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문가들이 보고서와 언론 기고 등을 통해 한-일 갈등 해소를 위해 미국 정부가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양국에 추가 조치 중단을 요구하고, 세 나라 간 고위급 회담을 주선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워싱턴의 민간 연구기관인 애틀란틱 카운슬은 2일 ‘일본과 한국의 교착 상태 타개’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이 단체는 미국 정부 당국자들과 전문가들을 초청해 실질적인 정책 제안을 위한 회의를 했다며 그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보고서는 한-일 갈등이 중국, 러시아, 북한에만 이득이 된다며,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한반도 비핵화 노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강력한 삼각공조가 필수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이 공개적으로, 또 막후에서 적극적이고 가시적인 고위급 개입을 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미국의 적극적인 개입은 문재인 한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정치적 방향을 바꿀 수 있는, 국내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이유가 될 것이라는 겁니다.
단기적으로는 일본과 한국이 추가 조치를 삼가는 ‘현상동결 합의’(standstill agreement)를 맺도록 하고, 중기적으로는 미국이 나서서 세 나라 간 고위급 회의를 주선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이 때 인도태평양 전략, 북한 문제 등 세 나라가 이익을 공유하는 분야를 논의하며 신뢰를 다질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장기적으로는 세 나라가 참여하는 체제를 만들어 오래된 역사 문제를 다루고 추가 갈등 소지를 방지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미 외교협회의 스콧 스나이더 선임연구원은 `포브스’ 기고문에서, “미국은 일본과 한국이 세 나라를 묶는 동맹국 안보 구조 해체로 이어지는 조치를 하는 동안 방관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이 일본에 한-일 경제의 탈동조화를 중단하고 한국을 신뢰하는 무역 상대로 대우할 것을 촉구하는 한편, 한국에는 1965년 한-일 기본조약의 유효성을 인정하고 일제 강점기 노동자들을 강제징집한 일본 기업들의 자산을 동결하는 조치를 중단할 것을 촉구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미국이 한국, 일본 정상을 초대해 3국 정상회담을 열고 안보 협력의 중요성을 확인하는 성명을 발표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셀레스트 애링턴 조지워싱턴대 조교수와 앤드루 여 미 가톨릭대 조교수도 최근 `포린 어페어스’ 기고문을 통해 “미국 정부는 한-일 갈등 해결을 우선순위로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미국이 막후에서 양측을 중재하고 공개적으로는 누구의 편도 들지 말 것을 제안했습니다.
한국에 대해선 중립적인 3국 중재를 통해 강제노동 보상 문제를 해결하고, 일본에는 한국에 대한 무역 제재를 중단할 것을 촉구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동아시아에서의 미국 전략은 일본, 한국과의 협력에 달려 있다는 점을 재확인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 신문은 3일 ‘보호무역론적 외교가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최근 한국이 세계무역기구 WTO에서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해 항의했을 때 어떤 나라도 발언하지 않았던 점을 지적했습니다.
두 나라의 역사 문제에 말려들고 싶지 않은 이유일 수도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접근법이 확산되고 있다는 신호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강압적 외교’의 도구로 만들었다는 설명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일본의 수출 규제는 “한국에 대한 보복”이었으며, 동시에 문재인 정부가 위안부 재단을 해체한 것은 희생자들이 필요로 하는 도움을 받지 못하게 한 조치였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신문은 한-일 무역전쟁을 막기 어려울 것이며 전 세계적인 영향이 있을테지만, 보호주의적 입장을 취하고 있는 미국이 이에 반대할 명분이 부족하다고 평가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