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제임스 쇼프 카네기 선임연구원] “트럼프 행정부 행보, 일본의 ‘안보 불안’ 부추겨”

문재인 한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부터)가 지난 2017년 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최근 불거진 한-일 무역 갈등은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독자 행보에 ‘안보 불안’을 느낀 일본이 스스로 조치를 취하기 시작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일본·동아시아 안보 전문가인 제임스 쇼프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선임연구원은 한-일 양국이 계속 마찰을 빚으면 미국의 대북 연합전선에도 차질이 생길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쇼프 선임연구원을 박승혁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미-한-일 3국 공조의 중요성을 분명 잘 알고 있을 일본이 왜 마찰을 감수하고 한국에 무역 통제를 하는 걸까요?

쇼프 선임연구원) “단순히 징용노동자 판결 문제 한 건 만으로 일본이 이런 조치를 취했다고 보지 않습니다. 물론 최근 일본 측 수사를 살펴보면 한국 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을 문제삼고 있지만, 사실 지난 몇 년 동안 한-일 사이 계속 쌓여온 문제가 터진 것입니다. 한국과 일본은 수출우대국(화이트 리스트)들과 정례적으로 하는 실무급 양자 협의조차 2년째 하지 않았습니다. 상호 불신과 의심이 이미 깊이 쌓였다는 뜻입니다. 과거사 문제를 넘어서는 요소가 있는 겁니다.”

기자) 과거사 관련 문제가 아니면 무엇이 문제인가요?

쇼프 선임연구원) “물론 과거사 관련 판결이 기름을 붓기는 했지만, 기저의 문제는 일본의 ‘안보 불안’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이 예전만큼 든든한 동맹이 되어주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입니다. 예컨대 최근 일부 언론에서 미국이 북 핵 동결을 받아들일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자 일본에서는 우려가 컸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비무장지대 DMZ 깜짝 방문에서 보여준 행보는 과연 미국이 북한에 대해 얼마나 더 단호하고 일관된 모습을 보여줄 것인지, 일본사회에 많은 의문을 던져줬습니다.”

기자) 미국이 보여준 태도 때문에 일본이 안보 불안을 느낀다는 건가요?

쇼프 선임연구원) “그렇습니다. 일본의 안보 불안에 가장 크게 기여하고 있는 것은 현 미국 정부입니다. 이 문제는 미국이 미-한 연합훈련을 줄이거나 아예 취소하면서 두드러졌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과 상의도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결정해 통보했습니다. 그 후 북한에 당근을 더 주기 위해 한반도에서 미군 병력을 감축할 것이라는 관측도 꾸준히 나왔고요. 따라서 일본은 안보 측면에서 미국의 역할에 대해 우려를 품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을 그런 쪽으로 밀고 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고요.

이 모든 요소들이 일본사회에 대북 안보 불안을 조성했고, 일본이 더 적극적으로 직접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분위기를 만들었습니다.”

기자) 그렇다면 미국이 한국과 일본 사이 중재자 역할로 적극 나서야 하나요?

쇼프 선임연구원) “지금 필요한 것은 한국과 일본이 더 긴밀하게 소통해서 상호 불신을 푸는 것입니다. 미국이 중재자 역할을 하는 것은 효과적이지 않다고 봅니다. 중재를 하다 보면 어느 한 쪽의 편에서 평가를 내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미국이 대화 촉진자 역할은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특히 지금 무역 통제 조치는 한-일 간 수많은 오해와 소통 오류로 빚어진 측면이 큽니다.”

기자) 아베 총리는 한국이 일본산 수출품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북한 수중에 들어가게 했다고 말했습니다.

쇼프 선임연구원) “그 발언은 어느 정도 사실에 근거했다 해도 아주 오래 전 얘기인 것 같습니다. 적어도 최근에 한국이 물자 관리를 잘못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에 기여했다는 기록은 없습니다. 지난해 석탄 수출 문제가 있긴 했지만 그게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에 직접 연결되는 것은 아니죠. 엄청나게 넓은 정의를 부여하는 게 아니라면요.”

기자) 이번 사태가 미-한-일 3국의 대북 공조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쇼프 선임연구원) “현재까지는 한-일 갈등에도 불구하고 미국-한국-일본의 3국 공조는 잘 관리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갈등이 계속되면 협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됩니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미국의 대북정책이 바뀌진 않겠지만, 3국이 단결된 전선을 형성하는 데 애를 먹을 것입니다.”

미 국방장관 동아시아정책 고문을 지낸 제임스 쇼프 카네기평화재단 선임연구원으로부터 최근의 한-일 갈등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박승혁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