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국에 난민 자격으로 입국한 탈북민이 단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북한의 탈북민 단속 강화와 복잡한 미국의 난민 심사 과정 등이 주요 이유로 꼽히고 있습니다. 이연철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 국무부 난민 입국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 1월1일부터 7월31일까지 미국에 입국한 탈북 난민은 한 명도 없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탈북민들이 난민 자격으로 미국에 정착하기 시작한 2006년 이후 상반기에 미국에 입국한 탈북 난민이 한 명도 없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탈북민들은 미 의회가 지난 2004년 제정한 북한인권법에 근거해 난민 지위를 받아 미국에 정착할 수 있습니다.
지난 2006년 5월에 6명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미국에 난민으로 정착한 탈북민은 모두 218명에 달합니다.
미국에 입국하는 탈북 난민 규모는 지난 2008년에 38명으로 가장 많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급격히 줄었습니다.
최근 미국을 방문한 정베드로 북한정의연대 대표는 VO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탈북자 단속 강화가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정베드로 대표] “북한에서는 여전히 김정은 집권 이후에 계속적으로 단속이 강화되고 있고, 도강을 하다가 국경수비대 총에 맞는 사건도 여러 건 일어나고 있고…”
미 국무부는 올해 북한인권 보고서에서 북한 정부가 국경 지역의 보안을 계속 강화해 허가증 없이 중국으로 밀입국하는 주민의 수가 크게 줄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북한 정부가 국경경비대원들에게 공식허가 없이 국경을 넘으려는 자들을 사살하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주장했습니다.
중국 내 탈북민 구출과 한국 정착을 돕는 정 대표는 이 같은 단속 강화에 따라 탈북 비용도 많이 올라간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의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최근 VOA에, 탈북민들이 미국에 입국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난민 심사 과정도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스칼라튜 사무총장] “The US’s debriefing process is more complicate and takes long…”
미국의 난민 심사 과정이 매우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겁니다.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대다수 탈북민이 미국 대신 입국 절차가 훨씬 간단하고 정착 지원도 풍부한 한국행을 선택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의 대북단체인 노 체인의 정광일 대표는 탈북민들이 미국에 입국하기까지 태국에서 1년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정 대표는 또 정착지로 미국을 선호하는 탈북민들도 줄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정광일 대표] “얼마 전에도 50대 아주머니가 왔는데, 영주권도 받고 5년 살았대요, 미국에서. 다시 한국에 왔더라고요. 도저히 미국에 적응 못 하겠다고. 이런 소문들이 돌고 있어요.”
정 대표는 중국 내 탈북민들에게도 이런 소문들이 들어갔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와 함께 트럼프 행정부가 난민정책을 강화한 것도 탈북민들의 미국 입국 감소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지난 2017년 1월 말 이후 지금까지 미국에 들어온 탈북 난민은 6명에 불과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2017년 1월 말 모든 난민 입국 프로그램을 120일 간 중단하는 조치를 취했습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해 9월 25일, 미국 입국을 금지하는 대상국가 명단에 북한을 추가했습니다.
국무부는 당시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망명이 허용된 외국인은 입국금지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이런 조치들이 어떤 식으로든 탈북 난민의 입국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인권 전문가들과 활동가들은 밝히고 있습니다.
VOA 뉴스 이연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