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언론 "한-일, 갈등 해결 위해 타협해야...미국 역할도 있어"

지난 20일 서울 주재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의 수출 규제에 항의하는 집회가 열렸다.

한국과 일본의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미국 언론은 두 나라가 경제, 안보 면에서 큰 피해를 입기 전에 사태를 봉합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미국이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 21일 ‘아베의 한국에 대한 무역전쟁은 가망이 없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한국과 일본이 타협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이 통신은 이달 초 일본이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조치를 취하며 갈등을 일으켰고, 이 것은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 노동자의 피해에 대해 배상하라는 한국 대법원의 판결에 대한 보복이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 또한 전임자가 합의한 ‘위안부 합의’를 폐기하며, 어떤 사죄나 보상도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는 일본 내 통념에 기름을 부었다고 지적했습니다.

`블룸버그’는 양측이 타협해야 한다는 점이 명백하다며, 아베 총리는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해제하고, 한국은 강제징용 판결 문제와 관련한 중재위원회 개최에 동의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특히 아베 총리가 먼저 행동에 나서고, 미국은 한국 대통령이 즉각 화답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과 일본의 지도자는 갈등을 격화시키기 보다는 줄이는 것이 임무라고 말했습니다.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 신문은 지난 16일자 사설에서 북한과 중국과 관련한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미국이 갈등을 빚고 있는 한국과 일본의 중간에 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신문은 한국과 일본은 경제와 문화가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 두 나라 지도자가 더 이상 관계를 깨기는 힘들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관광과 문화 등 양국의 건강한 교류를 부각시키면 역사 문제를 둘러싼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한국과 일본의 경제 지도자들은 양국 정부의 강경한 입장을 조용히 비판하며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바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NSC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을 지낸 에번 메데이로스 조지타운대 교수는 지난 15일 `워싱턴 포스트’ 신문 기고문에서, 한-일 양측이 근시안적으로 외교적 경제적 이익을 훼손하고 있고, 미국의 이익도 해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메데이로스 전 선임보좌관은 미국의 동북아 전략에서 동맹의 결속은 중요하다며, 북한과 중국이 제기하는 안보 문제는 미국과 동맹국들이 단결을 유지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습니다.

한-일 갈등은 세 나라 간 공조를 깨면서, 중국이 중간에서 이간질하도록 만든다는 것입니다.

메데이로스 전 선임보좌관은 또 한국과 일본이 유일하게 귀를 기울일 대상은 미국뿐이라며, 미국이 신중하게 개입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두 정상에게 전화를 걸어 대화를 시작하도록 권고하는 한편,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을 두 나라에 보낼 것을 제안했습니다.

조지워싱턴 대학의 셀레스트 애링턴 교수는 18일 `워싱턴 포스트’ 기고문에서 한국과 일본 양측 모두 타당한 불만이 있지만, 동시에 양측 다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악화된 한-일 관계는 두 나라 경제를 해칠 뿐 아니라 미국과의 삼각공조를 더 어렵게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미국은 경제 분쟁이 안보 갈등으로 번질 경우 동북아 지역에서 미국의 전략적 이익이 훼손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애링턴 교수는 미국의 개입이 ‘특효약’은 아니지만 갈등 해결에 도움은 될 것이라며, 미국은 한국과 일본 모두에 지렛대를 갖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한국은 북한 문제에서 미국의 도움이 필요하고, 일본은 곧 미국과 무역 협상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애링턴 교수는 밝혔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