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이번 주말 이뤄지는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 방문이 북 핵 협상의 직접적인 촉매제가 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대신 미-한 정상회담을 통해 문재인 한국 대통령의 국내 입지를 강화하는 계기는 될 수 있다며, 두 나라가 대북 접근법의 차이를 좁히고 한 목소리를 내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전문가들의 분석을 백성원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 방문이 북한 비핵화 협상에 추동력을 불어넣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한국이 협상에서 차지하는 역할과 비중 문제라기 보다는 교착으로 귀결될 수 밖에 없는 ‘비핵화’에 대한 근본적인 이견을 걸림돌로 꼽았습니다.
대니얼 스나이더 스탠포드대학 연구원은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미-북 3차 정상회담을 열더라도 현재로선 그 결과가 하노이 회담 때와 다를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나이더 연구원] “I see the exchange of letters, I see some talk about possibly resuming discussions between him and Kim Jong Un. But I don’t understand on what basis that would take place. Because there’s no indication that anybody has moved beyond the positions that they had when the talks broke down in Hanoi in February. And there are no negotiations that have gone on a working level. In fact, the North Koreans refused to engage with that.”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친서를 주고받으며 대화 재개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지만, 비핵화의 정의 등 기본적인 이견이 그대로 남아있는데다 이를 좁히기 위한 실무협상도 열리지 않은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이 미-북 협상의 진전을 만들어 낼 가능성에 회의적이라는 설명입니다.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미-한 정상회담이 북한 비핵화 협상을 진전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선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방식이 여전히 변수로 남아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 사랑에 빠졌다는 식으로 말하지만 사랑과 협상은 아무 관계가 없으며, 친서 내용에서부터 협상의 문제점에 이르기까지 모든 게 불확실해 앞일을 알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겁니다.
[녹취: 힐 전 차관보] “I don’t know what was in the letters. President Trump has said on many occasions that he and Kim Jong Un are in love but as Tina Turner would ask, what’s love got to do with it? So I’d like to know what’s in the letters. I’d like to see some more and some indication of what the real problems are. There’s no transparency to this. We’re just kind of guessing.”
제임스 쇼프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선임연구원은 중국과의 무역 분쟁과 이란과의 갈등 문제 등에 둘러싸인 트럼프 대통령이 서울 방문을 계기로 큰 성과가 기대되지 않은 미-북 정상회담을 서두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녹취: 쇼프 연구원] “He’s got so much going on with Iran right now and we’ll see how the China trade discussions go. I just think he’s got a lot on his plate to unless there’s some kind of major capitulation by Kim which I don’t expect.”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이 비핵화 협상의 진전으로 이어지기는 어렵겠지만 대신 문재인 대통령의 국내 입지를 강화시키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진단도 나왔습니다.
대니얼 스나이더 연구원 입니다.
[녹취: 스나이더 연구원] “That would be, I think, very important domestically in South Korea because there’s, I think, growing sense and criticism, the sense that the policies of the engagement with North have not really succeeded, and I think growing criticism as well of whether or not they’ve gone too far down that road, without getting anything in return. So I think it’s important for Moon to be able to convey the idea that they’re still acting in some degree of coordination with the United States on this, and that there’s still some openings for dialogue, and even possibly negotiation.”
북한과의 관여에서 별 성과를 얻지 못했고, 지나치게 많은 조치만 취하고 대가를 전혀 얻지 못한 것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한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통해 여전히 미국과 어느 정도 조율하고 있고 북한과의 대화나 협상의 문도 열려있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스나이더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이 북한과의 경제 협력 확대와 대규모 대북 식량지원을 열망하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북한과의 관여를 계속할 수 있게 하는 일종의 ‘엄호’를 제공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은 이런 문제에 대해 미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느끼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제공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녹취: 스나이더 연구원] “I think it would also give President Moon’s administration some cover to pursue their own ideas about engagement with the North, particularly their desire to open up, you know, much more channels of economic engagement with the North, whether it's the resuming the Kaesong Industrial Park, or providing massive food aid or maybe even beyond that. But in any case, they feel they need the seal of approval from the United States. So I think that the President Trump certainly provides that possibly.”
전문가들은 여러 변수와 한계 속에서 열리는 이번 미-한 정상회담이 두 나라 대북 접근법을 일치시키고 상호 이해를 높이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힐 전 차관보는 현재 미-한 양국이 북한에 갖는 신뢰도에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 관련 제안에 매우 회의적인데 비해 한국의 문재인 정부는 덜 그렇다는 겁니다.
[녹취: 힐 전 차관보] “I think there has to be some agreement, some joint statement where the process stands. The U.S. is very skeptical of the North Korean offers. President Moon seems less so. I hope that in the context of these discussions, they can come out with one opion, rather than two different opinions.”
따라서 두 정상이 만나 이런 차이를 극복하고 공동성명 등을 통해 같은 목소리를 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한국은 대북 경제지원과 인도주의 구호활동에 대한 의지가 미국보다 강한데, 두 나라가 서로를 이해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내부적으로도 반드시 같은 입장을 가져야 한다는 게 아니라 이 문제와 관련해 각자 어떤 위치에 있는지 서로 이해해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녹취: 힐 전 차관보] “I think the issue of where does the U.S.-What are the two countries’ positions on economic assistance or humanitarian relief? It seems that South Korea wants to do more than the U.S. It would be very nice if there were an understanding of, you know, from the U.S. of the South Korean position, and vice versa. I’m not saying the positions have to be the same but I’m just saying they need to have an understanding of where each stands on this.”
쇼프 연구원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과 미-북 정상 간의 친서 교환 등 많은 변수 가운데 열리는 미-한 정상회담이 북한과 중국 등에 일관적 메시지를 주는 자리가 돼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쇼프 연구원] “I think it’s key for Moon and Trump to have a clear kind of a shared vision for where this is going, and what’s possible and so that they’re sending consistent messages to the North and to China, and others.”
특히 북한과의 관여의 문이 다시 열릴 경우 미-한 양국이 제재에 대해 어떤 형태의 융통성을 적용할 것인지에 대해 미리 생각을 맞춰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비핵화 이전에 제재가 해제될 것으로 추정하지는 않지만, 미국은 남북한 협력 사업을 진전시킬 수 있는 어떤 종류의 제재 예외 가능성을 들여다보는 것 같다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녹취: 쇼프 연구원] “If there is some opening here, then we really need to have the same vision for what kinds of flexibility is possible in the sanctions arena. I don’t assume that we would be lifting sanctions anytime before denuclearization but perhaps the U.S. now is willing to entertain some kinds of exemptions that would allow us some inner Korean projects to go forward.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1~10까지 범위 가운데 2 혹은 3 정도의 제재 예외를 구상하는데 문 대통령은 7 정도를 계획한다면 북한과의 소통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면서 의견 조율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쇼프 연구원은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 조치와 관련해 양보할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지만 미-한 양국은 정상회담을 통해 검증 기준과 절차 등 구체적인 기술적 문제에도 미리 합의를 해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스테판 해거드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CSD) 석좌교수는 그러나 비용을 지불하기 싫어하는 트럼프 행정부로서는 북한과 더 깊게 관여하려는 문재인 대통령의 태도를 잠재적으로는 바람직한 것으로 간주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북한이 비핵화와 관련해 무엇을 양보하든 한국의 대북 지원이나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 철도 협력 등이 대가로 주어질 것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녹취: 해거드 석좌교수] “We know that President Moon is ready to engage more deeply with North Korea and from a U.S. Perspective that’s potentially a good thing because Trump doesn’t like to pay for things. And if you can work out a deal where South Korea was talking a role in sanctions relief, or even providing aid to North Korea of some sort, for example, partially opening up Kumgang, Kaesong, maybe some initial investments in rail, then they could basically be paying for whatever concessions the North Koreans offer.”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비확산·군축 담당 특보는 이 모든 변수와 위험 요소를 최소화하기 위해선 미-한 양국 고위 당국자와 실무진들 간의 밀접한 공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아인혼 전 특보] “I think Stephen Biegun has tried to keep Lee Do-hoon well-acquainted with what’s going on…I hope at least that level coordination is going ahead.”
아인혼 전 특보는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이도훈 한국 외교부 평화교섭본부장이 꾸준히 접촉하는 것을 바람직하게 평가하면서 실무급 차원의 정보 교환이 계속 이뤄지기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백성원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