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동서남북] 관광 통한 경제난 활로 모색에 적극 나선 북한

  • 최원기

지난 4월 북한 평양에서 열린 마라톤 대회에 외국인들도 참가했다.

매주 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최근 북한을 방문하는 중국인들이 크게 늘고 있습니다. 유엔의 대북 제재에 관광이 포함돼 있지 않은데다 북한이 외화벌이를 위해 관광을 적극 장려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국제사회의 고강도 제재로 경제난을 겪는 북한이 관광을 통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대외 선전매체인 ‘조선의 오늘’은 최근 “7월 하순부터 11월 말까지 2019년 금강산관광이 시작되게 된다”고 전했습니다.

이 매체에 따르면 3박 4일의 관광 일정에는 등산, 낚시가 포함돼 있으며 만물상, 삼일포, 해금강 등을 둘러볼 수 있습니다.

백두산 관광도 시작됐습니다. 북한 국가관광총국이 운영하는 웹사이트 ‘조선관광’은 이달 30~31일 전세기를 이용한 '백두산지구관광'이 실시된다고 밝혔습니다.

북한과 중국을 연결하는 하늘길도 다시 열리고 있습니다. 고려항공이 평양-다롄 노선을 재개하고, 지난 19일부터 월요일과 금요일, 주 2회 전세기 운행에 나섰습니다. 항공료는 왕복 2천 800 위안으로 약 410 달러입니다.

이로써 북한과 중국을 잇는 항공 노선은 총 4개로 늘었습니다. 고려항공은 평양과 베이징을 주 5회, 상하이를 주 3회, 선양을 주 2회 운항하고 있습니다.

중국 지린성 투먼에서 북한 칠보산으로 가는 철도 관광도 재개됐습니다. 중국 인터넷 매체 ‘신랑망’에 따르면 지난 19일 중국인 관광객 39명이 북-중 접경의 투먼 통상구를 걸어서 북한으로 들어간 뒤, 함경북도 남양에서 관광 전용열차를 타고 나흘간 칠보산 등을 여행했습니다.

중국 관광객은 첫 열차를 타고 북한에 가서 아름다운 자연풍광을 보고 현지 체험을 할 수 있어서 기뻤다고 인터넷을 통해 밝혔습니다.

[녹취: 신랑망/중국 관광객] 중국어

탈북자 출신인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테 소장은 북한을 방문하는 중국 관광객이 크게 는 것이 틀림없다고 말합니다.

[녹취:안찬일] “관광객이 늘어난 것은 틀림없고, 중국 쪽에 문을 열어서 중국인 관광객을 많이 유치하면 외화벌이가 되니까, 그 쪽에 신경을 많이 쓰는 것같습니다.”

중국 관광객은 2018년 5월 김정은 위원장의 중국 다렌 방문과 지난 6월 시진핑 국가주석의 방북을 계기로 늘어난 것으로 보입니다. 당시 시진핑 주석은 중국 최고 지도자로는 14년만에 평양을 방문해 극진한 대접을 받았는데, 이를 계기로 중국 관광객이 급증했다는 겁니다. 당시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입니다.

[녹취:중방] “새로운 활력기에 들어선 조-중 두 나라 사이의 친선 관계를 더욱 공고 발전시켜 나가는데서 중요한 우위를 가진다고 높이 평가하시었습니다. 각 분야에서의 교류와 협조를 심화시켜 나가기 위하여 공동으로 적극 노력할 데 대하여 합의했습니다.”

중국인 관광객 증가는 북-중 두 나라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북한 관광은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대상이 아닙니다. 따라서 중국으로서는 관광객을 보내 안보리 제재를 위반하지 않으면서도 북한의 외화 수입에 큰 보탬을 줄 수 있습니다.

북한도 마찬가지입니다. 중국인 관광객을 가급적 많이 받아들임으로써 가뜩이나 힘든 외화난에 숨통을 틀 수 있다고 한국의 강인덕 전 통일부 장관은 말했습니다.

[녹취: 강인덕] ”이건 안보리 제재 대상이 아닌데다, 중국 시진핑 입장에서 보면 미국의 눈치 안 보고 북한을 지원할 수 있고, 북한도 물건을 주고받는 것이 아니니까, 이건 이해관계가 일치한 거죠.”

중국 정부는 북한을 방문하는 자국 관광객 규모를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중국이 마지막으로 북한 방문 관광객 수를 밝힌 것은 2012년으로, 당시 방문객은 23만7천여 명이었습니다.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은 지난 2월 보고서에서 지난해 북한을 찾은 중국 관광객은 120만명에 달한다고 밝혔습니다. 만일 중국인 관광객이 1인 당 300 달러를 사용한다면 2018년 한 해에 북한이 관광으로 벌어들인 돈은 3억6천만 달러에 달합니다.

이는 북한의 대중 수출 2억1천만 달러보다 많은 겁니다. 이는 외화난에 시달리는 북한에게 엄청난 액수라고 안찬일 소장은 말했습니다.

[녹취: 안찬일] ”지금 무연탄, 철광석, 수산물이 다 막혀있는 상황에서 3억 달러가 넘는 돈은 북한에게 엄청난 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북한 당국은 관광업을 두 갈래로 나눠 추진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평양, 신의주, 판문점, 백두산, 칠보산을 방문하는 중국인 관광객 규모를 확대하는 겁니다.

또 다른 것은 호텔 등 부족한 관광 시설을 확충하는 겁니다. 특히 북한은 각 도 당국을 동원해 강원도 원산의 갈마관광지구 완공을 다그치고 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입니다.

[녹취:중방 ] ”6월 공사 일정을 계획을 다그처 끝낼 기세를 조금도 늦추지 않고 속도전을 계속 다그처 나가고 있습니다.”

북한의 이런 움직임과 관련해 과거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에서 근무했던 윌리엄 뉴콤 전 미 재무부 분석관은 관광업이 대북 제재 위반은 아니지만, 해외 투자자들이 북한과 해당 사업 협력에 나서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뉴콤 전 분석관] “It is difficult for foreign investors to go in and build and supply hotels. Some years ago, Kempinski was looking at doing something”

현대적 의미의 북한 관광은 1998년 11월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한국의 현대그룹의 합의로 시작된 금강산 관광을 꼽을 수있습니다. 그 당시 10년 간 한국 국민 2백만 명이 금강산을 찾았습니다.

또 북한은 관광객 1인당 50-100 달러씩 입장료를 받아 매년 4-5천만 달러의 외화를 벌어들였습니다. 그러나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에 나선 한국의 여성 관광객이 북한 군 병사가 쏜 총에 맞아 숨지면서 금강산 관광은 전면 중단됐습니다.

미국의 경우도 비슷합니다. 과거 미국인 1천명 정도가 매년 평양을 방문했습니다. 그러나 2017년 6월 미국인 대학생 오토 윔비어가 북한 관광 중 억류됐다가 혼수 상태로 풀려난 뒤 숨졌습니다. 그러자 미 국무부는 미국인의 북한여행을 전면 금지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관광업을 활성화하려면 정상적인 순서를 밟아 일을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합니다. 미-북 실무협상을 통해 비핵화를 이루고 제재를 풀어 한국, 일본, 미국과 관광을 포함한 인적 교류를 활성화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