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길, 뉴욕주재시 미 당국자 자택 방문하기도…미 정책결정 명확히 이해"

김명길 전 베트남 주재 북한대사가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차석대표로 근무하던 시절

북한과 직접 협상을 벌였던 미국의 전 외교 당국자들은 미-북 실무협상의 새 북측 대표로 거론되는 김명길 전 베트남주재 대사를 매우 전문적이고 식견이 높은 외교관으로 평가했습니다.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근무 시 미 당국자의 자택을 방문해 토론을 벌이고 미 대학 세미나에도 참가하는 등 미 정치계∙학계와 활발히 접촉했다고 회고했습니다. 백성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과거 미국 내에서 김명길 전 대사와 가장 활발히 접촉했던 인사 중 한명은 상원 외교위원회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정책 국장을 지낸 프랭크 자누지 맨스필드재단 대표입니다. ​

프랭크 자누지 맨스필드재단 대표

자누지 대표는 15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2006년부터 2009년까지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차석대사로 재직 중이던 김 전 대사와 비핵화, 억류 미국인 석방 문제 등을 집중 논의 했었다며, 그를 미국의 메시지를 매우 정확히 북한에 전달하고 미국의 삼권 분립 체제를 잘 이해하던 외교관으로 회고했습니다.

[녹취: 프랭크 자누지 대표] “What I found Mr. Kim to be useful for was that he was very accurate in conveying messages to Pyongyang and he also understood the American separation of powers: the role of the Congress, the role of the executive branch, and the role of the Judiciary and how each were independent.”

제재 완화 등과 관련해 정상 간 합의가 이뤄져도 의회의 승인을 거쳐야 하는 정치 시스템을 비롯해 미국 사회와 문화, 언어에 조예가 깊은 인물이라는 설명입니다.

특히 2009년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여기자 2명과 2010년 억류된 아이잘론 말리 곰즈의 석방 교섭에 김 전 대사가 ‘뉴욕채널’로서 중요한 교량 역할을 했다며, 당시 미국의 고위 특사 파견 문제에도 깊이 관여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프랭크 자누지 대표] “His liaison role was very important especially on the release of (Euna) Lee and (Laura) Ling. There were two channels that were in play of communication to Pyongyang; One was through New York City with Kim Myong-gil, the other was in Singapore…”

핵 문제와 관련해서는, 북한의 핵 프로그램은 미국의 ‘적대시 정책’에 따른 방어적 목적이라는 주장을 내세우며 미국이 대북 접근법을 바꿀 경우 핵 프로그램에서 인권 문제에 이르는 모든 의제를 협상 테이블에 올릴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자누지 대표는 밝혔습니다.

이보다 앞서 1996년 유엔주재 북한 대표부 참사관을 맡은 김명길 전 대사를 주로 상대한 미국 측 관리는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부차관보를 지낸 에반스 리비어 당시 국무부 한국과장이었습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수석부차관보.

​리비어 전 부차관보는 VOA에 1998년 말 버지니아 자택에 김명길 전 대사를 초대한 적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에반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 “I was the director of Korean affairs and I was conducting a negotiations with the North Korea at the State Department during the one of the rare occasions when we allowed them to come to Washington. And when they came to Washington, I decided that in order to try to facilitate the dialogue in our negotiation that I would invite the two of them to my home in Virginia for dinner. And I did.”

당시 미국 정부는 북한대표부의 리근 차석대사와 김명길 참사관의 워싱턴 방문을 이례적으로 승인했으며, 자신은 두 사람을 저녁 식사에 초대해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외하는 문제를 비롯한 다양한 사안에 대해 매우 생산적인 대화를 나눴다는 설명입니다.

리비어 전 부차관보는 당시 리 차석대사와 김 참사관 모두 매우 전문적이고 박식 했으며, 폭넓은 주제를 논의하는데 있어 현재 같은 급의 북한 관리들보다 재량권을 약간 더 갖고 있는 듯이 보였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에반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 “Kim Myong-gil and his boss back then were very professional. They were extremely well-informed. They had, I suspect, a bit more leeway in discussing whole range of issues with Americans back then than most of the North Korean officials have today at their rank anyway.”

김명길 전 대사는 미 관리들 뿐 아니라 학계 인사들과도 활발히 접촉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찰스 암스트롱 컬럼비아 대학교 역사학과 교수는 1997년 9월 남북한과 미국, 중국이 참여하는 4자 예비회담이 컬럼비아대에서 열렸을 때 김 전 대사를 처음 만났고, 그가 2000년대에 차석대사로 다시 뉴욕에 부임했을 때 재회했다고 소개했습니다.

찰스 암스트롱 컬럼비아 대학교 교수

[녹취: 찰스 암스트롱 교수] “I met him during the time of the four-party preparatory talks which took place at Columbia University in 1997. And then I met him again when he became the deputy permanent representative in the 2000s.”

이어 김 전 대사를 매우 호감이 가고 정력적이며 박식한 외교관으로 묘사하면서, 미-북 간 건설적 관여를 진지하게 모색 했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찰스 암스트롱 교수] “I found him to be very engaging, very energetic and knowledgeable diplomat who I thought was quite serious about constructive engagements between the U.S. and the DPRK, who was quite approachable and quite straightforward, and our private discussions about the state of the U.S.-DPRK relations and how to work towards improving them. This was in the late 2000s, I believe, and I very much enjoyed my interactions with him.”

암스트롱 교수는 김 전 대사가 당시 컬럼비아대에서 미-북 관계를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 참석한 적도 있다며, 이례적인 북한 관리의 참여를 긍정적으로 평가했었다고 덧붙였습니다.

[녹취: 찰스 암스트롱 교수] “He attended my seminar once which is very unusual for a North Korean diplomat…”

김 전 대사의 역량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그가 이끌 것으로 알려진 북한의 실무협상팀이 통일전선부 중심으로 이뤄졌던 기존 대표단보다 유연성을 보일지 여부에 대해선 회의적인 전망이 많습니다.

김명길 전 대사가 2007년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 은행의 북한 자금 2500만 달러 송금 문제를 놓고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와 치열한 협상을 벌였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힐 전 차관보는 김 전 대사와 대면한 적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녹취: 크리스토퍼 힐 전 차관보] “I did not deal with him. Ri Geun was the deputy to Kim Kye-gwan and I don’t remember Kim Myong-gil.”

힐 전 차관보는 북한이 존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상대하지 않기 위해 외무성을 전면에 내세웠는지 모르겠지만, 모든 것은 북한의 최고 지도자가 진전을 원하는지 여부에 달려있을 뿐 협상 대상이 누구인지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크리스토퍼 힐 전 차관보] “I’ve always taken the view that we should deal with whoever they put up. It doesn’t really matter you can analyze it as much as you want but it really depends on the person at the top and whether the person at the top wants the progress or not.”

2002년 10월 평양을 방문해 북한의 비밀 우라늄 농축활동을 추궁했던 제임스 켈리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도 당시 테이블에 앉아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김명길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다며, 대표가 발언하고 나머지는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이 북한 대표단의 두드러진 특징이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제임스 켈리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녹취: 제임스 켈리 전 차관보] “His name did not register as one that I particularly recall. He may have been part of the delegation but one of the things as conspicuous about North Korean delegations is the leader speaks and everybody else keep their mouth shut.”

김명길 전 대사를 전문성과 식견이 높은 외교관으로 평가한 에반스 리비어 국무부 전 수석부차관보도 김 대사가 북한 실무 협상팀을 이끌더라도, 결국 지도부가 공들여 만든 입장을 매우 “프로페셔널하고 단도직입적으로” 대본처럼 읽는 역할을 넘어서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VOA 뉴스 백성원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