도 정세 완화를 위해 취했다고 밝힌 조치들은 비핵화 조치가 아니었다고 말했습니다.

피츠패트릭 전 부차관보는 20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그나마 북한이 취했다고 밝힌 비핵화 조치들은 검증이 없는 자체 조치였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피츠패트릭 전 부차관보] “The steps that North Korea has taken are not as great as he portrays. The moratorium is reversible and the offers to inspect the Punggye-ri and Seohae missile engine test site have not been followed up on.”

북한이 취한 조치들은 그다지 대단한 것이 아니며, 핵·미사일 시험 중단은 언제든 되돌릴 수 있고, 풍계리 핵실험장과 서해 미사일 엔진시험장 폐쇄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검증이 없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오히려 미국이 미-한 연합군사훈련을 중단하고 미국 정상과 만날 수 있는 선의들을 보여줬다고 말했습니다.

중국 관영 `CCTV’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은 20일 열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과거 1년 간 정세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많은 적극적인 조치를 했지만 유관국의 적극적 호응을 얻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도 북한이 핵과 장거리 탄도미사일 ICBM 실험을 중단하긴 했지만 진정한 비핵화 조치는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힐 전 차관보] “He has done various confidence building measures that is true. But he has not addressed the issue of denuclearization. He doesn’t seem to be taking steps on the road to denuclearization.”

김정은 위원장이 신뢰 구축을 위한 다양한 조치를 취한 것은 사실이지만, 비핵화와 관련한 조치는 없었다는 설명입니다.

피츠패트릭 전 부차관보는 김정은 위원장이 `인내심을 유지할 것’이라 밝힌 데 대해,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계속하고 싶은 의지를 거듭 분명히 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하지만, 하노이 회담에서 제시했던 영변 핵 시설 폐기 보다 더 많은 것을 포기할지는 의문이라고 밝혔습니다.

[녹취:피츠패트릭 전 부차관보] “North Korea absolutely would like to continue talks at the summit level with President Trump. North Korea has not changed its posture, but is indicating that there could be a deal if it is a lesser deal than what Trump had asked for in Hanoi.”

북한은 비핵화에 대한 태도를 바꾸지 않았고,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 회담에서 북한에 요구했던 합의보다 더 낮은 수준의 합의라면 응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는 겁니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더글라스 팔 부원장도 김정은 위원장이 미국과의 대화 재개에 대한 의지를 밝힌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대화가 재개되면 북한이 폐쇄한 풍계리 핵실험장에 대한 보상을 요구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시진핑 주석이 안보 문제에 대해 북한을 지원하고, 비핵화 실현을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한 것은, 중국의 오랜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한반도 문제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의미라고 팔 부원장은 풀이했습니다.

[녹취:팔 부원장] “With the opening of diplomacy on the peninsula, China sees an opportunity to reinsert itself, re-express its own importance of any outcome on the Korean Peninsula. So it's a chance for China to act like a big power with the neighboring smaller power.”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 협상을 자신의 존재를 과시할 기회이자, 주변의 작은 나라들을 상대로 강대국 역할을 할 기회로 보고 있다는 것입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조정관은 북-중 정상회담으로 중국의 우선순위가 한반도 안정인 것이 드러났다고 말했습니다.

중국은 비핵화 협상의 진전을 원하지만, 미-북 양측이 이견을 좁히기 어려운 것을 잘 알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그러면서, 중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과 대규모 미-한 연합군사훈련을 각각 중단하는 ‘쌍중단’을 유지하고 싶어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세이모어 전 조정관] “The Chinese are worried that the stalemate in the denuclearization talks between the U.S. and North Korea may lead the freeze for freeze to break down which could lead to more tension and greater risk of military conflict between the U.S. and North Korea.”

중국은 미-북 협상 교착 상태로 `쌍중단’ 조치가 더 이상 이어지지 않고, 그 결과 미-북 간 긴장이 고조되고 군사 갈등의 위험이 높아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힐 전 차관보는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중국은 비핵화 과정에 참여하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시 주석이 비핵화 과정를 위한 `시간벌기’를 위해 지속적으로 인내심을 유지할 것과 핵이나 장거리 탄도미사일 실험 등의 도발을 하지 말 것을 김정은 위원장에게 당부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힐 전 차관보] “I suspect they are trying to buy some time for the process but I also suspect they are looking to find a role for themselves directly and I think that is a legitimate discussion between Xi and Trump.”

중국은 비핵화 과정에서 역할을 찾고 있을 것이며, 시 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은 분명 이에 대해 논의하게 될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힐 전 차관보는 다음주 주요 20개국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비핵화 협상의 다자체제를 제안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카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