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당국이 지난달부터 대규모 시위를 촉발한 ‘범죄인 인도조례’ 개정안, 일명 ‘송환법’ 포기를 선언했습니다.
홍콩 정부 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은 오늘(9일) 주례회의에 앞서 기자들에게 “송환법은 죽었다”고 말했습니다.
람 장관은 “이번 송환법을 추진하는 데 있어 사회적 추세와 민의를 충분히 파악하지 못해 시행착오가 발생했다”며 “송환법 개정 작업은 물론이고, 조례 개정안 자체가 이미 수명을 다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서 “입법회에서 다시 추진할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것을 안다”면서 “여기서 반복하겠다. 그런 계획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홍콩 당국이 추진한 조례 개정안은 범죄인 인도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지역에도 형사피의자 등의 신병을 넘겨줄 수 있는 내용입니다.
야권과 시민사회 단체들은 조례 개정으로 중국에 비판적인 반체제 인사나 인권운동가 등이 본토로 송환될 수 있다며 반대 시위를 벌였습니다.
지난달 9일 주최 측 추산으로 103만 명이 집회에 나섰고, 16일에는 200만 명이 모였습니다.
21일에는 시위대가 경찰본부 주변을 포위하는 한편, 이달 1일 의회 격인 입법회를 점거하면서 사태가 격화됐습니다.
시위대는 조례 개정안 완전 철회, 람 행정장관 퇴진, 일부 시위 현장에 대한 ‘폭동’ 규정 취소 등을 요구했습니다.
람 장관의 오늘(9일) 발언으로 여론이 가라앉을 지는 미지수라고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를 비롯한 현지 언론은 전했습니다.
송환법 ‘철회’를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기 때문에, 지난달 ‘무기한 연기’ 방침을 제시한데서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VOA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